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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One plus One 1): Larry Carlton/Robben Ford, 세종문화회관, 20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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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칼튼과 난 인연이 많다. 포플레이 두번 또는 세번, 사파이어 블루 두번, 스카서 루카서와의 조인트 공연까지 다섯번을 본 것으로 기억한다.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지난 사파이어 블루의 경우는 본의 아니게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같이한;; 적도 있었다. 래리 칼튼이란 기타리스트를 아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보게 되었고 또 본의 아니게 늘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왜 그런가 곰곰 생각해보니 재즈적이거나 스무드적인 부분보다도 블루지한 부분이 늘 꼽혔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블루스 스페셜리스트 로벤 포드와 같이 무대에 섰다. 이번에는 화끈한 잼을 통해 블루스를 집중적으로 팔 것 같으리라 예상되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밴드 대신 래리 칼튼과 로벤 포드가 먼저 섰다. 예상대로 래리 칼튼은 최첨단 기술로 원형 탈모가 복구되는 그런 일은 없었으며 여전히 교수님 스타일, 더 자세히 말하자면 교수님이 제자들과 어울리기 위해 튀는 청바지를 입고 나온 그런 상태로 나왔다. 여전히 교수님의 기타 액션은 어눌했고 오바하는 장면 역시 30도 내지 45도 정도로 들어올린 기타 끝을 80도 정도로 하늘로 올려쎄우는 정도. 래리 칼튼의 장점은 교수님 같은 외모와 달리 포용력이 강하든 점이다. 엄청난 세션 기록 역시 파트너의 주문 사항을 잘 따라주며 상대를 돋보이게 할 줄 안다. 이전의 내한공연에서도 래리 칼튼의 원맨쇼에 꼽히기 보다는 같이해왔던 파트너에 힘을 준다. 포플레이에서는 밥제임스가 살고 스티브 루카서의 비브라토를 더욱 돋보이게 했으며 사파이어 블루의 브라스는 그 어느 록앤롤보다 신바람 났다. 한국에 자주 오다보니 여유가 넘쳤고 교수님이 (사실 그다지 웃기지는 않은) 농담도 자주 건내셨다. 로벤 포드는 점잖은 듯 보였지만 검은 티셔츠 단추를 상당부분 풀어제낀 마초적인 아저씨 스타일로 나왔다. 노래를 멋지게 불러제낄 땐 딱 미국에서 나올 수 있는 그런 느낌의 보컬이었다.. 둘이서 속삭이듯 수다를 떨 듯 오밀 조밀한 핑거링과 피킹을 주고 받았다. 밴드가 등장한 두번째 곡 역시 그다지 블루지하지 않았고 공연 전체를 보더라도 블루스에 충실한 곡은 두세곡 정도였다. 여전히 오밀조밀하게 테마를 발전시키고 약간은 느긋한 듯하며 원하는 음을 주고 받는 그런 쪽으로 공연은 진행되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들 사이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캘리포니아 출신이라는 점. 캘리포니아 출신의 뮤지션들의 음악 속에는 방만하다 싶을 정도로 느긋하고 여유로움이 존재한다. 탄탄한 기본기를 가지고 있고 빡센 하드록 밴드 마저도 근간에는 그런 정서가 있다. 래리 칼튼의 탄탄한 기본기와 포용력도 이런 캘리포니아의 정서에서 오지 않았을까? 다소 레이드-백된 듯 해도 핑거링하나 피킹 하나는 긴장감이 넘쳤다. 반면 가장 힘있고 화끈한 솔로는 땅이 울릴 정도로 힘있는 터치를 선보인 건반주자쪽에서 나왔다. 여전히 수준급의 라이브임에도 이러한 정서가 국내 팬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었는지는 다소 회의적이며 나 역시 코피터지는 배틀을 기대했다. 마치 거만한 스티비 레이본이 비비킹과 코피터지는 솔로 배틀을 벌였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