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스틸록킹

Glastonbury 2010 - 6/25(금), 3/3

이건 말이 안된다. 꼭 봐야되고 이전에 보지못한 세팀의 공연이 시간이 겹친다. 고릴라즈, 플래밍 립스, XX(사실은 더 무서운, 테러에 가까운 진실이 숨어 있었다). 전반적으로 Other Stage가 끌렸지만 헤드라이너 슬롯의 피라미드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앞섰고 고릴라즈의 트랜디함은 지금 아니면 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U2 대신 들어온 고릴라즈 이지만 U2보다 더 기대되었다. U2는 여전히 아름다운 록음반을 내놓고 있지만 U2의 퍼포먼스는 들소같은 에너지 대신 지나치게 전형적인 스테이지의 규모에 의지하고 있는 바가 큰 것 같다. 반면 데이먼 알반은 새로움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몇안되는 베테랑이라는 생각.

지금 영국은 10시가 되어야 해가 진다. 해가지는 글라스톤베리는 그것 자체로 마법이다. 그리고 해가지고 밤이 되는 시간의 마력을 결국 한 스테이지에 한 팀만이 누릴 수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을 쓰는 고릴라즈는 밤이 아니면 공연하기 힘든 팀이다. 피라미드에서 키큰 영국인들을 상대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피라미드가 가진 경사를 잘 이용해야 했다. 후지록의 메인스테이지와 마찬가지로 언덕과 텐트가 병풍처럼 둘러싼 공간이었다.

고릴라즈의 공연은 한마디로 매스테이지 잡탕식 문화의 하이브리드가 매 곡마다 예쁘게 이어지는 연속이라 할 수 있었다. 이번 앨범 때도 느낀 것이지만 꼽히는 훅의 싱글보다도 아기자기한 사운드의 배치를 찾아가는 맛이 강했고 그것이 공연의 재미이기도 했다. 관현악단의 세련됨과 일렉트로니카의 순발력, 록앤롤의 타이트함과 힙합의 드라이브감을 이렇게 예쁘게 묶어가고 사운드의 색감은 애니메이션의 화면으로 증폭되며 그 와중에 데이먼 알반은 너무나 멋지게 무대를 휘어 잡는다. 그리고 초강력 게스트. 무려 루 리드-제가 형님을 볼 줄이야-와 그 이전에 최고의 공연을 선보인(선보였다고 하는) 스놉독 등. 루리드의 등장은 파크 스테이지의 스페셜 스테이지가 설마 루 리드일까라는 불길함을 선사했는데 그건 틀렸지만 ...;;;

한곡한곡은 금요일밤을 즐길 수 있는 매력으로 가득찼지만 1시간 반의 공연에는 확실히 싱글의 훅이 있어야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며 그 점이 확실히 아쉬웠다. 그런데, Feel Good Inc.의 호탕깜찍한 웃음소리가 튀어나는 순간 억눌렸던 아드레날린의 과잉 분출. 스눕독의 등장과 이어지는 Clint Eastwood. 공연이 끝나면서 데이먼 알반은 지금의 트랜디함과 앞으로의 경향을 리드하는 결과물을 냏고 있지만 도대체 이걸 뭘로 규정해야할지. 3년전에 본 더굿더배드앤더 퀸 때도 그랬지만 데이먼 알반은 여러가지를 붙여놓지만 그러함에도 데이먼 알반만의 세련된 일관성이 있다. 많은 몬스터 뮤지션들은 그것 자체로 브랜드지만 데이먼 알반은  그 이전에 하나의 예술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과 비슷하지만 모든 것과 다른.
글라스톤베리의 넓디넓은 공간과 한낮의 땡볕 땜에 죽도록 피로했지만 아더 스테이지와 파크 스테이지에 뭔가가 남아 있을지 확인해야 했다. XX는 2009년의 밴드 아니었던가. 쩝쩝. 그래도 XX의 막판은 볼 수 있었다. 내일도 하지만 내일도 애매하다 ;;

'공연 > 스틸록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Glastonbury 2010 - 6/26(토), 2/3  (0) 2010.07.01
Glastonbury 2010 - 6/26(토), 1/3  (0) 2010.06.30
Glastonbury 2010 - 6/25(금), 2/3  (0) 2010.06.30
Glastonbury 2010 - 6/25(금), 1/3  (0) 2010.06.30
Glastonbury 2010 - 6/24(목), 2/2  (0) 2010.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