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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데이언 라이스-20120111, 올림픽홀

밥딜런의 자서전을 보면 밥딜런이 충격을 금하지 못했던, 포크의 모든 기교에 통달한 어떤 뮤지션이 나온다. 이후 밥딜런은 자신은 다른 길을 가야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사실, 가장 담백한 음악인 포크에 기반한 싱어송 라이터가 기교적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밴드로는 드림씨어터나 바이같거나 보컬로는 검은 누님과 형님같은 뮤지션을 상상하면 되지만. 데미언 라이스는 상상이 현실화된 그런 뮤지션이었다. 연주와 보컬 모두 다양한 스펙트럼과 강약 그리고 여백의 조절을 자유자재로 하며 감정의 희노애락을 모두 담아내는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청승은 까고 싶었지만 Rock Werchter에서 본 그의 연주는 욕하기에는 너무 잘했고 그의 밴드는 하나의 독창적인 오케스트라였고 가장 록킹한 싱어송 라이터처럼 보였다. 그의 밴드는 물론, 이어지는 토리 에이모스의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는 또 다른 극단이었지만.

오늘 공연은 예상과 달리 솔로였다. 매니저나 동행없이 혼자 찾아온-그걸 비싸게 팔아먹는 현카는 뭐냐. 솔로 공연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과 찌질의 감정 표출에는 독보적인 재능을 보였지만 이번 솔로 공연은 사실 지난 밴드 셋 공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독기가 잔뜩 오른 채 다 덤벼봐 식으로 감정을 표출하던 그날과 달리 오늘의 데미언 라이스는 술에 취한 행복한 찌질이였다. 관객석으로 관객들을 불러내서 노래를 같이 부를 때도, 이전과 달리 알아듣기 쉬운 영어로 멘트를 늘어놓는 모습과 마지막의 찌질이 실황극과 공연이 끝난 후, 여운에 떠나지 못하는 관객 사이로 추운 겨울밤의 마법같은 시간을 연출할 때도. 길게 자란 머리카락만큼 지난 공연과는 극과 극이었다. 물론, 밴드셋의 만족도과 훨씬 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는 여전.

사실, 음악이라는 건 정말 불공평하다. 열심히하는 것보다 타고난 것이 중요하다. 데미언 라이스 같은 뮤지션을 보면 그렇다. 재능이 없었다면 키작은 아일랜드 찌질이겠지만 신은 찌질이의 감정을, 하이킥보다 잘표현하는 섬세한 촉수를 지닌 드문 재능.



Vocal/Guitar/Piano - Damien R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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