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코엑스 컨벤션홀은 공연장이 아니라 전시장용 공간이었다. 좀 심하게 넓었다. 출입구는 관리가 잘 안되 입장이 쉽지를 않았고 제대로 구역에 대한 표시도 되어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대는 점처럼 보였다. 더욱이 플래시 터트리는 인간들과 아무런 양심의 가책없이 시야를 막으면서 공연 중에 걸어다니는 인간들은 혈압을 더 올렸다. 그날 공연장 상황은 U2와 같이 파워로 승부하는 뮤지션이 아니라면 정말 아니었다. 노라 존스 역시도 이런 건 처음 보는 듯 멀리 끝을 보는 척 했다. 내가 있던 자리는 옆엔 스크린이 펼쳐져있어서 보는건 커버된다고 하더라도-이것 역시 재즈 공연에 있을 상황은 아닌 듯 하다-소리 자체가 일단 작았다. 앵콜 당시 앞으로 갔을 때 소리의 느낌은 아주 달랐다. 소리 자체는 깨끗했지만 아무래도 옆으로 워낙 넓은 공간이라 포근하게 감싸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공연을 보면서 다시 느낀 사실은 역시 노라존스는 포크 뮤지션이라는 것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포크를 기반으로한 싱어송 라이터의 전통에 훨씬 가까운 뮤지션이라는 점이다. 캐롤킹, 조니 미첼, 탐웨이츠까지. 록처럼 비트가 강하지는 않았지만 재즈의 자유로운 비트보다는 훨씬 정형적이었다. 기타 사운드도 부분적으로 록적인 면도 있었고 실험적인 면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편안함을 강조하는 쪽이었다. 전체적인 연주력이나 보컬이나 무난했지만 관중을 압도할만한 그런 부분은 없었고 그런걸 의도하지도 않았다. 노라 존스의 보컬은 약간은 날린다는 느낌마저도 들었다-물론, 비교대상이 다이앤 리브스와 같은 최고의 재즈 보컬이라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이런 공연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거금을 들여야할까? 네임 밸류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런데, 네임밸류를 확인할만큼 다른게 뭐냐는거지?
이런 음악이 가치가 없는 건 아니다. 조그만 펍에서 피아노를 치는 할아버지의 음악이 훨씬 감동적일 수 있다. 노라 존스의 음악은 그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까운 곳에서 부담없이 누군가가 자기에게 속삭이는 것처럼. 거금을 들인 대형 공연장에서는 그런 음악의 맛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구형 라디오에서 Don't know why를 듣는게 낳다. 사실, 60년대 후반과 70년 대 싱어송 라이터 군의 음악이 그랬다. Carole King의 Tapestry, Joni Mitchell의 Blue, Don McClean의 American Pie 등... 이런 음악들은 포스트 베이비붐 세대의 허전한 구석을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해줬다. 지금의 노라존스의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는 듯 하다. '재즈'라는 별로 이해할 수 없는 장르로 분류되어서. 노라 존스가 미국에서 높게 평가 받는 이유는 '트래디셔널'한 정서를 담백하고 표현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래미가 좋아하는 방식이다. 그래미와 1600만 장이라는 실제로 거대한 상업적 성공은 21세기 사람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감싸줄 음악을 빼앗아고 가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역시 60~70년대는 축복의 시대였다.
사실, 노라존스의 공연을 보면서 에어브릴 라빈이 연상되었다. 소녀적인 장난기가 살아있다는 점에서 우선 그런 느낌이 왔겠지만, 왠지 과대평가라는 인상 때문이었다. 21세기에 가장 통하는 음악상품이 바로 에어브릴 라빈과 노라 존스이다. 둘 다 음악적으로 가야할 길이 많은 뮤지션임에도 거대한 홍보와 상품화는 오히려 그들의 성장을 막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하나는 10대 소녀의 워나비에 또 하나는 재즈로 뭉뜽그려지는 여피의 고급스러운 느낌에 의존하고 있다는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노라 존스에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노라 존스가 음악을 다루는 태도에 있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녀는 새로운 음악보다 자신의 음악이 동일한 밴드라인업에서 보다 완성된 사운드를 만들어가는데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는 음악적으로 향후 발전을 기대할만한 건전한 태도로 여겨진다. 다음 음반과 공연을 기대한다. 다음 공연은 제발 이런 식의 기획은 아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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