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기타등등

One plue One 2) Chick Corea & Gary Burton, SAC, 2007/3/10


01

일 더하기 일은 '19'? 아니 이제는 21.

walrus가 아무리 구리다고 갈궈도 그래미는 대중음악인들의 로망이다. 그래미를 못받은 뮤지션이 최고가 아니라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래미를 받은 뮤지션은 대중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뮤지션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칙코리아가 받은 14번의 트로피와 게리버튼이 받은 다섯번의 트로피, 그리고 이번 그래미에 칙코리아가 추가로 받은 두개를 더한다면 무려 21번. 받은 년도 또한 놀라운 것이 70년대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시점까지 양쪽 다 꾸준히 받고 있다.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영감이 넘치던 젊은 시절 결과물을 우려먹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창조적인 결과물을 쉴새없이 뽑아내는 그들의 정력은 가히 놀라울 다름이다. 여전히 그들은 무명 기타리스트를 발굴하여 새로운 영감의 원천으로 삼으며 어쿠스틱, 일렉트릭, 그리고 장르와 영역을 따지지 않으며 탐욕스러운 창조욕을 보여주고 있다.


무대에 섰을 때, 그 둘의 모습은 상당히 상반되었다. 게리버튼이 버클리 부총학장 출신답게 여전히 젠틀한 세미정장 스타일로 등장한데 반해 칙코리아는 시트콤에 개그컨셉으로 나올만한 완죤한 아저씨 컨셉이었다. 조폭들이 즐겨신는 단순한 운동화에다 두꺼운 양말, 두틈한 아랫배에 내어입은 남방 그리고 거대한 콧등가지. 칙코리아는 마치 떡두꺼비같았다. 그런 혐의는 곡이 끝날 때마다 떡두거비 스탭을 밟아주며 더욱 짙어졌다. 곡이 끝나면 늘 장난스러운 멘트를 날렸지만 연주 중에 집중력은 엄청나서 눈이 튀어나와 피아노에 떨어질 것 같았다. 흔히들 두꺼비는 마법사가 변신한 영물로 여겨지는데.


칙코리아가 은구슬, 금구슬 물어다 주면 게리버튼은 말렛이라는 별명의 요술봉으로 새로운 조각품으로 바꾼다. 또, 게리버튼이 공간 속에 파스텔톤의 기운을 흩날리면 칙코리아가 두꺼비처럼 달라붙어 용의 눈을 그려넣는다. 이전 공연 때도 느낀거지만 게리버튼의 비브라폰 연주는 참말로 신기하다. 하나 두개만 가지고 쳐도 풍성한데 평상시에는 세개, 그리고 가끔 4개의 말렛을 동시에 사용해서 음공간을 형성하니 신비로운 입체감이 형성된다. 왼손과 오른손에 두개씩의 말렛이 쥐어져 있고 각각 하나는 검지와 중지사에 끼워져 팔목으로 컨트롤되고 하나는 엄지로 조정되는 것처럼 보였다. 음의 거리, 강약, 속도를 그 어느 악기보다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그러기에 그 어느 악기보다 화성에 대한 깊은 탐구가 가능하지 않을지. 영롱하고 맑은 소리를 내지만 항상 신비로운 긴장감이 흐르는 소리. 워낙 다루기 어려운 악기라 가끔 실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첫곡에서는 소리도 다소 탁했고 스틱웍 중 양손의 말렛이 부딪히는 사고도 있었던 것 같다.


한곡한곡이 끝나면 두명이 교대로 곡을 소개하는 친절한 모습을 보였고 칙코리아는 꾸준히 개그 액션을 날렸다. 막판으로 갈수록 실험성과 에너지를 더해갔고 관중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앵콜을 한차례 더하기도 했다. 앵콜 때는 칙코리아가 두개의 말렛을 잡고 같이 비브라폰을 같이 연주하는 즐거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자기자신에는 너무나 엄격하지만 관객들에게 다가설 때는 너무나 격의없는 모습. 이는 그들의 음악이 늙어가지 않는 이유지 않을까? 재즈로부터는 '자유분방함'만 빌려온채 자신들의 악기를 다양한 전통과 결합하여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온 프론티어로서 그들의 업적은 이 시대의 클래식으로 부족함이 없다.


클래식을 듣는 분들이 대중음악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강한 비트가 주는 거친 호흡과 답답함 때문이다. 게리버튼과 칙코리아 둘이서 만드는 이번 공연은 별도의 리듬 파트가 없이 두개의 강력한 멜로디 악기로 진행되었다. 비트지상주의자인 walrus에 비해 클래식을 전공하신 분이 들었다면 그 어떤 클래식 공연보다 만족스럽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p.s. 부지런한 walrus에게 축복을. 첫째줄 맨앞자리는 게리 버튼 틀리는 것 뿐만 아니라 칙코리아 발구르는 소리까지 크게 들린다오~, 그래미 21개 받은 이들을 거실에서 듣는 느낌, 아리따운 이땅의 여성분들. walrus에게 시집오면 가능한 일입니다 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