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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Latte E Miele-2008/10/7, LAC

그들의 첫 앨범이 심포닉록의 걸작인만큼 클래식적인 요소도 있고 재즈적인 요소도 있었지만 그들을 지배하는 정서는 기본적으로 '이탈리아'였다. PFM때도 New Trolls때도 그랬지만 라떼밀레는 조금 더 다른 이탈리아적인, 반도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10명규모의 중창단과 함께한 1부는 확실히 두대의 건반이 휘어잡는 심포닉한 이들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면 2부는 기타리스트를 중심으로한 록사운드 속에서 그들의 보다 다양한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부르는 노래의 이탈리아어의 독특한 애수가 참 매력적이었다.

멤버들은 보통 이탈리아인들답게 체격이 참 작았고 깊어진 주름 속에 장난기를 지니고 있었다. 반도적 정서 속에서도 이탈리아인과 한국인의 차이라면 한이라는 한국인의 정서와 달리 이탈리아인들은 보다 밝다는데 있지 않을까 싶다. 어깨 동무하고 인사할 때도 호흡이 안맞을 정도로 늘 엉망이지만 과격하고 말초적인 감정 표현은 머리가 아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있다. 한편으로는 이탈리아에서 아트록과 심포닉록은 록을 하는 젊은이들이 그들의 전통에 장난을 걸고 조크를 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과잉되고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는 그 외양은 평론가의 떡밥이 되기에 딱이었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그들의 공연을 본다면 과연 떡밥으로 물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기타나 보컬이 가끔 안들린 것을 제외하자면(좌석 위치 때문일지도 있겠지만) 연주는 만족스러웠고 곡은 좋은 것도 있고 좀 후지다 싶은 것도 있지만 공연은 두말할 필요없이 좋았다. 앵콜곡에 당시 환한 빛과 함께 맞이하는 그 환희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었다.

뉴트롤스 때 연주한 드러머를 제외하고는 다들 머리가 벗겨진 할아버지들이 되어 한국을 처음 방문했고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특별했다. 보통 인생을 뮤지션으로 산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이다. 보통 뮤지션들이 1년에서 2,3년 사이 작업한 앨범을 관객들과 공유하는 것이 그들의 공연이라면 라떼밀레의 이번 공연의 경우, 저는 이렇게 살았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아닐까? 관객 하나하나에 손을 잡고 싶어했던 그들의 감정은 우리도 하나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