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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Maroon5 - 체조경기장, 2008/3/7

대중음악에 있어서 팝은 설탕과 같다. 한번 맛을 보면 계속 먹게되지만 다른 재료가 없이 그것만 먹으면 배탈이 날뿐만 아니라 입맛도 없어진다. 이빨이 썩니 살이 찌니 하며 갖은 구박을 받곤 하지만 정작 가장 매혹적인 맛임은 틀림없다. 더더욱이 한국인의 매운맛처럼 인종성별연령 가리지 않고 누구나 '맛있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맛이긴 하다. 달콤함 그 자체는 충분히 즐겁고 맛있고 의미있는 것이듯이 팝 역시 마찬가지이다. Maroon5는 록밴드이면서 팝밴드이다. 특히 그들의 두번째 앨범이 내뿜는 팝적인 센스는 밴드 편성으로는 가히 최강이라 할만하다. 딱 두장의 앨범만으로-사실 데뷔앨범만으로도-정말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Maroon5는 팝밴드이기에 설탕이라면 흑설탕이 되고자하는 백설탕이라할 수 있다. 특히 그들의 두번째 앨범에서 이런 의혹은 짙어졌는데, 확실히 블랙팝의 강한 영향을 받은 밴드이다. 블루스와 재즈 그리고 초창기 R&B와 소울, 훵크 등의 근간이 되는 흑인 음악이나 최근의 힙합보다는 그 중간 쯤에 위치할 80년대 블랙팝의 영향이 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의 등장으로 백인이 지켜왔던 빌보드 싱글차트를 마구잡이로 빼앗아올 당시의 블랙팝. 전형적인 흑인의 강한 필링을 죽이는 대신 가성을 섞어쓰는 치고빠지는 창법 그리고 한번 빠지면 죽으라고 솔로와 잼을 해대는 그들의 연주 대신 라디오 방송용 곡 하나의 기승전결에 충실한 연주 하지만 여전히 넘실거리는 그루브와 죽여주는 기타솔로까지. 사실, 히트싱글을 내는데 대중들이 따라부르기 힘들 정도의 너무 탁월한 가창력이나 역시 방송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긴 솔로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팝은 또한 포장지이기도 하다. 비슷한 틀안에서도 차별성을 낼 색깔이 있어야하며 팬들에 대한 예의도 있어야 한다. 애덤 리바인은 그 어는 뮤지션보다 많은 한국어를 뱉었고 문장사용의 창의성과 발음의 정확성은 가히 다니엘 헤니를 넘어 찬호박에 도전장을 낼만 했다. 또한 팝을 하는 팀에 있어서 각 멤벙의 인기도 중요하다. 아저씨를 타겟으로하는 옥주현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유리까지 인기를 끌었던 핑클처럼. 그리고 그 바쁜 전투씬 속에서도 5형제가 나쁜놈들을 각각 처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독수리5형제처럼. 팝에 있어 필수적인 키보드가 정식멤버로 들어있는 밴드는 고르게 연주에 기여했고 키보드 연주가 없을 때는 기타를 들어주는 쇼맨쉽?까지 보였다. 외모적으로는 역시 마른파이브 답게 다들 말랐다. 하지만, 영국밴드와 달리 우리는 캘리포니아에서 왔음을 증명하듯 디올옴므 정장 대신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카우보이의 손자처럼 보였다. 독수리5형제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1호 흰독수리가 나쁜놈 두목을 처치하듯이 프런트맨의 활약성은 돋보였다. 노래와 쇼맨쉽, 인사성은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 죽여주는 기타솔로까지. Maroon5는 참으로 모범적이었다. 너무 달면 부작용이 있기에 그 모든 것은 '적당'해야 하며 튼실한 원재료의 함량은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듯 했다. 거장의 연주력과는 거리가 멀지라도 곡의 맛을 살리는데 그리고 블랙팝의 그루브를 몸에 체득하는데에는 캘리포니아라는 풍성한 토양에서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프런트맨의 팔에 새겨진 문신은 다름 아닌 '기타'였다. 사실, 미국에서도 백인이 흑인적인 그루브를 얻는다는 건 하늘에 별따기이지만 그런 노력의 과정은 다른 열매를 가져오기도 한다. 백인의 짝퉁 블루스 짝퉁록앤롤, 짝퉁...이런게 없었다면 60년대 록음악도 사실은 없었다. 그런면에서 진짜 앵콜곡 퍼플레인은 인상적이었다. Let's go Crazy같은 것도 좋았겟지만 아마 그걸로 갔으면 집에 돌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형식적인 앵콜과 내한공연에는 정말 드문 진짜 앵콜까지 포함해서 1시간 20분 가량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넘실거리는 그루브와 팝센스는 선영님들의 목을 쉬게 하기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