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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Maximilian Hecker - 압구정 예클럽, 2008/11/7


해커를 본 순간 첫 인상은 아름답게 생겼다는 것이다. 장기하가 잘생김의 표준이 된 마당에 잘생겼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고, 파라노이드 파크의 소년과 테리우스와 존레논을 섞어놓은 듯 한 얼굴은 만화 속에서 뛰어나온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그의 느낌에 맞게 조용한 목소리와 적당히 귀여운 장난기는 선영님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 놓기 충분했다.

해커의 음악은 '무드'에 의존하는 바가 컸다. 같은 무드에 의존하더라도 궁상과 청승, 신파라도 드라마틱하게 압도하는 데미언 라이스나 표현주의적 시네마틱 스코프로 빠져들게 하는 패트릭 왓슨과 달리 해커는 '무드' 자체에 의존했다. 무드라는 공기가 너무커 몰입해가는 아기자기한 과정이 다소 약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느껴지는 휑한 감성이 아쉽다면 아쉽고 그것 자체가 음악의 느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다소 강력한 록사운드로 빠지곤 했지만 그 느낌은 점증보다는 단절에 가까웠다. 아무튼, 이 모든 것들은 파스텔뮤직의 특징과 상당히 어울리는 부분이다. 좋은 부분이든 아쉬운 부분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