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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윌코-20120208, 포틀랜드 아를린 스나이처 콘서트홀


로큰롤과 클래식록을 숭상하는 나같은 부류는 지난 십년간, 아니 지난 20년간 밴드를 40~50년전 밴드와 동급으로 놓기가 상당히 거북하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Roots에 대한 깊이의 차이가 아닐까. 클래식록의 시대가 지난 이후의 사운드가 멋있지만 음악의 감칠맛이라 할만한게 없고 가사와 곡은 과시적이지만 알멩이가 없고 만들다 만 것 같다. 또한, 요즘 것들은 게을러서 음반도 들쭉날쭉이고 아예 개점휴업하는 경우도 자주. 아름다운 공연장인 아를린 스나이처 콘서트홀에서 열린 오늘 공연을 통해, 적어도 한 밴드는 예외로 해도 될 것 같다. Wilco.
제프 트위디의 컨추리 보컬은 언제나 담담하게 노래하지만 한 부분도 그냥 흘려들을 수 없게 내실있는 곡을 만들고 부른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록앤롤 보컬이 노래를 잘부르면 음악이 싸구려가 된다. 반면, 담담하고 적당한 보컬이 설득력있는 노래를 부르면 친구처럼 어깨동무하며 같이 추자고 꼬시는 것 같다. 컨추리에 기반했지만 인디적인 태도를 견지해왔고 그렇다고 구닥다리 냄새가 진하지도 않다. 나른한 사막 속의 방울뱀처럼 갑작스러운 날카로운 광기를 흘리는 동안에 더더욱 담담하게 노래를 부를 때의 감정적 충돌이란. 퍼커션과 기타, 드러머는 급격하게 비트를 바꾸거나 농담을 던지거나 춤을 추지만 그러면서도 록앤롤과 컨추리록의 감칠맛의 본질을 까먹지 않는다. 특히 넬스 클라인의 기타는 확연히 돋보였다. 곡의 맛을 살리는 솔로 라인과 더불어 특이한 슬라이드나 스틸 기타 등 가장 자극적인 부분을 제공했고 또한 록, 아방가르드, 재즈를 오가며 실험적이기도 했는데 때로는 빌 프리셀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제트 트위디의 목소리가 곡의 중심을 잡는 롤이라면 넬스 클라인은 곡을 돋보이게하는 록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넬스 클라인은 롤링 스톤 선정 새로운 기타갓 20위 안에 들기도 했으며 2011년 역사상 기타리스트 순위에서 8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참가한 이유는 윌코는 새로운 실험성을 더했다.
여전히 튀는 셋리스트였고 기대했던 몇몇곡이 빠졌지만 그렇다고 오늘 셋리스트 곡 중 후진곡도 찾기 힘들다. 윌코는 창조적인 록앤롤 밴드. 창조적이기도 어렵고 록앤롤도 어려운데, 윌코는 그 어려운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유일하게 비는 부분이라면 흑인의 육체성. 윌코의 음악은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지만 한가지 전제는 '백인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날 공연장의 관객 중 흑인은 찾기 거의 힘들었다. 그리고 포틀랜드의 중산층 백인들은 그들이 보낼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태도로 화답했고 제프 트위디는 대체로 서서 공연을 보다가 조용한 곡이 나오면 앉는 이날의 관객들을 향해, 컨센서스가 예외적으로 잘맞는 관객들이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다.
윌코는 백인적 전통에 기반한 창조적인 로큰롤 밴드. 꼭 듣고 싶었던 몇몇곡을 못들었지만 그래도 윌코의 곡은 버릴 곡이 그다지 없다. 어떻게든 지난 10년 누구도 이루지 못한 성취를 한 밴드를 볼 수 있었다. 오프닝인 텍사스 출신 White Denim도 후덜덜이었다. 역시 로큰롤은 미국의 음악이었다.
 
One Sunday Morning 
Poor Places 
Art Of Almost 
I Might 
Via Chicago 
Bull Black Nova 
I'll Fight 
Handshake Drugs 
Born Alone 
Impossible Germany 
Black Moon 
Spiders (Kidsmoke) 
Whole Love 
Can't Stand It 
War On War 
Box Full Of Letters 
Dawned On Me 
A Shot in the Arm 

Encore:
Outtasite (Outta Mind) 
Just A Kid 
Kicking Television 
The Lonely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