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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U2 - 20110714@필라델피아 링컨 파이낸셜 필드

불경스러운 얘기지만 저번 튜어 때 일본에서 본 U2의 공연은 실망 그 자체였다. 보노의 보컬 상태는 상당히 좋지 않았고 사이타마 실내 공연장에서의 사운드는 아둔했다. 최근까지 매해 가장 잘 팔림과 동시에 가장 완성도 높은 록앨범은 만들고 있다는 것은 경의적지만 U2가 추구하는 음악은 적어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록앤롤 사운드는 아니다. 그들의 음악과 라이브는 너무 많은 것이 통제되어 있고 타이트하다. 보노의 정치적 행보 역시 맘에 들지 않는다.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접근 방식이 너무 정치적이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정치성은 보다 도발적이고 긁어내서 아프게 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육감적이어야 한다. 보노가 어짜피 정치적 깊이를 못갖추고 있다면, 반기문도 하는 유엔사무총장 대신 워킹클래스 히어로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U2는 최근 거액의 튜어 소득에 대한 탈세 문제가 터지면서 그들 최초의 글래스톤베리 공연에서 가루가 되도록 글래스토 고어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U2의 정치성에 대한 진심을 인정하더라도 그들의 방식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제기할 수 밖에 없다. 보노 역시 이날 공연에서도 거듭 밝혔지만 허리 수술 등 몇몇 건강 상의 이유는 U2라는 그룹의 존속에 심각한 고민을 해야했다.

이런 딴지는 여전히 어느 정도 유효하지만, 2011년 7월 14일  필라델피아, 링콘 파이낸셜 필드에서의 7만여명과 함께한 본 U2는 적어도 이전 도쿄에서 본 U2하고는 거의 다른 밴드였다. 1년전 2010년 7월 12일 공연이 보노의 수술로 취소되면서 다시 열린 이날의 공연은 롤링스톤즈의 리스본 공연처럼 모든 것이 완벽했다(나중에 무대 연출에서 다소 간의 실수가 있었다고 알려지지만 그것은 의도되지 않은 연출이었을 뿐 공연의 쾌감과는 관계없었다). 전날 내린 비와 함께 시원해진 날씨와 그만큼 청명해진 사운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쾌락이었다.

야구장과 미식축구장이라는 두 개의 큰 경기장이 있는 필라델피아 AT&T 역을 내렸을 때 왼쪽에는 박찬호가 뛰기도 했던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홈구장인 씨티즌 뱅크파크가 그리고 오른 쪽에는 오늘 공연이 열린 풋볼 경기장인 링컨 파이낸셜 필드가 있었다. 링컨 파이내션 센터는 경기장 4개의 모서리 중 두쪽이 외부로 개방된 독특한 디자인을 띄고 있었다. 화창한 날씨 속에 사람들은 천천히 모여들었고 공연장 주변은 푸파이터스의 공연을 홍보하는 경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뉴욕 출신의 멋진 밴드, 인터폴이 7시반 오프닝을 시작할 때, 공연장은 절반도 차지 않았다. 대부분의 오프닝이 그랬듯이 사운드 튜닝은 제대로 안되있었고 드럼 사운드는 1초 정도 후에 반사되어 덪입혀져 있었다. 하지만,강력한 수트빨의 인터폴은 침착하게 자신만의 사운드와 분위기로 공연을 끌어갔다. 다크한 인터폴의 사운드는 해가 지면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오프닝이었다. 다크하면서 단단하게 진행할 때 기타리스트 다니엘 케슬러는 사운드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고 유일하게 댄서이기도 했다. 오프닝 치고는 다소 긴 10곡 정도의 곡을 연주한 후 인터폴이 내려간 후, U2의 공연 스탭은 본 공연 전 원통형 스크린의 깨진 픽셀을 조정했고 또 다시 한동안의 사운드 체크가 있었다. 무선 시스템을 사용할 각각의 뮤지션이 곳곳을 돌아다니며 연주할 때의 사운드를 집요하게 체크했고 이런 집요함은 공연이 시작되자 대단한 파괴력의 결과물로 나타났다.

U2의 등장을 알리는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가 울려퍼진 후, 그들은 예정대로 "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 "I Will Follow"를 이어갔다. 거대한 스테이지 이상으로 터지는 사운드의 압도적인 스케일에 7만명의 관객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U2의 사운드의 정체성은 그 어떤 록밴드와 비교해도 우위에 있는 거대한 사운드에 있었다. 이전 공연의 사운드가 덩치만 컸다면 이번엔 덩치큰 들소가 독을 품고 미쳐 날뛰는 사운드였다. 이어지는 "Mysterious Way"까지 [Achtung Baby]에서 선곡되었고 이 후 연주될 "One"까지 총 4곡이 연주되었으며 이전 공연에는 6곡이 이 앨범에서 연주되었다. [Achtung Baby]는 불확실한 새로운 시대에 보다 현대적인 사운드를 도입하여 새로운 가능성과 새로운 성공을 가져준 앨범이었다-지금의 U2 역시 그런게 필요하지 않을까. 많은 앨범에서 고르게 선곡되었고 최근 3장의 앨범에서 9곡이 선곡되었고 최근 앨범의 곡이 사람들을 크게 흥분시킨다는 점은 그들의 곡작업에 대한 수준이 최근까지 얼마나 견고했는지 느낄 수 있다. 공연 초반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오디오비주얼의 블럭버스터급 스케일을 폭죽처럼 터뜨리는 순간이었다.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에 대한 얘기를 하며 말문을 연 보노는 2005년의 4차례 공연 이후 6년만에 찾아오게 되어 미안하다고 했다.(보노씨, 한번도 온 적없는 한국에는 미안할 생각 없으신지?). 
 

4천만불의 제작비가 투입된 200톤급 무대 장치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전의 롤링스톤즈와 U2의 가장 큰 튜어 때처럼 이번 무대의 디자인도 한 사람, 마이크 피셔를 통해 작업되었다. 이런 거대한 무대 장치에 대해 프로덕션 디렉터 제이크 베리는 이런 사이즈면 관객들은 보다 쉽게 무대에 집중하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랬다. 눈을 뜨면 눈 앞에는 영화 스크린 처럼 무대가 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압도적인 스케일 그리고 무대와 객석이라는 구분 대신 360도로 뚫힌 공간이라는 무대의 개념도 신선했지만 이를 뒷받힘하는 세부적인 디테일과  테크놀로지는 경험하지 못했다면 예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원통형 스크린을 떠 받히는 200피트 길이의 4개의 다리의 중간에는 3대의 카메라가 그리고 아랫단에 또 한대의 카메라가 공연 중 상황을 빈틈없이 잡아내었고 무대는 드럼을 중심으로 연주되는 작은 원과 제한된 관객이 안으로 들어와 있는 커다란 동심원에 각각 철로를 깔고 무대를 따라 이동할 수 있는 스태디캠이 여러대 설치되어 가장 근접한 U2 각각의 장면을 영화적으로 잡아낼 수 있었다. 무대 안에만 최소 20대 이상의 카메라가 수시로 잡아내고 이 영상은 즉각적으로 편집되어 원통형 스크린에 활용되었다. 가끔은 무대를 따라도는 스태디캠이 빠르게 무대를 따라돌며 공연 영상을 잡아냈는데 이는 마치 원통이 빠르게 회전하는 것 같은 속도감을 제공했다. 그리고 다리에 설치된 조명은 단순히 무대 뒤에서 쏘으는 조명에 비해 보다 입체적인 공기를 형성했다. 힘차게 전진하는 보노의 모습을 정면에서 안정적이며 역동적으로 잡아내는 카메라웍은 엄청난 리허설의 시간이 아니면 불가능했고 매번 카메라를 활용하는 보노의 역량도 특출했다. U2의 지속적인 성공에는 꾸준한 음악적 완성도 만큼이나 영상과 미디어를 활용하는 전략에도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과 에지의 어쿠스틱 기타와 듀오로 진행한 프랭크 시나트라의 Stay를 통해 보다 감정적인 사운드를 이어가다가 우주 정거장에 머물고 있는 나사 우주인 Mark Kelly의 아내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보노가 부른 곡은 Beautiful Day.  들소같은 록사운드와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통한 공연의 에너지가 감정적인 부분을 건드린다는 점에 U2의 음악적 탁월함에 있다. 같은 앨범 속의 Elevation 그리고 Pride와 Miss Sarajevo를 통해 이런 점들을 이어나갔다. 원통형 스크린이 아래로 확장되며 무대를 덮을 때, "Zooropa"와 "Vertigo"의 강력하지만 현기증 나는 이미지가 지나갔을 때, U2는 보다 정치적인 메시지를 이어나갔다. "Sunday Bloody Sunday"에서는 이집트 혁명에 대한 메시지가 있었고 이 곡을 연주하는 동안 무대의 조명은 이집트의 국기 색상으로 채워졌다. 곡이 현재성을 가지는 이날 공연 중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이어지는 곡은 15년간의 수감 생활 후 최근 석방된 아웅산 수키 여사에 바치는 "Scarlet"이었다. 그리고 아웅산 수키를 위해 쓴 앨범의 또 다른 보석 "Walk On"을 이어갔다.

앵콜은 "One"으로 시작했다. 보노가 지원 중인 아프리카 구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One"을 진행할 때는 앰네스티의 촛불을 든 지역의 학생들이 큰 원을 그리며 무대를 채웠다. 그리고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을 진행하는 동안 얼마남지 않은 공연을 위해 관객석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두번째 앵콜은 배트맨 리턴즈의 주제곡인 “Hold Me, Thrill Me, Kiss Me, Kill Me”였다. 붉은 빛을 발하는 자켓을 입고 무대로 내려온 붉은 원형의 마이크를 쥔 보노는 루시퍼였다. 보노는 이 곡 중 수시로 붉은 빛을 발산하며 마이크 줄을 탈고 날아다녔다. 아주 튼튼한 독일제 허리라는 보노의 농담을 증명하듯. 이어지는 곡은 "With or Without You". 화려했던 조명을 뒤로 하고 관객 들의 모바일의 조명으로만 무대를 밝혔다. 곡이 끝났을 때 루시퍼의 붉은 자켓을 마이크에 건채 하늘로 올려보냈다. 록스타로서의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일까.마지막 곡 "Moment of Surrender"는 생일을 맞은 넬슨 만델라를 위하는 곡이었다. 공연을 마무리하는 인사는 넬슨 만델라를 위한 "Happy Birthday"였
다. 

그리고 관객이 빠져나갈 때 공연장을 채우는 노래는 엘튼존의 "Rocket Man"이었다.그리고 그 사이 원통형 스크린의 마지막 팬서비스는 로켓맨 우주인의 인사였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전철 안에서도 "Happy Birthday"를 부르며 공연의 여운을 즐겼다. 이미 7억불의 돈을 긁어모은 U2 360은 이제 이달 말에 캐나다 몽튼에서 열릴 공연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된다.


어디에서도 체험하기 힘든 큰 스케일과 창의성의 무대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관객을 흥분시키는 영상을 만들고 싶은 영상 및 영화학도가 있다면 U2의 공연은 몇번이고 봐도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무대 이상의 거대하고 강력한 사운드와 그게 아둔하지 않은 감각적이며 감동적인 음악 자체의 힘이 있다. 그리고 음악 및 뮤지션으로 지향점에 있어서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 통제되어 있음이 걸리지만, 그래도 그들의 음악과 정체성 속에는 ‘진심’이라는 부분이 있다. 그것이 좋은 뮤지션이 오랫동안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아닐까.


Setlist
U2
Space Oddity(David Bowie song)
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
I Will Follow
Mysterious Ways
Until The End Of The World
Get On Your Boots
Magnificent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Stay (Faraway, So Close!)
Beautiful Day
Elevation
Pride (In The Name Of Love)
Miss Sarajevo
Zooropa
Vertigo
City Of Blinding Lights
I'll Go Crazy If I Don't Go Crazy Tonight(with Discotheque snippet)
Sunday Bloody Sunday
Scarlet
Walk On

Encore:
One(with Hallelujah snippet)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Encore.2:
Hold Me, Thrill Me, Kiss Me, Kill Me
With Or Without You
Moment of Surrender
Happy Birthday

Interpol
Success
Say Hello To The Angels
Narc
The Heinrich Maneuver
C'mere
Barricade
Lights
Obstacle 1
Evil
Slow H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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