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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빌리 조엘 - 2008/11/15, 체조경기장

정말 수많은 음반 중 완벽을 넘어 가장 완전한 팝송 앨범을 꼽는다면 Carole King의 Tapestry, Beatles의 Rubber Soul도 있고 Elton John의 Goodbye Yellow Brickroad도 있지만 단 한장을 꼽으라면 난 이 앨범을 선택한다. Billy Joel의 Stranger. 전 앨범의 멜로디와 연주는 모두 팝의 클래식이 되기에 충분하며 들을 때마다 좋은 느낌을 주는 곡들이다. 더욱이 뉴요커로서 소외된 블루칼라의 감성을 절묘하게 터치해나간 미덕도 있다. 팝의 시대의 양대산맥으로 엘튼존과 빌리조엘을 비교하자면, 차트에서 꾸준한 스탯을 보여준 엘튼 존에 비하자면 빌리 조엘의 스탯은 다소 기복이 있어보이지만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항상 숨기려고 했던 엘튼 존에 비하자면 빌리 조엘은 확실히 뉴요커라는 자기 정체성을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낸 뮤지션이라할 수 있다. 

뉴욕에 대한 단순한 찬사에 그치지 않고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씁쓸함 등 진정 뉴욕을 이해하고 그곳 사람들 그 자체를 음악으로 사유하는 이가 영화에서 우디 앨런이라면 음악에서는 바로 빌리 조엘이다. 공연 중에도 주먹을 내미는 동작과 수건을 이마에 덮는 액션이 있었지만 젊은 시절 복서로서의 열정과 가면이 나타난 Stranger 앨범의 자켓, 자신의 음악적 토양이 된 52번가를 앨범제목으로 한 것등등 뉴요커로서의 무한 애정이 곳곳에서 들어난다. 빌리 조엘의 음악은 곳곳에서 씁쓸한 맛이 있지만 그만큼 달콤하고 또한  낙관적이다. 전후의 미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뉴욕의 이방인으로 어떨 때는 쓸쓸하고 어떨 때는 힘들지만 하지만 미래는 지금보다 낳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정서가 빌리조엘의 음악 속에는 깔려있다. 낙관이 사라진 지금의 미국에 있어서는 또 다른 느낌을 주겠지만. 빌리 조엘의 곡은 한 사람이 썼다고 하기에는 그리고 이런 영감을 어디서 가져왔을지 궁금할 정도로 너무나 다양하지만 또한 그만큼 곡의 영감과 사운드를 트래디셔널에 빚을 지고 있다. 발라드에서도 뉴욕이 재즈의 도시임을 느낄 수 있는 스윙감과 자유로움이 있으며 많은 곡에서는 팝센스와 록앤롤의 스트레이트함이 자유롭게 뒹굴 수 있는 감각은 수많은 뉴욕의 재능 중에서 그가 특별함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어제 자미로콰이가 한 올림픽홀처럼 오늘 빌리조엘이 열린 체조경기장도 꽤 좋은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체조에서 한 대부분의 공연은 올림픽홀과 비슷하게 역시 대체로 안좋았지만 에릭클랩튼, 스팅과 더불어 이번에 빌리 조엘은 상당히 좋았다. 공연의 quality 역시도 명불 허전. 뉴욕의 느낌을 원해서일까? 빌리 조엘의 밴드에는 (그래도 뉴욕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뉴저지 출신 한명과 호주 출신을 한명을 제외하자면 모두 뉴욕 출신의 멤버였다. 한명의 흑인여성 뮤지션을 제외하자면 백인 남성 뮤지션이었고 드러머를 제외하자면 다들 젊은 뮤지션이었는데 그 만큼 젊고 건강한 연주를 하지만 노련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기본적인 밴드 편성에서 피아노 외에 키보드 주자를 통해 사운드의 화려함을 더했고 퍼커션과 브라스와 코러스 까지 다양한 역할로 밴드 사운드에 탄력을 부여하는 흑인 여성 멤버가 대단한 활약을 보였다. 그리고, 간주부의 하일라이트를 살려주는 브라스 주자까지. 또한, 빌리 조엘의 보컬 역시 완전 할아버지 얼굴과는 달리-그리고 내한 공연 당시 한참 헤매던 같이 늙어가는 엘튼 존과 달리-건강하고 힘찼다. 물론, 빌리 조엘이 쓰는 곡은 항상 그의 음역과 창법을 감안해서 작곡되기에 큰 무리가 없는 것도 있겠지만.

레파토리는 골든팝스의 연속이며 한국팬을 고려한 셋리스트처럼 보였다. 특히 Honesty와 Just way the you are. 특히 Stranger의 앨범에서 Stranger, Just the Way You are, She's always a woman, Movin' out, Only the good die young 등 무려 다섯곡이 연주되었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곡이며 공연의 하일라이트에 연주되는 Scens from an Italian restaurant이 빠진 것은 아쉬웠지만 또 다른 무엇인가가 절정부의 느낌을 채줘주었다. Layla에 집중되었던 저번 Eric Clapton처럼 나에게는 베스트. 스윙감과 재즈적 사운드를 팝적인 터치로 가미해 도회적인 록앤롤 앨범이었던 Stranger와 달리 이후의 음악에는 뉴웨이브 이후 80년대 팝의 느낌을 많이 도입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골든 히트송들이 줄줄이 나오고 앞으로 무슨 곡이 남았지를 예상하고 있을 때, 그리고 다소 공연이 차분해진다 싶을 때, 공연에는 결정적 반전이 있었다. 공연 중반부터 스탠딩 족들이 땅파고 무단입장하는 글래스톤베리의 히피처럼 무대 앞을 채우기 시작했는데, 공연관계자 분들이 좌석으로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그 타이밍이 별로였다는 것. 댄싱 타임이 될 River of Dreams였기 때문이다. 한참 지나가다가 느닷없이 연주를 멈춘 빌리 옹의 한마디 What's going on... 무대 앞은 보다 많은 스탠딩 족들로 채워좋고 walrus가 선도한;; 객석도 다들 스탠드업. 이 분위기를 이은 결정타는 한 스텝이 나와 무대를 휘어저으며 샤우팅을 선보인 바로 Highway to Hell. 여기서 빌리 옹은 기타까지 친히 잡으셨고. 록앤롤 타임으로 공연 후반부는 채워졌고 비슷한 템포의 앵콜곡인 Only the Good Die Young까지 나왔을 때 남은 곡이 무언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가사가 자막처리 되며 때창 모드를 유도한 바로 그 곡. Piano Man.

젊은이들의 1.2배속도로 치며 박자를 못맞추는 아저씨 박수를 하는 분들도 상당수였지만 그리고 공연장을 나오는 거북이 걸음 속에서도 다들 표정에는 행복이 가득했다(그 중엔 아들래미와 같이 공연장을 찾은 박중훈 동지도 있었다). 난 좋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은 돈 좀 많이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준 큰 행복을 생각한다면. 감사합니다.


Setlist
Angry Young Man
My Life
Honesty
Zanzibar
NY State of Mind
Allentown
The Stranger (The whistling was done by the sax player.He just about got it down...)
Just The Way You Are
Movin Out
Innocent Man
Keeping The Faith
She's Always A Woman
Don't Ask Me Why
River of Dreams
Highway to Hell (Roadie sings, Billy plays Guitar)
We Didn't Start The Fire
It's Still Rock n Roll to Me (Elvis Style...Hilarious!)
Big Shot
You May Be Right


Encore
Only The Good Die Young
Piano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