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최신작

아임 낫 데어

walrus 2008. 5. 3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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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딜런이 가지는 다양한 자아 아니 그 보다 사람들이 밥딜런이라고 믿는 다양한 것들을 얘기한다. 사실 '얘기한다'보다는 '느끼게한다'에 가깝다. 사람들이 밥딜런이라고 믿는 것은 진짜 밥딜런일 수도 있고 허구일 수도 있으며 그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렇게 사람들이 믿는 밥딜런이 정말 중요한 밥딜런일 수도 있다. 실제로 영화속의 사건과 상황들은 밥딜런과 실제로 관계된 사건 또는 관계되었다고 믿는 사건들로부터 거의 직접적인 영감을 받고 있는데, 이는 밥딜런 자체가 가지는 다면적인 성격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사람들은 밥딜런을 규정지으려 하지만 밥딜런은 지속적으로 숨박꼭질을 하며 도망쳐다닌다. 그런데, 정작 시간이 지나고 나면 밥딜런은 그대로인데 우리가 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 면에서 밥딜런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집착을 가지지 않은 껍데기처럼 보인다. 밥딜런을 보는 학생, 인텔리, 노동자, 소수자 그리고 지구 반대편의 어떤 이들은 밥딜런 속에 자신을 발견하고 싶어한다.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밥딜런 이후 미국음악에는 밥딜런이 들어있으며 그 증거가 바로 'I'm Not There'사운드 트랙이다. 밥딜런은 그런면에서 상대성이론과 불확정원리가 등장한 진정 20세기적인 인물이다. 구스 반 산트의 '라스트데이즈'가 커트 코베인에 영감을 받았지만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보이는 영화인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약쟁이 커트 코베인의 몽롱한 영혼에 정말 근접한 영화였던 것처럼-왜 영화의 엔딩 크레딧의 Special Thanks to에 구스 반 산트가 들어갔을까?-밥딜런과 다소간의 거리를 보이는 것 같은 다양한 캐릭터들은 어쩌면 밥딜런의 진짜 본질에 근접한 것일 수 있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한편으로 자아와 인식에 관한 헐리우드형 작가의 고찰이라 할 수 있다.

양식면에서 이 영화는 누벨바그의 파격성과, 영화적 인상에 의존하는 펠리니의 영향이 느껴지지만 반면, 확실히 헐리우드 장르 영화의 톤이 느껴지며 정성일이 포스트보다는 애프터 어메리칸 시네마라 불리는 코엔형제와 폴 토마스 앤더슨의 최신작에서 느껴지는 네오클래식의 맛과도 확실한 거리감이 있으며 뮤직비디오적인 자유로운 상상력이 수시로 날개를 펴지만 비트를 살리기 위한 도구로 쓰여지는 뮤직비디오의 양식미와도 거리가 있으며 확실히 밥딜런의 일생에 관한 영화지만 이전의 전기 영화와 차이가 있다. 이 영화에 관한 남동철은 '전기영화의 혁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사실, 이 찬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 인물에 대한 하나의 시선을 강요하는 기존의 전기물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혁명적이며 영화는 빛나는 상상력이 자유로우면서도 정교하게 구축되어 있다. 한편으로 새로운 형식미는 기존의 영화적 양식미에 익숙한 이에게는 몰입하기 힘든 점이 있는데 이 역시 인식의 방법론에 있어서 거리감을 요구하는 작가의 의도일 수 있다. '아임 낫 데어'는 꾸준히 언급될 미국 영화의 새 경향임에 틀림없으며 토드 헤인즈의 재능과 사려깊음과 더불어 믿을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의 결과물이다.

아임 낫 데어(I'm Not There, US, 2007, 135min)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케이트 블랑쉐, 벤 위쇼, 크리스찬 베일, 리차드 기어, 마커스 칼 프랭클린, 히스 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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