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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Chucho Valdes, SAC, 2007/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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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펀치와 거친 땀냄새. 그의 터치는 하나하나가 강력했다. 한번의 터치를 어떻게 예쁘게 낼까 고민고민하는 것이 보이는 많은 감성파 피아니스트들과 달리 그의 연주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호방함'으로 표현될 수 있었다. 아프로 큐반의 비트에 충실한 곡 뿐만 아니라 서정적인 곡에서도 그의 해석은 시원시원했고 기교를 보이는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공연을 보면 바닥에서 떨어졌다 붙었다 크게 구르는 그의 발을 발결한 수 있었다. 또, 나를 뒷자리를 쫓아내보낸 좌우측의 거대한 스피커도 사운드의 힘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퀄텟의 편성 역시 비트의 힘을 강조하기 위해 3명의 리듬 악기가 추초발데스의 피아노 연주를 보좌하고 있었다. 집요함으로 상징되는 쿠바 퍼커션의 야롤디 아브레우 로블레스도 공연의 흥을 돋구었지만 무엇보다도 드러머 쥬앙 로자스 카스트로의 연주가 무척 흥미로웠다. 다른 피아노 위주의 퀄텟의 드럼 연주와 달리 브러시 보다 강한 비트를 뽑아내는데 주력했고 마치 퍼커션 연주처럼 집요했지만 솔로로 들어가면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사실, 베이스/퍼커션의 비트가 너무 강해 때때로 피아노의 테마를 도드러지게 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쿠바의 음악 자체가 선명한 멜로디를 들어내는 것보다 '비트'의 힘에 의존하는 특성이 있지 않을까?

그가 존경하는 아티스트 중 아버지 베보 발데스를 제외하자면 대부분이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였지만 그의 연주 하나하나에는 쿠바 출신임을 증명했다. 로스 반반 공연 당시 보여준 바닥을 비비는듯한 댄스의 비트. 건반의 터치 역시도 강한 터치 그리고 그들의 스탭처럼 독특하게 꼬여들어가는 비트.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로워졌다. 피아노 연주와 박수를 주고 받는 장면, 베이스와 퍼커션 주자가 동그란 타악기로 재밌는 소리를 내며 노래를 부르는 순간 보여준 41년 생 추초 발데스의 춤사위, 그리고 추초발데스와 멤버들간의 연주 배틀까지. 이날 공연은 이날 찾은 관객들을 여러번 자리에서 기립하게 하는데 충분했다.


Piano - Chucho Valdes

Percussion - Yaroldy Abreu Robles

Drum - Juan Carlos Castro Rojas

Bass - Lazaro Rivero Alar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