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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퀀텀오브솔러스

walrus 2008. 11. 9. 23:04
007 시리즈의 놀라운 변신.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전편 카지노 로열의 연장선상에서 볼 필요가 있다. 본 시리즈로 인해 첩보액션물의 대표격인 007이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음이 놀랍다. 이 두편의 007은 노골적으로 얘기하자면 후배격인 본 시리즈의 따라쟁이라고 할 수 있고 몇몇 씬은 모양새 마저도 비슷하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반갑다. 기교적인 듯 해도 수작업의 땀냄새가 살아나는 액션 씬도 그렇고 그런 액션과 주제의식을 묶어 내려는 시도도 그렇다. 물론, 미학적임과 동시에 주제의식을 강화하는 카메라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던 본 시리즈에 비하면 각본과 연출의 궁합이 다소 덜할 수는 있겠지만 오락물로서의 기능성이 중요한 007로서는 차선의 선택일 수 있다. 뼈대는 비슷할지라도 피부로 느껴지는 질감은 007 특유의 화끈하면서도 버스터 키튼의 영향이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액션의 재미 그리고 블럭버스터만이 누릴 수 있는 (그리고 많은 영상 장비의 레퍼런스가 될) 엄청난 디테일의 화면빨이 느껴진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반공 이데올로기가 기본소재였던 이전의 007과 달리 환경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제3세계라 불리는 지역의 생존을 위협하는 다국적 기업이 악당으로 나온다는 점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돈이면 무엇이든 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대화 창구가 그래도 말이 통할 것 같은 흑인으로 바뀌는 설정은 이전의 007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설정이다. 분명한 선악구도 대신 정체성과 지위의 혼란을 겪는 면 그리고 처절한 반성으로 마감했던 본 시리즈와 비교하자면 조금 덜 죽이자는 적당히 타협적인 반성을 취한다는 점에서의 보다 대중적인 노선으로서 007의 차이도 있겠다. 감독 마크 포스터의 취향도 있겠지만 각본을 쓴 폴 해기스의 성향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을까 생각 해본다. 한편,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과 달리 다니엘 크리에그는 이전의 본드와 새 시대의 본드를 절충할 최선의 선택임이 증명되었다. 또한 악역으로 나오는 잠수종과 나비의 마티유 아말릭 역시 힘자랑 돈자랑으로 대변되던 이전의 악당과 다른 다국적 기업의 악마로 효과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007의 변화는 요즘 수많은 변화의 징후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변화의 징후에 많은 걸작이 나오고 있고 액션에서 향후의 경향을 결정하고 담아낼 작품은 단연 본 시리즈다. 이번 주말에는 또 다른 장르에서 새로운 걸작을 볼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추가로 영화의 사운드 트랙에는 이 시대 최고의 디바 알리시아 키스와 최고의 재능 잭화이트가 함께한다. 잭 화이트는 멕 화이트는 어디 내버리고 드럼까지.


007 퀀텀오브솔러스(Quantum of Solace, UK/US, 2008, 106min)
감독: Marc Foster
출연: Daniel Craig, Olga Kurylenko, Mathieu Amalr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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