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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펜타포트 2023 2일차, 스트록스(Strokes), 검정치마, 잠비나이

정말 보고 싶었고 대부분을 만족시켰다. 보컬이 압도적이고 과시적이고 돋보이는 음악이 좋은 음악은 아니다. 특히 록에서는, 음역이 납작한 남성보컬의 록에선 더더욱. 최고의 음반을 꼽아본다면 납득할지도. 오히려 프론트맨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대 안에서만 요구되는) 하체 움직임과 밴드와의 앙상블, 무대장악력이다. 스트록스는 20년전 등장한 최후의 반짝이는 로큰롤 밴드 중 하나다.
줄리안 카사블랑카스가 더위 먹고 술취해서 헤매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17년 전 공연보다 훨씬 날카롭게 후벼파는 기타사운드가 있으니. 좋은 기타사운드에 프론트맨은 조신하게 올라타기만 하면된다. 물론, 썰렁한 멘트를 길게하며 끊어먹기보다 75분을 달리기를 원했다. 뭐 이렇게하기엔 중년 뉴요커 엄친아가 늙었을 뿐. 빤짝거리고 치밀했던 뉴진스의 롤라팔루자셋을 보면서 기타 든 백남의 음악이 지는 해라는 것을 확인할 뿐.

반응이 정말 좋았다. 이런 노래로 놀 수 있을까 싶은데 때창하고 춤추고 원을 그리고 앉았다섰다 정말 잘놀았다. (나에겐 그냥 우울찐따음악일 수 있지만) 세대를 관통하는 정서가 있었고 그점에서 공연장을 찾은 수만명과 연결되었다. 물론, 이렇게 통한 음악에도 그렇게 원하지않은 양복장이 회사원이 되어야했지만, 뭐 나쁘지 않은 중년 생활.

퓨전이라는 시도, 특히 오케스트라와 밴드가 협연하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였다. 두개의 다른 소리를 어거지로 붙인 시도. 국악과 록의 결합은 그럴 위험이 더 크다. 그런데, 잠비나이의 결과물은 꽤 흥미롭다. 거문고의 두꺼운 소리가 독특하고 무거운 비트의 긴장감을 불어놓는 베이톤이 보강된 효과를 주고 기타, 해금과 태평소로 독창적인 포스트록 사운드를 구성한다. 여기에 정치적 요소로 왠만한 영미권 철딱소니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