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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엘비스 코스텔로 - 20110227, 세종문화회관

아저씨의 대명사인 남회색 양복에 벗겨진 머리 그리고 흰 중절모를 쓴 작은 체구의 엘비스 코스텔로는 큰 세종문화회관 무대를 성큼성큼 뛰어올라왔다. 측면에서 봤는데 사운드는 불슀이었다-세종문화회관의 사이드는 이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특히 첫곡은 동굴사운드 그대로였고 뒤로는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쩝.  또한, 세종문화회관의 엄숙한 분위기 속에 공연 중 객석의 리액션은 아무래도 아쉬웠다. 비틀즈의 커버 곡에 여러차례 싱얼롱을 유도할 때 조용해서 분위기 싸해졌고 엘비스가 무대 앞으로 러시해주기를 유도할 때도 몇몇이 서서 보는 정도. 

정확히 말하자면 어쿠스틱 셋의 공연이라기 보다는 적지 않은 전기기타 사운드가 사용된 '솔로' 공연이었다. 단 한곡을 제외하고는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렀는데, 공연 내내 아무래도 밴드와 같이 왔으면하는 생각이 굴뚝 같았다. 공연장이 세종문화회관이 아닌 작은 곳이었거나 화창한 날씨 속에서 펼쳐지는 야외 공연장이었다면, 단촐한 사운드가 줄 수 있는 장점을 충분히 살려서 가사의 맛을 음미할 수 있었다면-영어 가사를 충분히 알아먹거나 한국말로 노래를 불렀다면ㅋ-, 아니면 이전에 밴드의 공연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면 눈물을 흘리며 볼 감동적인 공연이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비스의 영민함은 곳곳에서 들어났다. 최소 6대 이상의 기타를 돌려가면서 낸 다양하고 때로는 실험적인 기타사운드와 엔터테이너로의 쇼맨쉽, 그리고 무엇보다도 록앤롤러로서의 확신이 느껴지는 보컬. 공연 중간에서는 관객석으로 조금 더 다가와 마이크 빼고 Slow Drag with Josephine을 부르며 증폭되지 않는 작은 소리로도 그루브를 살려가는 노련함을 보였다. 밴드의 음악이 주는 시원한 사운드의 힘은 느낄 수 없었지만 밴드의 음악이 아닌 제약이 많고 단촐한 솔로 공연에서는 오히려 록앤롤 루츠의 기본을 음미해볼 수 있는 점은 충분히 좋았다. 앨리슨으로 본 공연을 마무리했고 소원과 달리 She를 앵콜로 했지만 마지막은 화끈한 록앤롤로 끝냈다.

엘비스 코스텔로는 70년대 하드록의 지나치게 비대해진 사운드 대신 펑크의 간결함은 배웠지만 펑크의 과도한 니힐리즘까지 따라하진 않았고 대신에 노랫말의 위트를 살렸으며 펑크의 빈약한 사운드 대신 행크 윌리엄스의 여유와 초기 록앤롤의 활기를 찾아왔다. 또한 이러한 영리함만큼 부지런하고 모범적이기도 했다. Sex Pistols의 Nevermind the Blocks가 나온 1977년에 새로운 록앤롤의 스탠다드를 선보인 엘비스 코스텔로는  단 한장의 앨범나 내고 불타버린 섹스 피스톨즈와 달리, 지금까지 33년을 활동하며 32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내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더욱이 놀라운 점은 나이 들면서 영감이 쇄진하는 다른 록앤롤러와 달리 지난 10년간도 딱 10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냈다는 점이다. 엘비스가 시작한 록앤롤을 현재까지 가장 부지런히 계승하고 있는 뮤지션이 바로 또다른 엘비스, 엘비스 코스텔로다. 

레알 록앤롤러가 록앤롤 밴드가 아닌 솔로로 공연한 점은 확실히 아쉬웠지만 그 속에서 보여준 내공은 밴드와 함께와서 화끈하게 조져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