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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화이트스네이크-20111026, Ax

한 때, 데이빗 커버데일이 세상에서 제일 노래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나만 가수다'라고 했던 임재범이 데이빗 커버데일을 상당히 따라한 편이었으니. 소울풀하면서 파워풀한 보기 드문 보컬리스트. 거의 정시에 모습을 드러낸 데이빗 커버데일과 화이트 스테이크를 보면서 딱 느낀 것은 늙은 마초였다. 사실, 외모만으로는 더 이상 섹시하지 않는, 모던록 팬들이 메탈돼지라 까도 별 할 말 없는 그런 외양. 그리고 레슬러의 미키 루크처럼. 
이날 공연의 사운드는 최근 접하기 힘들었던 덩치 큰 사운드였다. 70년대 사운드 중에서 블루지한 편이었고 탄력적이면서도 강력한 드러밍을 구사했던 브라이언 티치의 드러밍을 바탕으로 두 대의 기타는 서로를 보완하며 압도적인 사운드를 구축했다. 키보드의 사운드는 80년대 사운드를 위한 양념. 덕 알드리치의 고속 슬라이드 솔로와 브라이언 티치의 입체적이면서 창의적인 솔로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반면, 공연을 통한 데이빗 커버데일의 보컬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두텁고 고음도 시원했지만 소울풀하기보다는 백인적인 건조함이 느껴졌다. 발라드일 때는 괜찮았는데 보통의 경우, 밴드 사운드의 볼륨이 너무 커서 보컬이 잘 들리지는 않았다는 아쉬움. 무대액션은 알려진데로 다이내믹했지만 다소 구식이었고 마이크봉을 활용하는 남근적인 액션이 수시로 사용되었다. 공연이 지속되면서 늙은 마초는 점점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압도적인 보컬의 힘보다도 정성을 다한 한곡한곡과 더불어 들어나는 유머와 인간적인 맛. 
예상외로 거의 채운 한국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특히 공연 후반 Here I Go Again, Still of the Night 그리고 앵콜에서 딥퍼플의 Soldier of Fortune, Burn!에서 호응은 대단했다. 마지막 곡 Burn!을 오른속을 앞으로 향하며 다같이 외칠 때, 쾌감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순간이었다.

David Coverdale/Doug Aldrich/Reb Beach/Michael Devin/Brian Tichy/Brian Rue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