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스틸록킹

Bjork - 올림픽홀, 2008/2/16

뵥누님이 오셨습니다. 붉은 악마의 나라 한국을 와서 그럴까요, 금딱지 의상 대신 빨간 딱지 의상을 입고 공연을 했습니다. 벨기에와는 달리 작년 글래스토에서 보였던 알록달록이 탈을 벗고 좀 지나서 살풀이 아니 실풀이를 하고 공연의 마지막을 종이조각 휘날리는 것까지 Volta 튜어의 레파토리가 충실히 재현되었습니다. 여전히 통통한 자신의 몸매와 주름을 감추기 위해 신비주의로 일관한 뵥누님이시지만, 한국 팬들의 열정적인 반응에 내 음악에 이렇게 놀 수도 있단 말야하며 감동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요즘 뵥누나 나이엔 다소 엔지라 싶은 귀여운 쌩큐를 꽤 자주 사용했고 Pluto에서는 귀엽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사방으로 총알 난사하기 퍼포먼스도.


작년에 본 Bjork의 공연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거대한 베이스 지옥. 이와 더불어 산만한 벨기에 관중들을 보며 뷰욕의 음악은 록페스티발에서 연주될 음악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공연을 보며 그런 느낌이 어디서 왔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지만 오히려 뷰욕의 저력이 어디에 있는지 느끼게 되었다. 뷰욕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비트를, 록앤롤의 근간이 될 비트를 해체하는데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우선 베이스와 기타가 없이 브라스밴드와 건반 및 프로그래밍, 드럼으로 이어진 편성 자체가 록앤롤의 그것과 다르며 몸을 움직이게하는 충동적인 비트가 결여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의 상당 부분은 전자 비트보다는 브라스의 무드에 긴 호흡의 보컬로 진행되었고 급박하게 재촉하는 전자비트가 삽입되더라도 브라스와 보컬의 긴 호흡은 그것과 충돌을 하며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브라스 밴드의 비중은 Bjork 역시 아이슬랜드의 전통 하에 있음을 느끼게 한다. 카톨릭의 전통과 관계된 브라스 밴드의 독특한 호흡은 뷰욕이 다른 우주에서 떨어진 것 같은 독특한 느낌을 주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시규어 로스가 그런 것처럼 뷰욕 역시 전통적인 록앤롤의 비트를 거부하며 더 나아가 비트로부터 자유로워지며  가장 인공적인 사운드를 통해 정말 원초적인 벌거벗은 인간의 목소리와 숨소리를 잡아내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Medula는 그런 것에 대한 노골적인 시도였고 Volta는 오히려 과잉된 비트를 통해 비트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시도가 아닐지?. 팔다리가 어색하고 놀지만 왠지 모르게 충동적인 춤사위 역시 그런 원초적 충동성의 일환이 아닐지? 뜨거운 공연장의 열기에도 여전히 뷰욕은 비틀즈보다 스티브 라이히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Setlist

01. Intro - Brennið Þið Vitar
02. Earth Intruders
03. Hunter
04. Aurora
05. All Is Full Of Love
06. Hope
07. The Pleasure Is All Mine
08. Vertebrae By Vertebrae
09. Jóga
10. Desired Constellation
11. Army Of Me
12. Innocence
13. Bachelorette
14. Vökuró
15. Wanderlust
16. Hyperballad
17. Pluto

encore
18. Anchor Song
19. Declare Independ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