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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엘튼존-20151128, 언더스테이지















보통 뮤지션의 공연을 여러차례 보게되면 처음볼 때가 아무래도 제일 신선하고 이후는 그 이전의 감흥을 찾기 어렵다. 그게 내가 늙어서 그렇기도 하고. 그런데, 엘튼존은 달랐다. 처음 잠실주경기장에서 본 공연이 피아노 괴물 이상의 감흥이 없는 실망스러운 공연이었다면 그 다음 체조경기장에서의 공연은 화끈했고 오늘 단 500명을 대상으로한 클럽공연은 록공연의 궁극의 쾌락을 제공했다. 메이저리그 정상의 투수가 크보로 와서 매경기를 씹어먹는 수준. 심지어 잉베이 맘스틴 공연을 지루하게 만들었던 음향의 문제도 그다지 없었다. 결정적인 순간 큰 사고는 있었지만.


올 한해 선길문, 폴매카트니, 푸파이터스, 디스트로이어, AC/DC 등 좋은 공연만 골라봤다고 자부하지만 공연시간 1분전을 못참고 밴드가 연주를 시작한 처음 두곡의 강력한 사운드가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순간, 이 공연은 2015년 최고의 공연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젊은 시절과 비해 많이 두꺼워진 엘튼존의 보컬은 이전 공연 때와 달리 꽤 괜찮았고 특히 이전에 별로라 싶었던 몇몇 발라드록에서도 충분한 호소력이 있었다. 'Your Song'도 좋았다. 70년대 부르던 'Your Song'의 담백함과 달리 다른 의미에서 좋았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몇몇곡에서도 (예를 들자면 'Levon') 곡이 확장되고 전개될 때의 몰입감과 쾌감이 있었다. 


(폴 매카트니의 밴드처럼) 이미 베테랑의 경지에 오른 후 5인조 록밴드가 20년동안 큰 멤버 교체없이 호흡을 맞추었을 때의 파괴력을 실감한만큼 엘튼존이 피아노 솔로를 연주하는 순간, 로맨틱하다가 위엄있고 강력했다가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그 순간, 기타가 지닌 작은 오케스트라의 지위를 가볍게 강탈해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애수와 낭만이 공존하는 'Rocket Man'. 역시 별로 좋아하지않는 'Don't Let the Sun Down on Me' 역시도 한음한음의 통렬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공연 중 옥의 티라면 가장 뜨거운 순간을 장식해야할 'Saturday's Night's All Right for Fighting'에 보컬이 거의 안나왔다는 점. 그 곡마저도 연주에서 기지를 발휘하며 뜨거운 순간을 이어갔다. 이번 공연이 끝내준 또 하나는 충분한 집중력으로 전개되는 공연이었지만 같이 논다는 밴드와 클럽의 공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 드러머가 연주 중간중간 색다른 톤을 필요로 할 때는 자신의 드럼키트 대신에 자신의 머리 위에 가로놓인 파이프를 두들기기도 했다. 공연이 공식에 따라 일이 되기도 하지만 장난기와 변수로 서로간의 교감하는 놀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딱 정해진 앵콜곡 때창을 부르는 'Crocodile Rock'을 하고 내려갔다. '나~나나나나나'는 순전히 관객의 몫으로 남긴 채. 


p.s. 비싸다고 얘기하는 이도 있었지만 자기돈내고 공연을 자주 봐왔다면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카드 할인 가격은 왠만한 국내뮤지션 공연이나 통기타 하나들고 공연하는 것과도 별 차이 안나고 탑뮤지션이 풀밴드셋으로 작은 클럽에서 하는데.


Setlist

Funeral for a Friend/Love Lies Bleeding

Bennie and the Jets

Candle in the Wind

All the Girls Love Alice

Levon

Tiny Dancer

Believe

Daniel

Philadelphia Freedom(Elton John Band song)

Goodbye Yellow Brick Road

Rocket Man (I Think It's Going to Be a Long, Long Time)

Hey Ahab

I Guess That's Why They Call It the Blues

The One

Your Song

Burn Down the Mission

Sad Songs (Say So Much)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Don't Let the Sun Go Down on Me

The Bitch Is Back

I'm Still Standing

Your Sister Can't Twist (But She Can Rock 'n Roll)

Saturday Night's Alright for Fighting


Encore:

Crocodile R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