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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AC/DC-20150925, AT&T파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AT&T파크에서 열린 AC/DC의 공연은 일치감치 매진되었다. 칼트레인은 공연이 마친 후 추가운행을 하는 것을 밝혔고 샌프란시스코 일간지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매진된데로 AT&T파크는 스탠딩은 물론, 야구장의 좌석까지 가득찼다. 어두어지자 야광봉 악마뿔에 AC/DC가 새겨진 야광봉으로 인해 붉은 빛으로 가득했다. 음악이 가장 풍성한 이 동네 마져도 AC/DC의 공연은 중요행사였다.

노년,중년층이 일단 많았고 아이들도 많이 데려왔고 젊은 남자애들도 많았다. 정말 힙스터는 같은 날 열린 퓨처 아일랜드에 갔겠지만 사이즈에서는 비교가 안된다. 오프닝으로 요즘 뜨는 빈티지 트러블. '제임스 브라운이 프런트맨인 레드제플린'라고 얘기하는 이도 있었지만 레드제플린의 영국적인 면이나 포크적인 요소, 헤비니스함과는 달리 전형적인 미국-대충 멤피스 정도로 하자-사운드로 라이브한 그루브를 내는데 촛점을 맞춘 밴드. 3명의 백인 멤버들이 그랬고 흑인 프런트맨은 전형적인 제임스 브라운 워나비였다. 잘했다. 미국 사운드의 맛을 아는 밴드고 정력적인 프런트맨은 제임스 브라운을 연상-연상만 되기는 하지만-을 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확 꽂히는 곡이 없다는 점. 아무 팀이나 AC/DC가 될 수 없는 이유였다. 또 한가지 LA에서 온 사람 멘트를 했는데(LA출신이다) 여기서 샌프란시스코를 안하니 관객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여기도 비슷하게 쪼잔하다.

최근 사실 일이 많았다. 말콤 영이 몸이 안좋아서 드러머 필 루드는 수사 중이라 그만 뒀다. 오랜 멤버라 지장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AC/DC는 앵거스 영과 브라이언 존슨의 밴드였다. AC/DC가 등장했을 때 첫 느낌은 그냥 아저씨였다. 레전더리한 뮤지션들이 보통 때는 그냥 아저씨 할아버지인데 무대에만 올라서면 무대성형이 되는 것과 달리 그냥 호주 아저씨였다. 샘해밍튼이나 옥스프링과 그다지 다를 것 없는. 특히 브라이언 존슨의 적당히 무릎을 굽힌채 삿대질하는 무대 매너는 술취한 아저씨의 어정쩡한 춤동작과 다를 바 없었고 쇳소리 목소리나 패션센스 역시도. 또, 앵거스 영의 전매특허와 같은, 척베리에게서 영감을 얻은 깽깽이 스탭으로 리프를 치는 동작과 곡이 끝날 때 점프 역시 그냥 백인 아저씨들이 노는 방식처럼 보였다.

그리고 공연 시간 내내 8비트 로큰롤이었다. 왠만한 밴드는 어쿠스틱이나 일렉트릭한 부분이나 다른 짓하는거 좀 넣는데 시종일관 8비트로 달린다. 뭐 대충 이 정도 얘기하면 세상에서 제일 날로 먹고도 엄청난 돈을 버는 밴드처럼 보인다. 2억장의 레코드와 제일 큰 튜어 중의 하나를 하고 있으니. 그런데 가장 간단하면서 핵심에 충실한 것이 어렵다. 로큰롤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음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Back in Black', 'Highway to Hell', 'You Shook Me All Night Long'같은 정말 매일 들어도 좋은 노래를 만든 밴드는 세상에 극히 제한적이며 이 간단한 곡을 다른 팀이 카피했을 때 비슷하게도 못낸다. 

브라이언 존슨의 보컬이 쇳소리고 음역이 좁고 그런 걸 얘기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 쇳소리가 끝내주게 신나는데. 음역 넓고 톤 다양한거 좋아하면 나가수같은거나 들으면 된다. 그런데, AC/DC는 역시 앵거스 영의 밴드였다. 스탭을 밟거나 뛰거나, 움직임이 기타치는 믹재거같았다. 머리털 다빠지고 교복입고 그런게 뭐 웃기기도 한데 그게 또 매력인 기타리스트. 또한 간단하다고 쉽거나 뭐 그런 연주가 전혀 아니다. 솔로 타임이 많긴해도 그루브와 박력에 집중했는데 그걸 만드는 기교는 만만하지 않았다. 가끔은 에디 밴헤일런과의 접점이 느껴지기도.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공연 초반 기타 사운드가 선명히 분리되지 않았던 점이 있다. 또 지나고 나서 다시드는 생각이지만 돋보이는 앵거스영만큼 리듬의 추진력이 다소 아쉬웠던게 말콤영의 공백일수도. AC/DC는 뭐 이게 아주 문제일 필요는 없는 팀이었다. AC/DC는 아이이기를 원하는 어른들에게 어른이 되었지만 아이처럼 살아도 뭐 어때 하는 것을 수준높게 보여주는 팀이다. 아이들의 음악인 록을 하는 아저씨록 그룹의 최고봉. 그들의 여정이 끝나지 않기를.

Rock or Bust/Shoot to Thrill/Hell Ain't a Bad Place to Be/Back in Black/Play Ball/Dirty Deeds Done Dirt Cheap/Thunderstruck/High Voltage/Rock 'n' Roll Train/Hells Bells/Baptism by Fire/You Shook Me All Night Long/Sin City/Shot Down in Flames/Have a Drink on Me/T.N.T./Whole Lotta Rosie/Let There Be Rock(with Angus Young guitar solo)/ Encore:Highway to Hell/For Those About to Rock (We Salut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