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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검은목소리2) Youssou N'Dour & the Super Etoile De Dakar,LG,2007/3/1

서양사람들은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다. 사실, 그 사람이 그 사람 같다. 서양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을 봐도 그렇고 더욱이 흑인의 경우, 한국 사람들은 나이는 물론 사람의 외모를 구별하기 자체가 좀처럼 쉽지 않다. 사실 '익숙함'이란 '지겨움'과 비슷하면서도 정말 땔 수 없는 마약과 같은 것이다. 다소 익숙하지도 않을 수 있는 음악을 우리는 월드 뮤직이라고 대충 우겨 부른다. 월드뮤직으로 분류되는 이들 중 몇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쑨두가 한국을 찾아왔다. 유쑨두를 우리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라 부르지만 이 역시 엄청난 결례가 되는 말이다. 면적 3,036만㎢, 인구 약 6억 8천 명의 넓은 지역을 뭉뜽거려 부르는 것은 무지를 증명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한국 음악이란 말 대신 아시아 음악으로 분류될 것이며 시간남을 때 다루어지는 주변부일 것이다. 그 넓은 지역 중 서부 해안의 세네갈을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바로 유쑨두가 될 것이다.


'월드뮤직'을 얘기할 때 다뤄지는 문제들. 서구화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자본의 정형성에 끼워 맞춘 혼을 팔아먹은 음악이라는 관점에 유쑨두는 그 중심에 있다. 히트곡 7 seconds도 그렇지만 유쑨두의 음악을 들으면 80년대 음악을 더더욱 지겹게 만들었던 멋대가리 없는 폼잡는 신쓰 사운드로 부르는 재미없는 미국팝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세네갈 밴드와 함께한 이번 공연이 어떤 느낌을 주느냐가 사실 이런 사실에 대한 고민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고 멤버가 입장하였을 때 처음 느낀 것은 대형밴드가 진짜 피부색이 '검은' 흑인들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또, 기타 2, 베이스1, 드럼1가 꾸준히 자리를 지키는 록편성이었다는 점, 그리고 요즘 록밴드 편성에도 거의 다들어있는 퍼커션있는 정도로 편성에서 차별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다르다면 다들 복장이 잠옷 스타일이라는 점이며 유쑨두의 슬리퍼 스타일을 비롯하여 운동화 그리고 검은 양말에 검은 구두를 입은 토킹 드럼 주자까지.


주) 잠옷+검은 구두: 자다가 편의점에 라면 먹으로 가는 복장.


월드뮤직이라는 음악에 대한 부정적 편견은 첫곡이 시작되었을 때도 지속되었다. 신스에 기반한 영어 노래. 물론, 보컬 톤과 창법은 상당히 독특했지만. 두번째 곡에 겨드랑에 퍼커션을 끼고 구브러진 스틱과 손바닥으로 연주하는 Talking Drum주자 Assane Thiam이 등장하며 새로운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쑨두의 창법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유쑨두의 음악 속에는 기존의 서구 음악 심지어 아프리카에서 건너간 블루스나 재즈와도 다른 부분들 있었다. 기존의 서구음악에는 화성, 리듬, 곡 구조 모두 서구의 음악은 위계 질서와 사이에 강/약이 있다. 또한 힘을 모아가다 터뜨려주는 다이내믹한 맛을 즐겨쓰는데 유쑨두의 음악 속에서는 그런 부분도다 자유분방하며 집요하게 리듬을 끌어간다는 느낌을 들었다. 가끔씩 지를 때는 상당한 성량과 음역을 보였지만 '지름'이나 '폭발'에 의존하지도 않았다. 집요하게 리듬을 끌어가도 Maximum까지 끌어올리지도 않았다. 집요하면서 은근하게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록음악의 비트에 한계를 느꼈던 피터 가브리엘과 스팅이 새로운 비트를 찾아 유쑨두와 교류했던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평범해보이는 악기 편성 속에서도 일반적인 록밴드와 달리 기타가 뒤에서 연주하고 퍼커션과 드럼이 앞으로 나왔다. 드럼을 연주할 때도 탐탐의 허리를 친다거나 드럼 스틱의 끝 대신 전체를 쓴다거나 하는 다소 다른 시도 들이 있었다. 또, 유쑨두가 언급한 것처럼 그들은 세상 속에서 소리를 듣는데 그 세상 속에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움직임'속에서 나는 소리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유쑨두가 노래부를 때보다 세명의 리듬 주자(리듬 기타는 리듬에 참여하기도 했다)가 독특한 비트를 끌어낼 때가 더욱 흥미로웠다.


Beck의 탬버린 스쿨보이 댄서 만큼이나 가끔씩 뛰어나와 흑인 특유의 탄력으로 예측 불가의 춤을 춰댄 Moussa Sonko은 공연의 흥을 돋구었다. 이름 마저 설기현의 레딩에서 완소미소의 중앙수비수 Sonko와 갔다니. 댄서 Sonko의 재롱 역시나 만만치 않았는는데, 막대기로 무대의 먼지를 일으키다 지렁이 댄스로 쓸고 다니기도 하고 김장훈과 다른 높은 뜀뛰기를 아주 빠르며 독특한 동작으로 행했고 가끔은 유쑨두와 토킹 드러머와 같이 추기도 했다. 이런 춤은 한국인, 미국인은 물론, 같은 아프리카도 다른 지역은 추기 힘들 것 같다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멤버 소개 시 무대에서 관객 석으로 뛰면서 슬라이딩을 했는데 그러고도 안다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마돈나 DVD에서 관객석위를 공중부양으로 나르는 것이 가능한 종족도 있음을 더불어 확인했다. 댄서의 주무대가 나 코앞이었고 과격 슬라이딩 시는 사실 나한테 지단이 마테라치한테 했던 헤딩을 다이빙을 하면서 하는 줄 알고 살기를 느꼈다-이 역시 부지런한 자의 특권일지니.


그의 최대 히트곡 7 seconds를 부를 때 우리 아름다운 윤선 누님이 나오셨다. 보컬 사운드를 잘못잡았는지 아니면 컨디션이 정말 안좋았는지(감기걸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니면 곡 자체가 지르는 곡이 아니라서 그런지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표현력이 나오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다. 더욱이 눈을 마주치며 노래를 부르고 노래끝나고 안아보는 유쑨두가 무지하게 부러웠다. 아무튼.


유쑨두의 음악은 재료 자체가 사실 나에게 생소했다. 이번 공연 속에는 이런 익숙함과 본연의 정신 그리고 자신의 사회적 주장을 기존의 감수성에 거부감을 느끼게 하지 않으면서 관객에 전달하고자하는 고민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월드뮤직에 대한 비판은 꼭 필요하며 더 좋은 예술에 대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다르지만 같은 세상에 마음이 열려있다면. 사인회 때 유쑨두의 인상은 전형적인 흑인 인텔리였다. 태극기 티셔츠를 선물할 때 웃으며 입는 등 팬들에게도 친절했다. 많은 이들에게 공감이 가면서 자신의 음악을 하기를 원한다면 두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영리하게 대처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지 말 것.


Setlist

My hope is in you

Mama Bamba

C'est L'amour


Li ma weesu

Baykat

Africa, dream agian

No more

Ndiadiane ndiaye

Set

Birima

7 seconds

New Africa


Encore


Youssou N'Dour - lead vocal


The Super Etoile de Dakar

Habib Faye - Guitar bass

Pape Omar Ngom - Guitar Rhythm

Mamadou Mbaye - Guitar

Assane Thiam - Talking Drums

Elhadji Faye - Percussions

Moustapha Faye - Keyboards

Djanke Djiba Termessant - Chorister

Moussa Sonko - Dancer


Boubacar N'Dour - Company

Prince Mactar N'Dour - Technical Director

Soukeyna Ndoye - Admini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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