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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Pentaport Rock Festival 2008

펜타포트로 가는 길은 익숙했다. 생각해보니 7번째 오는 길이다. 2006년 2007년 각각 세번씩 왔다. 주차장에 오자마자 투덜거릴 일 발견. 주차료가 무료 8000원이었다. 쩝. 짜증이 밀려오는 순간 착하고 섹쉬하며 멋진 의상을 입은 선영님 등장. 사실, 어깨 띄를 두른 것이 업소적인 분위기도 다시 있었지만 어깨 띄에는 '대운하 반대'등이 적혀 있었다. 그래, 펜타포트가 라인업은 구려도 사람보는 재미는 쵝오다. 그런데, 올해는 정말 구리다. 묻어가는 인생의 운명이 그렇지뭐, 후지락도 그따구니. 그래도 스푼이나 데려오지. 쩝쩝.

그.런.데.도착하자마자 walrus의 투덜거림에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했으니.
팔찌로 교환하는 장소에서,
여인1: 주민등록증 보여주세요.
walrus: (내 나이가 몇인데)ㅋㄷㅋㄷ
여인1: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며, 팔찌를 줄 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못봤어요.
walrus: (그걸 굳이 얘기하냐)ㅌ ㄷ ㅌㄷ

진입하자마 또, 투덜투덜. 깊은 진흙뻘. 벨기에는 다음날이면 모래로 메꾸어놓던데 하는 투덜거림도 있었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강수량의 차원이 다르긴 할 듯. 투덜과 악행의 대명사 walrus 은근히 이해심도 많다. 그런데, 왜 나 비 많이 오는 나라에서 태어난거야. 라인업도 구린데 말이지.

Go! Team

기대를 많이 했던 밴드였다. 그들이 낸 두장의 앨범은 활기차고 참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고팀이 시작하기 전 쏟아진 폭우 탓일까, 댄서블한 그들의 음악은 무거워지고 눅눅해진 아랫도리만큼 멍멍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이며 흥미로왔지만 귀로 들리는 쾌감은 음반만큼 못했다. 비가 문제였을 수도 있겠지만. 보는 즐거움은 확실했다. 신동엽이 출연했던 시트콤처럼 남자셋 여자셋으로 구성된 이팀 고팀은 드럼을 두개 쓰기고 하고(두개의 베이스 드럼엔 Go와 Team이 적혀져있었다), 세명의 여성이 돌아가면서 보컬을 맞기도 하며 편성을 수시로 바꾸는 팀이었다. 특히 흑인 여성 보컬은 뮤지션이라기 보다는 육상 선수처럼 보였다-종목도 뛰는 종목 말고 던지는 것. 무대 매너 역시 선수틱했는데 공연의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잦은 편성의 이동이 밴드로서 사운드를 탄탄하게 들이대는데는 문제 있지 않나 생각도 들었다. 충분히 재밌는 공연이었지만 확실히 기대만큼은 못했다. 물론, 3명의 여성 멤버의 외모에 실망해서 그렇다는 악성 루머를 날리는 분도 계시겠지만-사실 없습니다.

The Music
The Music은 그다지 기대한 팀이 아니었다. 3년전 후지락에서 별다른 임팩트가 없었고 후지락 단골이니 묻어서 왔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금요일의 주관심사는 Go! Team이었고 방만하게 늦게 공연을 봤지만,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안그래도 구린 라이벌, 록보다는 댄서블에 주력하는 펜타포트 내에서 가뭄에 단비같은, 아니(비가 와서 기분도 구린데) 장마 속에 햇살 같은 순도 높은 록밴드였기 때문이다. 오아시스 이래로 가장 중요한 밴드라는 평가 속에는 그들에게 뭔가 모던함을 기대하게 했지만 정작 난 오히려 레드 제플린이 연상되었다. 비음을 쓰는 보컬, 깁슨레스폴을 쓰는 기타, 그리고 30도 정도 고개가 돌아가는 파워풀한 드러밍까지. 당연히 레드 제플린에 비해 날씬한 사운드를 구축하고 있었고 장황하고 산만했던 고팀과 비교하자면 훨씬 시원한 밴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좋은 밴드 사운드에도 확 뛰는 히트곡이 없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그만큼 못뜬 이유가 아닐까 생각도 들지만, 라이브에서 느낌은 꽤 쏠쏠했다. 더욱이 펜타포트에서는. 더 뮤직 역시 프런트맨의 비중이 큰 밴드였는데 3년전과는 헤어스타일이 정반대였다. 로버트 플랜트에서 모비로 바뀌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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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던 그다. 역시 중년 남자의 고민은 탈.모. 숱많은 walrus 킹왕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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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열댓번 본거 같은 크라잉 넛, 작년에도 봤고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엘러가든 비올 때 꼭 봐야되냐하며 투덜투덜거리며 캄백홈 중. 뭐 가수가 왜 이리 이쁘지 하고 봤더니 소이의 프로젝트 라즈베리 필드.

 
집에 가기 전 잠시 본 스웨터 아립 아줌마. 뭐 아줌마 불릴 나이도 되었지뭐.
(혼자 늙기는 싫은 쌤통 walrus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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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담. 오늘 비는 Travis 탓인게야(끊임없는 남탓)
아무튼,저녁 먹는데 장년 층 분 말씀,
'거시기 록하는 애들 나오는 거-난 욕할 줄 알았으나-
그거 할 때마다 비오데.'
우리만 그런 생각하는게 아니었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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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가, 방가. 너 맘에 들어.(walrus 왜 반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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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언니 작년 펜타에도 온 것 같은데.ㅎㅎㅎ 여전히 미인이긴 하시지만 역시 화장의 필요성은 느껴진다는-이 끊임없는 악행. 이전 펜타포트 참조.

이한철, The Vines

또 다른 밴드 RunRunRunways로 나온 이한철. 불독맨션에서 솔로로 오며 조금 가벼운 편성으로 갔던 이한철이 다시 Brass를 넣어 빵빵한 밴드 사운드로 복귀했다. 이한철이야 여전히 신나고 그리고 착한 음악을 한다. 나쁜 음악도 나빠보이진 않지만 아무튼 그는 착한 음악을 한다. 나른해지기 좋은 오후 시간 이한철은 다른 대형 뮤지션보다 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뮤지션. Vines는 호주 출신의 포스트 그런지 밴드. 개러지 밴드들 중에 그런지에 가장 가까운 밴드였고 하늘을 향해 삿대질하는 수많은 인파들은 미쳐갔고 삘받은 보컬은 공연의 마지막을 악기파괴-실제로 부서졌는지는 확인못했지만-로 장식했다. 솔직히 난 그다지 확 땡기지는 않았다. Nirvana에 열광했던 이유는 단순히 거칠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문샤이너스, The Gossip
홍대 엘비스 차차의 록앤록 밴드 문샤이너스. 차승우는 록앤록에 필수적인 아치 본능을 타고난 이처럼 보인다. 문샤이너스로 뜨겁게 달구어진 서브 스테이지는 Gossip에서는 활활 타올랐다. 쿵푸팬더 아니 헤어스프레이 밑 펑크라고 할까? 육중한 체구에서 뽑아나오는 여성 보컬의 파워가 예상대로
 돋보였고 반응은 부글부글 끓어오를 정도였지만 솔직히 난 좀 단조롭게 느껴졌고 오히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여성보컬을 연상시키는 수건의 두건화가 기억에 남는다.


Travis

음악을 한다면, 특히 대중음악을 오랫동안 한다면 다른 음악을 해야한다. 비틀즈의 Yesterday를 비틀즈와 똑같이 연주 잘하는 것은 클럽이나 바의 분위기를 띄워주는 조금 팔리는 뮤지션 이상은 되기 힘들 것이다. 다른 뮤지션과 달라야하고 한곡만 연주할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다른 곡들을 만들어 내야한다. 익숙함과 식상함이라는 양날의 칼을 가지고 음악을 사는 대중들을 위해서라면 시기적으로 뭔가 다른 느낌을 준 것을 필요로 한다. 는 참 변화가 없는 팀이다. 나름의 실험과 변화는 있지만 다른 톤을 지니는 두대의 기타 위에서 미드 템포의 과하지 않은 bittersweat한 감수성을 전달하는 기타팝록이라는 점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매 앨범마다 장르의 극과 극을 가는 한국의 가수, 특히 서전트 페퍼스를 언급하는 펜타포트의 저녁시간을 기어코 따낸 모밴드와 비교하자면. 그래서일까, 첫 앨범을 낸지 10년이 지난 지금 영어권에서는 다소 구식인 이전처럼 주목받지 못한 밴드일 수 있다. 유럽 지역에서 열리는 록페스티벌에서 그들이 어떤 스테이지 어떤 시간에 서는지를 보면 아마도 그런 것 같다. Travis의 앨범이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Travis의 사운드는 다른 밴드와의 차별화하는 독창성을 지닌다. 물론, 그들 역시 스티브 윈우드, 폴 웰러를 지나 포스트 오아시스와 포스트 라디오헤드의 큰 영향을 받았지만. 비슷한 부류로 분류되는, 2006, 2007년 펜타포트에 참가한 Kula Shaker와 Ocean Colour Scene과 비교했을 때 차이를 가지는 Travis의 특징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1시간 반동안의 공연 시간은 곡이 비슷해서 느껴지는 지루함보다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감성에 충분히 젖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장기간 세공된 보석처럼 정제된 그들의 사운드가 그들의 곡이 가지는 매력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이 지니는 사운드가 독창성 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완성도 면에서 뛰어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몇차례 기가 막힌 싱얼롱에 Travis 역시 감동을 먹은 듯 막판에는 거의 울 듯 했다. 특히 공연의 마지막이 수많은 관객들의 점프와 함께 마무리될 때는 나같이 Travis의 팬이 아닌 이에게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구라 오빠를 통해 더 유명해진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로 마무리 된 시간은 오히려 토요일의 가장 Sunny Day였다. 앵콜 때 선물 받은 Travis 티셔츠의 앞면에 세겨진 '즐거울 락'자처럼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공연의 가장 뜨거운 시간 Travis, Gossip, 자우림과 맞짱 뜬 절대고수가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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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밴드. 그런데 몬테소리는 왜 여기있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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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언급한 바있는 언니들 '공기업...' 오늘은 조금 얌전하신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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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진흙뻘이 놀기는 좋은데, 젊을 때 얘기지.
Tricky
Tricky의 음악 속에는 백인여자와 흑인남자 사이의 은밀하지만 강렬한 욕망과 구원 사이의 갈등이 느껴졌다.한편, 중간에 관중석에 잠입한 트리키가 새마을 깃발을 가져오기도 했는데.

델리 스파이스
이번에는 메틀적인 느낌이 날 정도로 상당히 강력한 사운드를 준비했다.

Hard-Fi
솔직히 라이브는 별로쓰.

Kasabian
지금 영국의 가장 뜨거운 밴드 중 하나. 댄서블한 기타와 신써사운드가 섹쉬하게 뒹굴거리지만 뜨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사운드의 힘은 좋은 드러밍에 의지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 싶다. 비록 두장의 정규 앨범 밖에 없지만 그리고 곱게 자란 꽃미남 캐릭터일지라도 자신만의 사운드를 구축하는데에는 오랜 기간 알바와 함께한 눈물 젖은 빵이 있었다.

Underworld

60년대 미국, 약물과 싸이키델릭 음악을 통한 정신의 해방이 가능하리라 예언했던 티모시 리어리의 꿈은 약물도 인터넷도 아닌 언더월드의 음악을 통해 구현되었다. 육체성의 부재라는 일렉트로니카의 한계를 비트 위주로 극복했던 다른 뮤지션과 달리 언더월드는 보다 환각적이며 감성적인 접근 방식으로 기존의 비트를 보다 입체적이며 자연적으로 구현한다. 외계인의 우주정거장 같아보였던 라디오헤드의 기둥과 달리 언더월드의 기둥은 틀어지고 누워서 서로 교감하는 기둥이었고 미디어의 도구적 이성 카메라는 자신과 남을 자유롭게 바라보는 새로운 수단이었다. 그들의 음악은 가장 안락했던 자궁 속 그리고 처음 햇빛을 보던 그 순간의 환희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피지컬 일렉트로니카, 비트 싸이키델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