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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전

시계태엽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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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가상의 현실을 가장 사실적으로 얘기한 작품이라면 시계태엽오렌지는 폭력적이고 위선적인 현실을 가장 가상적인 캐릭터, 비주얼로 묘사한 작품일 수 있다. 성악설을 믿는 큐브릭답게 이 영화의 모든 등장인물 중에는 선한 인물이 하나도 없다. 노골적으로 사악했던-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인-알렉스만큼이나 정치인들, 관료, 의사, 과학자, 걸인, 부모 등등은 모두 자기의 이해 관계에 따라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자신의 이기심을 정당화할 제도화된 명분을 만들고 그 이기심 외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기의 가치를 상대방에 폭력적으로 강요하며 이는 알렉스가 자행했던 폭력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달리 1.66:1이라는 특이한 화면비는 사람의 전신을 비추거나 또는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들어가 상대방의 폭압적 시선을 볼 때 유용하게 쓰인다. 이 작품 역시 메인 테마로 쓰인 음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합창교향곡과 웬디카를로스의 전자음악으로 변형된 합창교향곡,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싱잉인더레인과 알렉스가 두들겨패며 부르는 싱잉인더레인. 영악한 정치가의 계산된 미소와 충동적인 알렉스의 생각없는 미소가 악수를 나누며 기자들의 플레시가 터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울려퍼지는 합창교향곡은 도구적 이성에 대해 극도로 시니컬한 느낌을 준다. 한편으로는 이 장면에서 냉소를 넘어선 환희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이성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적 시선만큼 이성의 힘을 믿는 큐브릭의 역설적인 입장이 인간의 이성이 만든 최고의 결과물 중의 하나인 합창교향곡을 통해 표현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UK, 1971, 137min)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말콤 맥도웰, 패트릭 마지, 마이클 베이츠, 워렌 클라크


Walrus의 베스트, 시계 태엽 오렌지에 이어 내일은 휴가내고 보는 8시간 연속 스탠리 큐브릭

-배리린든, 로리타, 샤이닝. 더욱이 샤이닝은 타고난 이야기꾼 봉감독과의 봉잡은 노가리 타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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