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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폴 매카트니 - 20110610, MGM Grand Garden Arena

레전드를 만나는 순간은 늘 설랜다. 삽질하면 욕하는 재미로 보통 턱에 욕주머니를 잔뜩 장착하고 공연장을 향해 가더라도 레전드가 지니는 힘은 순식간에 욕주머니를 녹여버린다. 그것 때문에 잠을 못잔건 아니였지만 잠을 거의 못잤고 이래저래 컨디션은 그다지. 십중팔구는 졸 수 밖에 없는 컨디션이었다. 그런데, 보통 레전드를 만나는 순간은 잠이란게 뭔가요 모드로 전환되게 된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도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래저래 난관을 거쳐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 도착했을 때, 약간의 시큐리티 체크 이후 비교적 쉽게 입장할 수 있었다. 공연장에 들어왔을 때는 생각보다 공연장이 작아서 사알짝 놀랐고 걔중에서도 잘보이는 위치라 좋아라 했다. 그리고 빅네임 뮤지션의 공연과 달리 무대의 사이즈는 상당히 작았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한 결과 13500명이 정원이라고. 그리고 공연장 곳곳에는 MGM의 색상인 녹색 양복을 입은 할아버지들이 안내하고 있었다. 무대의 측면에는 새로로 길게 배열된 스크린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폴매카트니에 관련된 이미지들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공연장에는 DJ가 폴매카트니의 커버곡을 내보내고 있었다. 맛배기로 듣는 것임에도 성령은 충만해지고 있었다.

하나둘씩 공연장이 만원을 향해 갈 때 관객들의 비중은 확실히 중장년 층이 많았다. 폴 매카트니의 팬층이나 티켓 가격와 더불어 라스베가스라는 지역적 특성도 있었던 것 같다. 40대, 아니 50대 이상이 일단 많았고 그리고 나머지는 덕후필 잔뜩 풍기는 20대 30대. 그러기에 좋았던 공연만큼 미친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이었다면 페스티벌 스테이지였다면 훨씬 죽여주게 놀았을텐데. 그리고, 장년층 여성의 특징 중 하나는 파티 및 소개팅의 설레는 마음으로 잔뜩 꾸며 입으신 분들이 많았다는 점. 샬롯 램플링 이상의 강렬한 미모를 지닌 두칸 앞의 50대 여성분은 시스루 블랙 드레스로 시선을 주목하기 충분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비틀즈가 60년대 초절정 인기를 구가했을 때, 폴은 모든 여성의 남자 친구였다. 그리고 이날 공연은 가장 사랑스러운 록앤롤 스타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이번 공연은 라스베가스 호텔 미라지에서 5년 동안 장기 상영된 쇼인 'Love'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번 Up and Coming 튜어 일정 자체가 널널했지만 한바뀌 돌고 난 후의 일정은 더더욱 널널했다. 지난 달에 남미 두번 정도 하고 이번 달 라스베가스(를 튜어의 피날레라고도 하는데, 양키스타디움의 공연이 번외로 분류될지는 봐야할 일) 그리고 다음 달에 뉴욕 양키 스타디움. 

레전드를 영접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예를 갖춰야 한다. 사실,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술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지만 확실히 삘을 받기 위해서는 적당한 알콜을 흡입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버드 라이트(PPL이니 버드와이저는 입급 부탁드리겠습니다, 자본가봇 및 사찰봇의 영향). 나에게 술이 맛있다고 먹는 순간은 1년에 한번도 찾아오기 힘들지만 설레는 순간에 마시는 맥주는 정말 맛있었다. 장시간 공연에 대비해서 방광을 가볍게 하고 돌아왔을 때 내 옆에는 빡빡머리 아저씨와 함께 온 초미녀가 있었지만 별로 곁눈질할 틈이 없었다. 앞 좌석 20m 전방에 멋진 헤어스타일의 어떤 멋쟁이 셀러브리티가 지나가면서 관객들은 웅성거렸는데, 사람들은 링고라고 얘기하는 듯 했지만 그건 결국 내 히어링의 문제였고 사실은 션레논, 그리고 오노 요코였다. 맙소사, 오노 요코와 함께 폴 매카트니를 보다니. 8시를 넘기자마자 폴매카트니는 칼 같이 등장했고 폴 매카트니를 비롯한 뮤지션은 불과 다섯명 밖에 되지 않았고 공연이 끝날 때까지 오프닝이나 게스트 그리고 추가적인 세션없이 5명으로 공연을 이어갔다.


공연의 시작은 "Magical Mystery Tour"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었던 동명타이틀곡이었다. "Sgt.Pepper's"와 함께 오프닝으로 많이 쓰여지는 곡. 공연의 시작을 록킹하게 때리면서 시작했다. 공연과 음반의 차이는 보다 많은 경우 공연이 훨씬 더 강한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단지 분위기 뿐만 아니라 사운드적인 면에서. 턱수염을 기룬 거구의 마초적 드러머 애비 라보리엘 주니어의 터치는 쎈 사운드를 추구하는 그 어떤 형들의 드러머보다 덩치가 큰 비트를 전달했지만 힘을 빼고 가볍게 가는 순간은 또 적절하게 대응했고 무엇보다도 흑인 드러머로서의 매순간 감각이라는게 남달랐다. 폴, 러스티, 윅스 중 적어도 두대 이상의 기타가 전달하는 사운드는 기본적으로 록적이었지만 사실 그 이상이었다. 단지, 강한 사운드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곡의 디테일에 최적화된 사운드. 자세히 보니 무대의 양쪽에는 각각 15개 이상, 토탈 30개 이상의 기타가 배열되어 있었고 곡에 맞는 기타로 수시로 바뀌고 있었다. 공연의 끝까지 기타사운드를 들으면서 느낀 점은 매순간 여기서 조금이라도 다른 기타 톤이나 해석이 나왔다면 곡의 맛은 반감될 것 같다는 아슬함. 그리고 마치 일물일어설 아니 일곡일음설 같은 최선의 톤과 사운드, 해석이 유지되는 서커스 같은 즐거움. 많은 뮤지션들, 특히 무대에서 기타리스트는 자기를 과시하고 싶을 수 밖에 없고 그것은 록앤롤에서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거기에 빠지다보면 정말 곡의 맛과 속살은 잃어버리게 된다. 비틀즈의 곡이 그렇지만 별로 기교적이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고 노래도 잘부르는 것 같지 않지만 그 어떤 뮤지션이 한 비틀즈의 커버도 비틀즈만큼 재밌지도 좋지도 즐겁지도 않다. 또한 이번 튜어의 폴매카트니 밴드의 4명은 2002년 이후로 변함없이 늘같이 해온 이들이었다. 폴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젊어보이고 기타리스트 러스티 앤더슨은 특히 더 젊어보이지만 다들 50년대 중반 태생으로 이미 60을 바라보는 나이. 이미 비틀즈를 함께한 시간보다 긴 9년 이상의 시간을 같이해 온 밴드이고 린다의 죽음 이후 록킹한 폴 매카트니 밴드의 사운드를 만들어온 이들의 호흡은 폴 매카트니와 비틀즈의 음악과 록앤롤을 록킹하면서도 롤링하게할 수 연주할 수 있는 현존하는 최고의 멤버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폴 매카트니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공연 중에는 베이스로 시작해서 기타를 치고 피아노도 치다가 우쿠렐레도 연주했다. 베이스는 1962년부터 사용한 헤프너를 고수했지만 기타는 필요한 톤에 따라 수시로 교체했다. 공연을 보면서 확인한 사실은 (역시 당연한 얘기지만) 폴은 왼손잡이였다. 역시 화려한 솔로 뭐 이런건 (할 생각도 할 필요도) 없었지만 록앤롤의 짜릿함과 트래디셔널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뮤지션 폴 매카트니의 역량은 5인조 밴드의 중심이기도 했다. 폴은 곡이 끝나고 기타를 바꿀 때마다 특유의 포즈가 있었다. 기타의 넥을 쥐고 위로 들여올리거나 아니면 어깨에 걸치거나. 악기를 소중하게 다루는 건 아니지만 그만의 방식대로 애정표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자신이 만든 최고의 노래를 돈 떨어져서 재결성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비싸고 잘하는 뮤지션 사와서 공연을 하면 얼마나 맛이 없고 지루한 연주가 나오는지를 이미 우리는 한차례 본적이 있다. 액슬로즈 **끼야. 그것의 반대가 될 수 있는 예가 바로 이날 공연이었다. 얼마든지 네임밸류 있는 뮤지션을 수혈할 수 있지만 시간을 가지며 곡을 이해하고 연주할 수 있는 가족으로서의 밴드. 믹재거가 제프벡이나 조새트리아니와 같이 하더라도 결코 롤링스톤즈 비슷한 음악도 할 수 없는 것처럼. 한편으로는 그점이 아쉬움이었다. 존 레논이 죽지 않았다면, 그리고 비틀즈란 이름으로의 교감을 단 한번이라도 더 날 수 있었다면. 추억으로 시크하게 영웅으로 남는 것은 좋아보일 수는 있겠지만 같은 밴드와 팀으로 동시대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것은 단지 팬들을 위한 선물은 아니다. 정말 좋은 연주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링스톤즈가 롤링스톤즈를 연주하는 밴드로서의 마력은 아니었다. 40년의 시간과 감정과 동시간이 공유하는 순간의 마법과는 달랐다. 이날 공연의 그 절묘한 곡의 맛을 느낄수록 정말 비틀즈가 비틀즈를 연주할 때의 마법은 그 이상이 아닐까하는 생각.

폴 매카트니의 보컬도 마찬가지였다. 고음을 쓰지도 나오지도 않았고 기교적일 구석도 없었고 나이의 흔적이 당연히 남아있지만 공연을 즐기는 순간순간은 최적의 느낌을 전했다. 비틀즈는 'Beat'les였고 비트족의 감성과 중독성있는 비트를 선사하려는 밴드였고 그 비트가 사람을 어떻게 즐겁게 하는지 아는 밴드였으며 비틀즈의 노래가 가지고 있는 마법의 키를 유일하게 해독하고 있는 이는 지구 상에 딱 폴 매카트니 뿐이었다. 나가수에 나갈만한 노래를 잘부르는 뮤지션이 비틀즈를 부르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과시적 애들립이 들어가거나 고음으로 질러대거나 기타로 쎄게 후비거나. (정말 다행히도 한국에서 스톤즈가지고 그럴 시도를 할리는 없을 것 같다) 그건 록킹할 수는 있지만 롤링하지는 않다.


첫곡 "Magical Mystery Tour" 때는 날카로움이 떨어지는 뭉게지는 사운드와 보컬이 다소 아쉬울 수도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몇곡 지나면서 곧 괜찮아졌다. 폴 매카트니는 알려줄 수 없는 새로운 레파토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바로 Wings의 "Junior's Farm"이었다. "All My Loving"때는 미국을 들쑤셔놓을 1964년의 아련한 영상이 흘렀고 "Jet"에는 하늘과 구름이 흘렀고 이어서 초기 비틀즈의 Got to Get You Into My Life, 2008년에 파이어맨을 통해 발표된 세번째 앨범(단 13일만에 13곡을 완성하며 그의 천재성을 여전히 보여줬다)의 수록곡인 "Sing the Changes" 그리고 다시 솔로 시절의 "Let Me Roll It"을 이어 록앤롤 파티로 쭈욱 달려갔다. 그 파티의 첫 부분을 마무리 짓는 솔로는 바로 지미 헨드릭스의 Foxy Lady였다. 올해는 지미 헨드릭스가 세상을 떠난지 40년째 되는 해이고 폴은 지미와의 추억과 일화를 소개했다. 지미는 참 겸손한 친구였고 지미 헨드릭스가 영국에서 유명해지기 전에 "비틀즈가 Sgt.Pepper's를 발표할 때 쯤 지미 역시 Sgt.Pepper's란 이름으로 쑈를 가졌고 그 특유의 기타를 부숴버린 후 에릭클랩튼 혹시 여기 있냐고 물어봤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를 위해 이어간 곡은 "The Long and Winding Road". 긴 시간 소중한 많은 기억과 추억이 남아있지만 다시는 할 수 없는 그런 아련함이 지미 헨드릭스에 대한 기억과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The Long and Winding Road"에서부터 폴은 피아노 앞에서 섰다. 그리고 다시 윙즈와 솔로 시절 때의 곡인 "Nineteen Hundred and Eighty Five", 그리고 다소 차분한 "Let 'Em In", "Maybe I'm Amazed"를 이어갔다. "Maybe I'm Amazed" 역시 이전 공연에서 연주되지 않았던 히든 카드였다.

 

 다시 기타를, 이번엔 어쿠스틱 기타를 쥔 폴은 "I'm Looking Through You", "And I Love Her", "Black Bird"로 이어지는 비틀즈의 자연스러운 어쿠스틱 곡을 이어 연주했다. 이번 셋리스트에서 애비는 퍼커션으로 최대한 조심스럽게 무드를 조성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폴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얘기를 꼭 해야하는데 때로는 너무 늦게 된다는 얘기를 했다. 존에 관한 얘기였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존에 대한 폴의 노래 "Here Today"로 이어졌고 그 순간 카메라는 공연장을 찾은 오노요코를 잡았다. 작위적일 수도 있지만 노래의 힘은 진심을 의심하기 힘들었다.

 


다시 이어지는 곡은 힘을 뺀 우쿠렐레의 가벼운 사운드의 "Dance Tonight", 때창을 부르는 '오에호'의 미친 중독성의 코러스 "Mrs.Vandebilt"를 이어갔다. 한동안 연주되지 않은 폴의 솔로 시절 곡이었지만 팬들의 리퀘스트로 자주 연주되기 시작한 곡이었다. 드럼 비트를 배제하고 보컬 코러스에 집중한 "Eleanor Rigby"에 이어 폴은 관객들에게 각종 소리를 연습시켰지만 또 그렇다고 지나치게 오래 끌지도 않고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폴은 조지 해리슨의 60년대 우쿠렐레를 보이며 조지는 최고의 우쿠렐레 연주자였다고 조지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연주된 곡은 "Something". 우쿠렐레의 가벼운 사운드에서 "Something"의 솔로로 넘어갈 때는 조지의 추억이 담긴 이미지들이 스크린에 흘렀고 그 순간 알콜의 효과와 더불어 순간 격한 감정이 밀려왔다. 조지 해리슨을 그렇게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60년대라는 시간의 음악은 아련함이라는 뭔가를 건드리는게 있다. 치열함과 실험성으로 점철된 시간이었지만. "Something" 역시 이전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곡이지만 이날 이후로는 뭔가 달라진 것 같다. 그리고 조지의 기타 사운드를 대신한 기타리스트 러스티 앤더슨은 유달리 조지와 닮아보였다.

그리고 "Band on the Run" 앨범 자켓 속의 얼굴들이 하나씩 살아 움직이는 "Band on the run". 이 곡은 70년대에 대한 폴의 응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프로그레시브하다고 할 수 있을 곡의 다채로운 구조와 사운드 속에는 컨추리와 트래디셔널이 있다. 그리고, "Ob-La-Di Ob-La-Da"에서는 무섭게 생긴 드러머는 아장아장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부르는 관객들의 모습을 카메라가 처음으로 비추기 시작했다. "Ob-La-Di Ob-La-Da" 역시 뭔가 쟨척하기에는 좋지 않은 곡이었지만 이날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들리는 "Ob-La-Di Ob-La-Da"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Ob-La-Di Ob-La-Da"는 거리에서 만나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갈 수도 있고 걸리적 거릴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관찰한다면 그들의 존재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의미를 지닌 노래였다. 말 따위로는 전할 수 없는 순간의 소중한 느낌. 음악의 힘은 이런데에 있지 않을까. 그 순간에서 마력을 찾아내는 뮤지션은 일상의 마법사와 같은 존재다. 그리고 기세를 이어 화끈하게 달리는 "Back in the USSR", 뜨겁게 달아오르는 블루스와 소울 "I've Got a Feeling", 하지만 이어지는 후렴구의 팝적인 센스는 비틀즈를 차별화시키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방법론에서 시작하지만 새로운 느낌을 전하고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너무나 자연스러운 비틀즈 만의 센스는 "Paperback Writer"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번 록앤롤 타임의 마지막은 "Ob-La-Di Ob-La-Da"에서 시작된 일상의 마법이 흑마술로 전이되는 "A Day In the Life"였다. 스크린 속에 비치는 영상은 정원이었다. 하지만 완전 대칭인 정원의 흑백 정지 영상은 정원이라기보다는 무덤의 느낌이었다. 스윙잉 런던의 주인공이었던 타라 브라운 또는 그 누구 또는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는 죽음이라는 정지의 시간. 존의 파트에서 다급하게 몰아치는 폴의 파트로 이어지는 순간, 조작된 영상의 나비가 날아들고 그것을 통해 색상이 부여되고 3차원 또는 4차원적으로 점증되는 환각의 시간이 왔고 이어서 폴의 파트에서 존의 파트로 이어지는 곳에서 연결되는 마법의 공간은 세상 속에서의 마법을 꿈꾸는, 존 레논의 "Give Peace A Chance"였다(Good Evening New York City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다). 평화의 압도적인 이미지에 이어 나타난 것은 객석에서 오노요코와 션레논이 손을 들고 노래를 같이 부르는 장면이었다. 존 레논의 분신인 오노 요코와 션 레논. 순간, 40년간 같이 하지 못했던 레논 & 매카트니가 한 순간 한 화면 안에서 같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이 연출되었고 세상 속의 마법은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공연을 통해 감동이라는 순간의 마법은 실현되었다. 뭐 시크함과 까칠함이 삶의 기조이지만 이 순간의 마법에 시크함은 가루가 되어버린다. 그 다음 이어지는 곡은 같이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한 담담한 고백인 "Let It Be". 이 역시 마법같은 순간의 몽타주 아닌가? 영화란 몽타주의 마법은 장인의 끊임없는 손길 속에서 나오지만 공연 속의 몽타주는 순간의 마법이며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그만큼 폭발력 있는 마법이다.

폭발의 순간은 또 찾아왔다. 돈을 그다지 들이지 않는 무대 영상을 제외하고는 간촐한 무대구성이었지만 한차례 확실한 불쑈를 했으니 바로 "Live and Let Die". 이 때까지의 절제 만큼 강력한 폭죽과 불쑈. 역시 곡의 호흡과도 안맞고 돈만 떡칠한 건즈앤로지즈 아니 액슬로지즈와 비교가 안될 수 없었다. 액슬로즈 **끼야. 그리고 이어지는 때창의 순간 "Hey Jude". 싸이키델릭하고 동심으로 그려진 피아노를 무대의 중심에 두고 폴은 관객을 응시하며 때창의 순간을 즐긴다. 또 다시 카메라가 관객석을 향할 때(공연의 여앙은 관객의 감정 표현을 과잉 사용하지도 않았다) 발견할 수 있는 두가지 팻말. "I'm Jude" 그리고 "Na Na". 그리고 관객들의 즐거운 표정을 잡던 카메라는 아이를 안은 채 아이와 같이 노래를 부르는 아빠의 얼굴에서 멈춰섰다. "Hey Jude" 역시 별로 좋아하고 싶은 맘이 없었지만 이 순간 어떻게 싫어할 수 있을까. "Hey Jude"는 (결코 그럴 수 없지만), 아이 때처럼 늘 행복하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감정을 담고 있다. 이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행복할까? 그건 모르겠지만 이 아이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하나의 기억이 남았을 것이다.

앵콜에서 또 다시 비틀즈를 연주하는 록앤롤 타임. 이번 공연은 중간 중간에 감동적인 순간이 수시로 찾아왔지만 기본적으로 쉬지 않고 달려줬다. 비틀즈 초기의 록앤롤 "Day Tripper"와 비틀즈 후기의 록앤롤 "Get Back". 그리고 65년 에드설리반쇼에 출연할 당시 사용했던 어쿠스틱 기타 하나만을 들고 나와 솔로로 부른 노래."Yesteaday". 두번째 앵콜의 순간, 관객들에게 록을 원하냐고 물은 후 또 다시 달려주셨다. 이번엔 제일 빡세게 달려주셨다. 바로 "Helter Skelter". 록킹한 두명의 기타리스트가 모두 가장 즐기는 곡 중 하나로 꼽는 "Helter Skelter"를 격렬하게 기타를 괴롭히며 연주했지만 그 속에는 곡이 가지는 자유분방한 엔트로피의 맛이라는게 있었다. 그 다음 이어지는 "Sgt.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의 불길한 기운은 이날 공연의 가장 슬픈 노래로 이어졌다. "The End". 공연의 끝을 의미하는 곡이었다. "Lady Madonna"도 안했고 듣고 싶은 노래가 너무 너무 많은데 이제는 공연을 끝낼 모양이었다. 한편으로는 수많은 비틀즈의 음악 중에서 제한된 레파토리로 연주하는 것은 그만큼 곡 하나하나를 해석하고 연주하고 호흡을 맞추는데 공을 많이 들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Lovely Rita"를 연습했지만 결과물이 흡족지 못했다고.

'씨 유 넥스트 타임'과 함께 공연을 맞췄다. 그래 여기 다시 오는 건 괜찮은데 한국에는 제발 오지마세요. 가문의 자랑으로 남겨두도록.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을 위해 인사할 때 팬이 던진 곰인형을 사랑스럽게 들고 인사를 하는 인사를 건네는 폴은 여전히 수많은 여성의 오빠였다. 2시간 반의 공연은 각각의 곡 하나하나가 새로운 의미를 지니며 또 두시간반의 공연은 하나의 또 훌륭한 이야기 흐름 속에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때로는 작위적일 수도 있는 순간의포착이 감동적일 수 있었던 것은 또 다시 음악의 힘이었다. 공연의 러닝타임 동안 이미 30개를 훌쩍 뛰어넘는 많은 곡을 연주했지만 여전히 듣고 싶은 좋은 곡들이 끝없이 남은 뮤지션이 바로 폴 매카트니였다. 존 레논이 가지는 의미가 다르고 여전히 존레논이 더 좋지만, 그리고 밥딜런이 가지는 의미, 엘튼존의 작곡능력 그리고 역시 록앤롤의 최강은 스톤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행복하게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수많은 노래를 작곡한 20세기 최고의 작곡가는, 거슈윈 상을 오바마로부터 받은 폴매카트니다. 전통을 근간으로 하지만 매 곡마다 튀는 발상으로 확장하며 전통과는 전혀 다른 진행의 음악을 만들어내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온 결과물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중독성있으며 곡이 끝날 때까지 밸런스를 잃지않는 그의 작곡능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공연을 보면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했다.

폴은 이날 공연 중 곡의 막간에 수시로 각종 댄스 장르 중 최고인 춤을 선보였다. 바로 개다리춤. 관객들의 반응과 곡의 가지는 재미를 여과없이 즐기는 모습이 느껴졌다. 지미와 존, 조지의 기억을 회상하는 장면은 받아들이기에 따라 가식적이고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그리고 공연 중 관객의 반응에 영악하리만큼 절묘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도저히 시니컬한 태도를 취할 수 없었던 것은 그 곡과 순간의 감정에 대한 진심이라는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공연 중의 다수를 차지한 록앤롤을 연주할 때도 연주를 잘해서 잘보이겠다는 생각보다는 곡 하나하나의 즐거움을 함께하겠다는 태도였다. 

70년대 이후 록이란 이름으로 나온 많은 뮤지션들은 신의 영역에 도전했고 우리는 그들의 신으로 숭배하면서 바라봤다. 그리고 90년대 이후로는 많은 탁월한 뮤지션들은 신의 영역 대신에 기계의 영역에 흥미를 느끼는 것처럼 보이기도 듯 했다. 하지만, 이날 폴은 굳이 완벽하게 보통 사람들이 못하는 것에 도전할 생각이 없이 자신의 안에 있는 뭔가를 솔직하게 들어내고 기술적인 부분마저도 그것을 보다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게 느껴졌다. 목소리마저도 그냥 동네 형이나 오빠의 활기차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존 레논이 말한 '비틀즈는 신보다 위대하다'는 말은 어쩌면 틀리지만 어쩌면 맞는 얘기다. 사실 비틀즈는 굳이 위대할 필요가 없다. 비틀즈나 폴 매카트니는 신의 영역 따위는 관심없는 그냥 사람들의 솔직한 진심을 담아내는 음악을 했고 이를 통해 공감대를 얻었다. 하지만 신 따위가 록앤롤이 가지는 최고의 즐거움과 행복함을 이해나 할까?

이날 공연은 레전드가 주관한 솔직하고 진심이 담겨있는 록앤롤 파티였다.
Beautiful Beat(l)eful Night!


Setlist

Magical Mystery Tour
Junior's Farm
All My Loving
Jet
Got to Get You Into My Life
Sing the Changes
Let Me Roll It
Foxy Lady

The Long and Winding Road
Nineteen Hundred and Eighty Five
Let 'Em In
Maybe I'm Amazed

I'm Looking Through You
And I Love Her
Blackbird
Here Today
Dance Tonight
Mrs.Vandebilt
Eleanor Rigby
Something

Band on the Run
Ob-La-Di Ob-La-Da
Back in the U.S.S.R.
I've Got a Feeling
Paperback Writer
A Day in the Life
Give Peace a Chance

Let It Be
Live and Let Die
Hey Jude

Day Tripper
Get Back

Yesterday

Helter Skelter
Sgt.Pepper's
The End


BAND
Paul McCartney: Bass/Guitar/Ukulele/Piano
Paul 'Wix' Wickens: Guitar/Bass
Rusty Anderson: Guitar
Abe Laboriel Jr.: Drum
Brian Ray: Keyboard/Etc

P.S. 알고 보니 오노 요코 뒤에서 턱이 보이는 할아버지가 바로 조지 마틴. 아들과 함께 오셨다는. 오노 옆에 계신 분은 조지 해리슨의 미망인 올리비아 해리슨. 그 외에 닐 세다카, T-페인, 라스베가스 출신의 킬러스 그리고 슬래시도 공연장을 찾았다. 액슬로즈 **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