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록클래식

스페인여행(12)-Jeff Beck: 20090722, Pueblo Espanol, Barcelona


우리같으면 민속촌이라할만한 스페인 마을이라는 공연장은 입구부터 기분이 좋았다. 아담한 분위기도 적당했고 소리도 좋을 것 같은 그런 공간이었다. 사실, 몇년전 Jeff Beck의 공연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비오는 날이라 확실히 소극적이었고 더욱이 후지에서는 했던 산타나와의 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클래식록의 공연에서 원하는 모든 것이 만족된 최상의 공연이었다.

4인조의 간단한 밴드지만 정갈하지만 날카롭게 쑤셔주는 사운드는 록기타의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레파토리 역시 예측가능할만큼 변화무쌍했던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최고만을 뽑아낸 듯 했고 청명한 하늘 속에서 느끼는 제프벡의 기타는 오케스트라의 야외공연만큼 풍성했다. 공연장에서 난 제일 어린 편에 속했지만 애기나 아이를 데리고 온 어른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대체로 연주중에 관객들의 반응은 차분했지만 나 옆의 어떤 아줌마가 격하게 추는 상황에서 walrus와 눈치보던 아저씨1까지 헤드뱅잉을 감행하는 예상 밖의 시추에이션도 나오기도 했다. 왠만해서 쇼를 하지 않는 제프벡 임에도 오늘 공연엔 Tal Wilkenfeld의 베이스의 기타를 잡고 같이 치는 멋진 퍼포먼스를 선물하기도 했다.

한편, Tal Wilkenfeld가 과연 남자일지 여자일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여자란다. 86년생인 그녀는 최근 들어 가장 주목받는 연주자이며 2008년엔 올해 가장 exiting한 연주자로 꼽히기도. 뭐 굳이 제프벡의 뮤지션이 아니라고 해도 그 이전 경력이 무려 올맨브라더스, 칙코리아, 허병국, 웨인쇼터 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왠만해서 노련한 뮤지션으로 밴드를 꾸리는 제프벡이 굳이 미소녀 취향 때문에 그녀를 선택한 건 아님이 확실 시.

연주자로서는 드물게 올해 Rock and Roll Hall of Fame에 입성한 최고의 기타리스트의 최고의 공연을 볼 수 있어 행복한 날이었다.

Jeff Beck
Tal Wilkenfeld Bass
Jason Rebello Keyboards
Vinnie Colaiuta Dru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