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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파블로 지글러 내한공연 20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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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의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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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아르헨티나 식일까? 정말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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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터 카스트로의 반데네온이 무엇보다도 발군이었다. 윌터 카스트로는 오른 무릎에 천을 올려놓고 그 위에 올려놓고 연주했다. 벌리면서 양무릎에 올려놓을 때도 있었고 왼쪽 무릎위로 옮겨서 연주할 때도 있었다. 오른쪽에는 건반이 있는 것 같았고-잘 보지는 못했다-왼편에는 단추가 다소 무질서하게 수십개 정도 눈에 띄었는데 건반과 비교했을 때 작고 다른 음역을 내는 듯 했다. 무릎으로 툭툭 박자를 맞추면서 소리를 묘하게 조절하는듯 했는데 신기할 나름이었다. 반데네온이 좁혀질 때는 검게 보이다가 넓게 펴면 빨갛게 보이는 것이 상당히 비주얼한 악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반데네온은 탱고에 있어서 그 이상이었다. 좁혔다 펼쳐지는 모양새는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듯 했다. 아주 감성적인 음악을 하면서도 카스트로의 표정은 몹시 단호했다. 감성을 표현하는 자유에 대한 단호한 의지라고나 할까?

키케 시네시는 전형적 중남미 스타일의 기타리스트였다. 중간에 타악기적인 음색을 내기도 했고 맛깔나는 솔로잉도 들려주었지만 그의 주 임무는 베이스음을 통해 다른 파트를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이었다. 파블로 지글러는 클래식적 소양이 탁월한 연주자였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돋보이는 순발력을 보여주었고 클래시컬한 느낌 속에서도 탱고의 자유로움을 마음껏 표현했다.

탱고의 음악사적 가치는 클래식의 형식미라는 족쇄에 갖추어진 감성을 표현하는 자유를 되찾은 것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그러한 감성의 과잉이 듣는 이들을 빨리 지치게 하기도 했지만. 탱고 속에서는 슬픔과 비장미, 민중의 애환과 통속성이 클래식의 진중함 속에 스며들어있다. 그러나 그러한 멜론콜리한 감성 외에도 유머와 위트와 같은 즐거움이라는 낙천적인 요소도 들어가 있다. 그들은 항상 서로의 눈빛을 맞추며 연주를 했고 곡이 끝나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연주의 피니시나 인사 장면에서는 클래식의 대가 답지 않게 귀여운 모습도 자주보였다. 그러한 낙천적인 요소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어떠한 것에도 저항을 하는 아르헨티나 민중의 의지에 기반한다. 그 어떤 수비수도 막을 수 없었던 마라도나의 돌파력과 그 어떤 독재권력도 막을 수 없었던 체게바라의 혁명의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