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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MGMT-20100401,Ax


나에게 2010년 최악의 퍼포먼스의 주인공은 바로 MGMT였다. (십중팔구) 약에 취해 잠이 덜깬채로 힘없이 게으르게 연주하고 노래부르는 모습은 관객의 1/3을 다른 공연 2/3 정도 지났을 때 이미 다른 스테이지로 향하게하는 마법을 부리고 했다. 2008년 벨기에에서는 설익었지만 적어도 동시대의 최고 기대주만이 가질 수 있는 총기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뿅가게 신나는 Kids와 같은 히트 싱글을 다수 부유했던 1집과 달리 2집은 몽환적이지면서 녹는 느낌은 있었지만 싱글로서의 에지를 가진 곡은 없었다. 뭐 그래서, 사실 별 기대치는 없었고 직전까지 갈까말까 고민했다. 간 이유는 딱 하나, 록앤롤이 고팠기 때문.

오프닝의 황보령이 화끈하게 드라이브할 때, 오히려 걱정되기 시작했다. 뭐 오늘의 주인공이 발리지 않을까. 다행히 기우였다. Ax의 사운드는 (적어도 내 위치에선) MGMT의 2집 사운드와 잘 어울렸다. 크게 울리는 드럼 사운드에 기타와 건반 사운드가 쌓이고 부드럽게 되내이는 보컬이 잼을 잘바른 빵처럼 맛있게 느껴졌다. 작년 공연이 지저분한 애들을 대낮에 벗겨놓고 내놓은 것이었다면 이날은 동굴 속에서 글리터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소년이었다-로마의 변태적 분위기같긴 하지만. 백스크린의 기름덩어리같은 화면과 더불어 격렬하진 않았지만 무드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적어도 한국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몽환으로 이끌었다. MGMT의 사운드는 하드블루스가 득세하여 사운드가 빡세지기전인 67, 68년의 싸이키 사운드를 연상시킨다. 특히 시드 바렛의 핑크 플로이드. 물론, 중간에 2집의 훅이 없는 싸이키가 계속될 땐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예상과 달리 관객의 분위기도 뜨거웠다. 콩나물 대가리처럼 가득찬 Ax는 느리지만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파도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1집의 곡이 강한 훅을 선사할 때는 강렬하고 조화로운 때창 모드였다. 특히 Time to pretend와 Kids는 사실 본바닥에서도 찾기힘든 음악적으로도 듣기 좋은 때창의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MGMT 이번 튜어 최고의 순간이고 뭐 별의별 격찬을 다했다-끝에 만우절이야를 덛붙히기도 했지만.

좋은 싸이키델릭은 약을 안한 관객을 환각에 빠뜨려야한다. 작년은 지네들끼리만 취했다면 이날은 적어도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감정을 선물한 것 같다. 오늘의 MGMT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총기를 다시 느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