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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Emir Kusturica & No Smoking Orchestra - 2008/6/24,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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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브레고비치 때의 왁자지껄한 즐거움을 기억한다면 에밀 쿠스트리차의 밴드도 어떨지는 충분히 예상가능했다. 해피 엔딩 카르멘을 통해 본 고란 브레고비치의 공연이 에밀 쿠스트리차가 되고 싶은 고란 브레고비치라면 발칸의 인기밴드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를 만난 에밀 쿠스트리차는 고란 브레고비치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한편, (이거 참 자주도 써먹지만) 우리 준호 옵와는 에밀 쿠스트리차를 가리켜 육식형 감독의 계보를 이어가는 인물이라고 했다. 언더그라운드의 그 과한 에너지처럼 에밀 쿠스트리차는 정말로 에너지로 가득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공연 시작 전 무대 좌우에서 객석으로 놓인 계단을 보고 walrus군은 아마 밴드 멤버들 브라스 들고 뒤에서 등장할꺼야라면서 잘난 척을 했다. 심박동수를 증가시키는 드럼 소리와 함께 멤버는 보통 때 처럼 무대 좌우에서 등장했다. walrus군의 예상은 비참하게 빗나갔지만 그 계단의 효용성은 머지 않아 증명되었다. 밴드 멤버들은 흰바지에 파란 셔츠를 입은 반면 프런트맨은 빨간 상하의를 입었고 에밀 쿠스트리차는 밀리터리 추리닝을 컨셉으로 했다. 공연 시작한지 얼마안되어 과묵하고 방만한 에미루 씨를 대신하여 안토니오 반데라스라고 우기는 프런트맨 네나드 잔코비치는 튜바를 대동한 채 무대 뒤를 휩쓸고 춤추고 다녔고 그 중엔 본의 아니게 배우 예지원도 있었다. 얼마 뒤 예지원 양을 무대 위로 불러냈는데 역시 배우는 타고나는 것일까, 마치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멋들어고 즉흥적인 뮤지컬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연이어 3명의 여성을 무대 위로 초대해 춤을 추었고 또 2명의 여성을 불러냈는데 이 분들께는 춤을 같이 추는 대신 커다란 바이올린 현을 들고 벌을 서게 했고 그 줄을 사이에 두고 바이얼린과 기타의 배틀을 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예상되던 것이지만(또 잘난체), 공연 막판에는 개때처럼 불러냈는데 그 중엔 크라잉넛 옵와도 있었다.

브라스와 여성 보컬이 강요되었던 고란 브레고비치와 달리 바이얼린과 브라스가 추가되기는 해도 노스모킹 오케스트라는 록밴드 편성이었다. 실제로 고란 브레고비치의 음악이 지루박 사운드일지라도 팝적인 세련됨 역시 갖추고 있는 음악이라면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는 오히려 펑크적인 느낌이 강했다. 단순하지만 술, 섹스, 담배 등 각종 해서는 안될 것을 즐겨하는 넘치는 아드레날린을 끊임없이 분출하는 펑크 사운드가 바로 그들이 말하는 Unza Unza Sound가 아닐지...웃자,울자,운자...그들만의 감정을 분출하는 방식. 그들의 공연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선 원시적인 카니발이고 하나의 종교 의식이고 당연히 놀이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영화도 되었다-실제로 그들의 공연은 에밀 쿠스트리차의 다큐멘타리 'Super 8 Stories'로 발표되어 시카고국제영화제의 다큐멘타리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탈을 쓴 멤버들과 꼭둑각시의 퍼포먼스가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통일신라 시대 처용은 '중동'쪽 사람이 아닌 발칸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워낙 무지막지하게 달리는 단순한 음악이라 자칫 관객들이 지칠 수도 있었지만 아기자기한 무대 연출로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에밀 쿠스트리차는 프런트맨과 달리 과묵하게 기타만 치는 척 했지만 개나 소나 몸치나 다 따라할 수 있는 말달리자 댄스를 사이 사이 선보였고 에릭클랩튼이라고 서로 치켜주는 가운데 마초적 기타 액션을 선보였고 공연 말미에 관객들과 눈을 마주칠 때는 인사 후 고개를 들어올릴 때 짤막하게 윙크를 날려주는 느끼함도 보이셨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형식적으로는 단순하며 감정을 확실히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과하게 분출한다. 하지만, 발칸의 사람들은 감정을 과하게 반출하는데에 익숙하며 그런 면에서 그들의 음악은 적어도 솔직한 음악이다. 공연이라는 것 역시 하나의 만남이라면 오버 엔트로피, 오버 아들레날린를 지닌 반도적 정서의 뮤지션과 관객의 만남은 그것 자체로 최고의 저녁 데이트가 될 수 있었다.

** Line-up
EMIR KUSTURICA (guitar)
NENAD JANKOVIC (vocal)
IVAN MAKSIMOVIC (guitar)
ZORAN MARJANOVIC (drum/percussions)
ZORAN MILOSEVIC (accordion)
NENAD PETROVIC (Sax)
GORAN POPOVIC (tuba / bass guitar)
DEJAN SPARAVALO (violon)

사진출처: http://www.thenosmokingorchestra.com

p.s. 사이사이에 그들 정치적 메시지가 담기기도 했다. 가사는 CNN, MTV등 서구 미디어에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느껴졌고 중간에 코소보에 관한 얘기도 있었으며 공연 막판 'I love Servia'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무대를 횡단하기도 했다. 언더그라운드를 발표한 후 큰 문제가 되기도 했고 미묘한 발칸 분쟁에 관해서 의견을 말한다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지만, 아무튼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내뱉었다.

p.s.1 공연 정면의 5번째 줄에는 스님도 계셨다. 과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