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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원월드 뮤직페스티벌 1일, 로스 안데스, Susanne Lundeng, 윤상 - 설봉공원, 2007/10/5


그룹 로스 안데스, 플라워&비트서클, Susanne Lundeng

윤상 리허설이 엄청 늦어졌고 이방린스도 한참을 걸려서 오프닝이 시작해야할 6시를 40분이 지나서야 리허설이 끝났다. 로스 안데스도 나름 추스려서 시작했으나 결국, 1시간 반이 늦어졌다는. 하지만, 모니터가 전혀 안들린다고 했고 말로는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이 틀림없었다. 안데스 원주민 4명과 한국인 한사람으로 구성된 로스 안데스. 그 팀에 한국 사람은 한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닥 돈이 되지도 않을 일을 자기 소신 때문에 벌려서 3년 이상 해오고 있으니.
 
플라워&비트서클, 충분히 보지는 못했고 메인 스테이지에서 소리로만 감상했으나 흥미로운만큼 아쉬움도 있었다. 지나치게 퍼커션의 비트에만 의존한다는 느낌. 당연히 퍼커션의 비트가 강조되면 관객들의 심박수는 증가하게 되나 그걸로만 공연을 진행할 수는 없다. 아니 차라리 그걸로 공연을 계속 가는 뚝심이 나을수도 있다. 동양적인 선율이 잠시 양념으로 나오고 비트 위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수산네 루뎅은 바이올리니스트 수산네 루뎅이 리드하는 팀이었다 편성은 무난했으나 바이올린을 어떡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이국적으로 갈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런면에서 Oi Va Voi도 연상되었으나. 수산네 루뎅은 한편으로는 마누님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윤상
6년인가? 정말 오랜만에 복귀. 그는 이번 주말에 3연전이 있고 28일 홍대클럽에서 또 공연이 있다. 이 중 둘은 Cliche와 이사 의 주옥같은 레파토리를 선보이는 윤상의 과거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고 이 중 둘은 보컬을 배제한 전자음악을 하는 지금의 윤상을 볼 수 있다. 윤상은 전자음악과 월드비트를 가요를 통해 접목시켰고 무엇보다도 천편일률적인 발라드에는 리듬감을 어떻게 주느냐 그리고 비트가 있는 곡에는 사운드 메이킹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요도 얼마든지 고급스러워질 수 있음을 보인 장인이다. 사실, 조금만 투자해도 우리같은 평범한 인간들에게 90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좋은 음악은 그 몇배 수십배를 투자한 장인의 손길을 통해 남은 10을 채우고 90+10 이 100이 아니라 셀 수 없는 감동을 주는데에 있지 않을까? 그런면에서 Incensible, Cliche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사 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런데, 그 명품인 앨범을 라이브로 재현하는데에도 명품급 뮤지션이 도왔다. 정재일, 이상순, 하림 그리고 스트링과 장구 퍼커션까지. 또한, 지금 다르게 기억되어야할 정말 훌륭한 곡과 가사를 지닌 '소월에게 묻기를'을 노래는 어떻게 하는 것이다를 보여준 정훈희가 직접 나와서 불렀고 유희열이 나와 피아노를 연주해주기도 했는데, 유희열을 연호하고 유희열의 노래를 원하는 이들에게 마이크를 뒤집어 입다물고 있겠다는 뚝심을 유희열이 보여주기도 했다-마음에 든다, 이런게 뮤지션.
 
두 스테이지 간 핑퐁 치는 원래 계획과 달리 월드 스테이지 공연이 심하게 딜레이 된데다 더욱이 윤상이 무려 한시간을 준비시간으로 잡아먹는 바람에 확실히 느려졌다. 예상으로는 리허설 때 워낙 열받아 1시간 반 걸린다고 했다가 쪼으니 빨리 하겠다고 했다가 결국엔 한시간 다 잡아먹고 시작했다. 공연 중 몇몇 아쉬움은 있었다. 처음 두 연주곡에서 의도적으로 섞은 노이즈는 곡과 잘 어울리지 않았고 완벽주의적 준비과정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괴음이 섞이기도 했고 사운드 마스터인 윤상은 사실 노래를 부르는 것에는 그다지 큰 흥미가 없어보이고 했다-나중에 이방린스하고 부를 때를 제외하자면. 실제로 유희열과 같이할 때 '내가 노래로 초청받을 때도 있다'라는 말로 전문적인 가수로의 스페셜리스트가 없음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인지 이번 프로젝트는 보컬을 빼버린 전자음악으로 가는 것 같지만.가수=뮤지션인 우리나라에 있어선 윤상이라는 존재는 참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윤상이 개척했던 그만의 음악세계가 눈 앞에서 해석되는 장면은 충분히 즐거웠다. 한국에서 이 정도 사운드를 낼 수 있는 아티스트는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공연에서 곡마다 악기들이 변동될 때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보다 더 많은 편성으로 갔던 루퍼스 웨인라이트가 록페스티발에서 거의 준비시간 그리고 곡간 간격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넘어갔음을 보면 '라이브 뮤지션'으로 윤상은 조금의 아쉬움은 있다. 사실, 윤상은 라이브 아티스트보다는 앨범 아티스트에 가깝고 한국에서 이런 사운드를 통해 라이브 아티스트로 가기도 결코 어려운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면에서 두번 아쉽다. 라이브를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영역이 확실히 있는데 그럴 환경이 못되고 정말 좋은 몇몇 앨범이 한국 대중음악에 큰 자극이 못된 것. 확실히 마니아 취향인 이상은과 달리 윤상은 실험적일 때도 확실히 팝적이다. 윤상은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MPB아티스트와 비교해서 매니아적일 이유는 전혀 없다. 이런 아쉬움에도 지나칠 수 없는 결과물은 창조한 뮤지션이며 그리고 더 이상의 기대를 할 수 있는 것은 윤상은 아직 젊은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나이 40에 창조에 대한 욕구는 넘쳐나는.
 
공연의 앵콜은 '가려진 시간 사이로'였다. 리허설 때 잠시 들리던 '이별의 그늘'은 관객을 상대로한 장난치기용 뺑기. 과거의 곡은 처다보지도 않는 이상은과 다소 간의 차이. 물론, 가장 대중적이었던 솔로 1,2집마저도 독특한 리듬감을 갖춘 뮤지션이었지만, 한국에서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뮤지션들은 아무튼 영리해야 한다. 나에겐 그래도 '이사'가 좋았다. 개인적으론 특별한 곡. 더욱이 어떤 기억이 있는 '유희열'이 연주까지 했으니
 
멤버
윤상 보컬/키보드
정재일 피아노/베이스
이상순 일렉트릭기타
하림 키보드
...
 
연주곡 리스트
Ni Volas Interparoli
El Camino
어떤 사람 A
소월에게 묻기를, 정훈희
배반
우리 어쩌면 만약에, 유희열
악몽
이사
Play with me
바람에게
가려진 시간 사이로

공연은 정말정말 늦어졌다. 저녁 11시에 시작되어 12시에 끝나야할 공연은 2시에 시작해서 3시에 끝났다. 사실, 이방린스의 한국에서 인지도는 그렇게 높지 않으며 이는 수입 앨범 한장 구하기 힘든 그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특별히 이상한 것도 아니다. 너무나 늦어졌고 윤상을 보러 온 사람들-특히 이별의 그늘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이 많았기에 사람들은 많이 줄었다. 솔직히 전체적으로 처지는 분위기였고 이방린스의 공연이 시작해서도 이방린스는 키보드 모니터 볼륨을 수신호로 보내면서 연주를 계속했다. 대형 뮤지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을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좋아지는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남은 관객의 열의와 무엇보다도 노련한 이방린스와 밴드의 역량에 의한 것이었다. 이방린스가 리드하는 밴드의 사운드는 열약한 환경 속에서도 최대한 탄탄함과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방 린스는 오바할 때와 분위기를 리드할 때를 정확하게 파악하며 분위기를 끌어갔다.


'브라질'하면 생각나는 나일론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 대신 이방 린스는 철저히 키보드에 의존했다. 피아노도 아닌. 밴드의 편성은 기본 밴드 편성에 키보드2, 섹스폰 하나인 6인조의 의외로 단촐한 편성이었다. 그리고 키보드의 화사한 음색과 함께하는 적당히 나긋나긋 나른하면서 가볍게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성인들도 즐겨들을 수 있는 팝음악. '이방린스는 데이브 브루벡, 조지 거쉬윈의 뒤를 잇는 이 시대의 거장이다'라는 뉴욕 타임즈의 언급은 역시 자국 중심적인 오만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건반에서 기반한 작곡 능력에 대한 충분한 찬사가 될 것이다. 포르투갈어에서 오는 후렴구와 밝고 낙천적인 뉘앙스 그리고 그들만의 걷기 스텝에 의한 가벼운 춤곡은 전형적인 한국적 정서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다. 관객석은 얼어붙어 있었고 공연의 말미에서나 스탠딩으로 전환되었지만 이방 린스의 공연은 가능하다면 살롱같은 '따뜻하고' 밝은 공간에서 가벼운 춤을 춰야 제격이 아닐까 싶었다.

원래 계획이라면 윤상의 공연 시간에 이방린스가 나오는 것이었지만 이방린스의 공연 시간에 윤상이 나왔다. 윤상은 싱글벙글 웃으며 입이 찢어지도록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준비하는 인터뷰 영상 속에 그런 존경하는 대형뮤지션과의 공연은 두렵고 또 나에게는 용기를 얻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상 형님 그 용기로 대박 함 터뜨려주삼. 이방린스는 어쩌면 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먼나라 뮤지션인 윤상에 대해 충분히 존중과 호감의 메시지를 전했다. 굳이 공연 뿐만이 아니라 윤상이 리허설 할 때도 엄지를 들어내며. 타지역 뮤지션에 대한 존중은 포르투갈어와 브라질의 다민족다문화적인 포용력과도 이어지지 않을까?


공연의 막판, 이방 린스는 직접 타악기를 두들이며 각 멤버들의 솔로를 유도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정중히 인사를 하고 내려갔을 때 앵콜은 충분히 기대되는 상황이었으나 공연은 그대로 종료되었다. 날도 춥고 시간이 너무나 늦었기에 공연 종료는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상황이나 정작 이방 린스 측이 불쾌하지 않았을까 심히 우려되기도 하였다. 운영진의 열의와 좋은 취지는 충분히 빛나는 공연이었지만 그만큼의 미숙함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나마 모든 문제에 대한 질책 모두 받아들이겠습니다라는 송기철의 말 속에서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해도 좋지않을까 생각하며 공연장을 떠났다.


연주곡 리스트

Comecar de Novo

Lembra de Mim

Daquilo que eu sei

Lua Soberana

E de Deus

Ai ai ai ai ai

Passarela no ar

A gente merece ser feliz

Dandara

Meu Pais

Samba do Aviao


멤버

Ivan Guimaraes Lins 작곡/보컬

Marco Aurelio Silva Brito 키보드

Nehemias Antunes Santos 베이스

Teofilo Pereira de Lima 드럼

Marcelo Marcos Martins 섹소폰

Joao Alfredo Castilho Neto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