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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록클래식

2005 스팅 내한 공연 SACRED LOVE TOUR

  재즈 평론가 황덕호는 Nirvana의 All Apologies를 Police의 Every breathe you take 이후 최고의 노래라고 했다. 이 말은 결국 Every breathe you take가 얼마나 좋은 노래인지를 말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그렇다. 펑크의 시대가 지나가고 뉴웨이브 시대가 정점에 이르고 팝의 시대가 오는 절묘한 시점에 펑크와 뉴웨이브, 팝의 장점을 고스란히 가져다놓은 곡이 바로 Every breathe you take이 아닐까? 또, English man in New York은 또 어떤가? 팝이 줄 수 있는 가장 고급스러우면서 감각적인 사운드를 들려주지 않는가? 또, Shape of my heart는 90년대의 가장 서정적인 노래가 아닐지? 자신 만의 고급스러운 팝/록 사운드, 지성적인 노랫말, 상업적 성공까지 3박자를 두루 갖춘 정말 몇안되는 뮤지션 중 하나가 바로 스팅이다. 또, 스팅의 10년전 첫 내한공연은 올림픽 공원 잔디밭의 신록을 더욱 빛나게한 내한공연사 사상 최고의 명연 중 하나였다고 한다(나는 못 봤다). 스팅의 인터뷰를 보면 스팅에게도 꽤 기억에 남는 공연인 듯 하다.  그런 스팅이 다시 왔다.


  이번 Sacred Love Tour의 라인업은 비교적 단촐했다. 각자의 기량은 돋보였고 전체적으로도 좋은 사운드를 보여줬지만 사운드의 풍성함은 기대에 못 미쳤다.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그는 사실 로커로 규정되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팻매스니와 같은 섬세하면서 풍성하게 감싸주는 그런 사운드를 기대했었다. 사운드에서 아쉬움은 아무래도 체조 경기장의 지저분한 사운드 탓도 있었지만 밴드의 단촐함이 또 다른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강한 드럼 비트를 바탕으로 스팅이 뉴웨이브 시대의 폴리스 출신이었음을 알 수 있는 직선적인 사운드가 더 돋보였다.

  그런 면에서 이번 튜어의 사운드적 특징은 폴리스 시절 편성이기도 했던 트리오의 미니멀한 편성과 사운드에서 건반 2, 타악기 주자 2, 여성 보컬 2이 추가된 형태로 규정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스팅의 음악은 폴리스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확장팩이었다. 오늘 공연에서 들은 드러밍은 브러시의 사용은 거의 없었고 스네어-베이스-하이햇의 스트레이트한 맛이 강했다. 반면, Fragile과 같이 확실히 잔잔한 곡은 스틱이나 브러시등을 사용한 드러밍은 배재하고 퍼커션 주자의 '칙칙이?'만 사용되었다.


  특히, English man in New York에서 브라스 부재는 상당히 아쉬었다. 원래 곡에서 섹스폰이 곡의 후렴구로 사용되는 부분도 좋고 섹스폰과 탐탐, 피아노로 이어지는 솔로의 어레인지는 최상이었다. 명징하면서도 따뜻한 섹스폰의 톤의 아름다움은 그 어느 재즈곡보다 돋보이는 부분이다. Brand New Day 튜어에서는 후렴구에서는 뮤트 트럼펫이 섹스폰을 어느 정도 대신하다가 솔로 파트에서는 재지&아방한 피아노가 대신했다. 이번 공연은 브라스를 배제하고 밀러의 피아노만으로 곡을 끌어갔다. 공연을 마치고 생각한바지만 English man in New York은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역량이 빛나는 곡이다.


  라인업 하나하나를 보면 대단한 능력들을 가진 뮤지션들이었다. 한명, 한명의 커리어가 엄청났다.


Sting: Bass, Acoustic Guitar, Electric Guitar 스팅의 보컬 능력은 상당했다.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를 연상시키는 길게 늘여뜰이기도 있었지만 그의 독특한 비음을 통해 상당히 다채로운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했다.


Domnic Miller: Electric Guitar - 아르헨티나 출신의 전형적인 펜더맨. 이날 공연은 전형적인 팬더 록기타리스트였으나 사실, 전날에는 천년동안도에서 자신의 재즈 밴드로 재즈 공연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스팅은 밀러를 자신의 밴드에서 왼손과 오른손이라고 한다-참 말도 잘 만들어낸다. 펜더맨 답게 강한 필링과 함께 관중을 향한 오버액션?을 펼치는 경향이 있었고 관중과 손을 잡으려 애썼지만 (늘 그렇지만) 조금 빡센 경호원의 조치 때문에 분위기가 싸해지기도.


Jason Rebello: 재즈 지향의 피아니스트였다. 솔로잉 속에는 재즈적인 자유분방함이 있었다.


Joy Rose: 음역과 파워, 지속능력이 엄청난 흑인 여성 보컬. 스팅과 같이 부르다 점차 강한 힘을 보인 부분에서의 보컬 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 같은 흑인 보컬은 왜 그리도 많은지. 조스 스톤을 직접 듣지 않아 모르겠지만, 왠지 백인인 조스 스톤보다 더 뛰어난 보컬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Donna Gardier: Joy Rose에 비해 끈적거리는 맛이 더 있었다.


Keith Carlock: 파워풀하고 정확한 박자의 정통 드러머. 스틸리 댄에서 세션 드럼을 맡았던 것을 생각하면 조금 의외긴 하지만. Krija와 같이 보여주는 리듬의 구성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Rhani Krija: 특정 뮤지션이 어떤 음악을 하는가는 어떤 비트를 사용하는가로 정의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스팅의 음악이 정통록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리듬과 비트의 풍성함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Carlock이 정통 드러머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런 비트의 풍성함은 다양한 퍼커션을 구사하는 모로코 출신의 Krija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다채로운 퍼커션 세팅에서 연주하거나 스팅 바로 옆에서 모로코 민속악기로 예상되는 퍼커션을 두드리기도 했다. 한편, 보다 록적인 곡은 스틱으로 드럼과 같은 비트를 강하게 칠 때도 많았다는 점이다.


Kipper: Keyboard, 스팅 밴드의 다양성을 불어넣는다. 사실, 돋보이고 튀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키보드의 음색을 더하는 전체 사운드의 양념 역할을 했다. 또 두 건반주자는 보컬에도 꾸준히 가담했는데 건반주자와 기타리스트가 보컬에 가담해서 보컬의 입체감이 보다 입체적인 느낌을 줬다.

  DVD, Inside of Sared Love를 보면 스팅은 자신의 밴드의 뮤지션은 모두 자기보다 음악을 잘하는 뮤지션이라고 겸손하게 얘기한다. 밴드의 좋은 사운드는 어떤 면에서 자신이 필요한 뮤지션들을 어떻게 경영하는가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로저 워터스나 프랭크 자파처럼 독재를 행하는 방법이 하나가 될 수 있고 스팅이나 에릭클랩튼과 같이 겸손함을 바탕으로 특급 뮤지션을 자연스럽게 융화시키는 것이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더 재밌는 사실은 그런 뮤지션의 운영 방침은 실제 사운드에도 녹아난다는 점이다. 에릭클랩튼과 스팅의 사운드는 특급 뮤지션의 탁월한 기량이 커피 속 우유처럼 녹아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맛을 낸다.


  Sacred love의 곡을 제외하자면 를 제외하자면 Brand New Day Tour의 셋리스트와 유사했다.. 따라서 Roxanne, DeDoDo, DaDaDa, Shape of My heart, English man in New York, Fragile, Message in a Bottle, Fragile, If you love somebody, Set them free, Every Breathe you take등(최강의 히트곡 레이스였다. 히트곡의 해석도 괜찮았지만 역시 공연은 솔로잉과 서로간의 호흡을 통해 자유롭게 늘이고 확장해가는 맛이 일품이다. 이번 스팅 라이브에서도 신보의 곡을 자유분방하게 해석한 부분이 압권이었다-공연을 통해 이번 신보가 역시 공을 많이 들인 앨범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일렉트릭 버전으로 연주한 Send your love, 조이의 경이적인 음역과 바이브레이션이 돋보인 Whenever I Say your name, 미니멀한 비트 상에서 재지하면서 진보적인 Instrumental을 틈틈히 보여준 Never Coming Home등. Send your love의 주제는 전쟁의 시대에 대한 단상, 더 자세히 말하자면 비열한 전쟁에 대한 수치심이다. 그에게도 전쟁은 중요한 고민꺼리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는 비열한 전쟁에 관해서 이렇게 속삭이듯 비아냥 거린다.

'You may have won this war, We're fighting But would you tolerate the Peace?'


  진정한 예술가는 작품 속에 자신을 담으며 그게 내용과 표현 방식 모두 높은 수준에 올라왔을 때 작가가 된다. 스팅은 최소한 작가에 근접한 뮤지션이다. 재밌는 사실은 작가급 뮤지션은 현재의 곡을 연주할 때 가장 돋보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앨범으로는 조금 아니다 싶어도. 그만큼 자기자신을 음악 속에서 솔직히 드러내기 때문일까? 다시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 사회에 작가라할만한 뮤지션이 누가 있을까? 회의적이다.


  스탭들이 부산하게 사운드를 체크했지만 스팅을 비롯한 연주자들은 사운드 체크도 없이 바로바로 연주를 했고 연주를 하는 자세에서 마지막 인사까지 정말 성실했다. 공연을 통해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스팅의 모습을 볼 수 있어 기뻤다.


p.s. 인간적으로 후레시 켜고 사진은 안찍었으면 한다.그것도 맨 앞자리에서.  꽤 사진을 찍은 내가 할 소리는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후레시 켜고 찍는 건 정말 아니다. 최상의 공연을 즐기기 위한 태도가 아니다.

p.s.2 신승훈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난 신승훈보다 더 좋은 자리에서 봤다


Setlist

1. Send your love
2. Message in a bottle
3. If you love somebody set them free
4. Dead man's rope
5. Brand new day
6. Shape of my heart
7. Englishman in New York
8. Fragile
9. Fields of gold
10. Sacred love
11. Whenever I say your name
12. Every little thing she does is magic
13. Never coming home
14. Roxanne

* 첫 번째 앙코르
1. Desert rose
2. If I ever lose my faith in you
3. Every breath you take

*두 번째 앙코르
1. A thousand ye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