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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Claude Bolling - 2008/05/23, 고양아람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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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5월 23일 같은 시간에 3개의 정상급 재즈 뮤지션의 공연이 열렸다. 섹소폰의 신이라할 수 있는 소니 롤린스의 첫날 공연이 있었고 철수형님께서 옷을 제일 잘입는 섹소폰 주자로 찍은 크리스 보띠의 공연이 있었으며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를 완성한 끌로드 볼링의 공연이 있었다. 작년 빅밴드의 공연이 너무나 흥미로웠고 고양아름누리 회원을 가입한 후에는 단 2만4천원에 꽤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기에 23일은 끌로드 볼링을 만났다.

끌로드 볼링은 재즈클래식 크로스오버라는 특정 장르에 있어서 독보적이다. 너무나 실험적인 20세기 클래식에는 대중과 호흡할 공간이 필요했고 백인 재즈뮤지션들은 자신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흑인의 필링과 다른 그들만의 장기를 찾을 필요성을 느꼈다. 이 접합점을 가장 완벽하게 찾아낸 이가 바로 클로드 볼링이다. Baroque and Blue에서 화사한 클래식의 선율이 눈웃음칠 때, 재즈는 능청스럽게 클래식에 작업을 건다. 끌로드 볼링은 재즈와 클래식의 크로스오버라는 어려운 작업을 해낼 최적의 인물이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 신동으로 분류될 연주력과 선율 및 편곡에 대한 감각 그리고 자기 스스로 20년 일찍 태어났으면 클래식 뮤지션 20년 후에 태어났으면 팝뮤지션이 되었을 것이라 말할 정도의 철저한 오픈마인드와 음악적 호기심을 가진 극소수의 선택된 이였다. 재즈와 클래식이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를 하며 친해지는 과정이 끌로드 볼링의 한곡 한곡 속에 살아 있다. 크로스오버의 창시자란 말에 대해 끌로드볼링은 '조지 거쉬인도 있고 듀크 엘링턴도 있는데 내가 무슨'이라 말하며 선배들에게 공을 돌리지만. 재즈의 핵심이 '자유'라면 끌로드 볼링에게는 엄격한 장르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자유이며 재즈의 특질이다. 대중에게 친숙하고 기존의 장르를 결합하는 선에서 못벗어난 것을 생각한다면 끌로드 볼링의 음악은 마트에서나 나올만한 상업적인 무작이나 이지리스닝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20세기에 스트라빈스키와 존 콜트레인같은 작가만 있었다면 mp3가 나오기 훨씬 이전에 음악을 감상한다는 개념이 달라졌을 것이다.

공연은 3파트로 나뉘어졌다. 끌로드 볼링의 상징인 플룻 및 첼로라는 클래식 독주악기와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협연을 통한 크로스오버, 피아노 트리오, 그리고 브라스와 보컬이 더해진 재즈 스탠다드의 해석. 시간이 지날수록 재즈의 농도를 높혀갔다. 80을 앞둔 끌로드 볼링과 다들 만만치 않은 연령대의 밴드는 작년 빅밴드의 멤버에서 베테랑들만 뽑혀온 것 같았다-목이 없고 섹소폰을 불 때 얼굴 정말 빨게지는 할아버지는 뚜렷이 기억나는데, 플룻을 불 때도 얼굴에 힘줄을 쎄우면서 빨게지는 것을 확인했다. 관록과 활기, 연주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인터미션을 제외하고도 2시간을 넘기는 충실한 공연시간과 풍성한 레파토리 다시 오겠다는 인사말-다음에도 이번엔 마지막 내한이라는 홍보문구가 붙곤 하겠지만-그리고 한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팬사인회까지. 즐거운 음악을 하기위해 필요한 성실함에 있어서 귀감이 될만한 모습이었다.

가끔은 음악이 노동일까? 공연을 보며 적어도 음악을 하는 순간이 즐겁다면 소외되지 않은 노동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런데, 나이 80에 11시반까지 사인회를 하는 동안 피로에 쩔은 모습을 보면 그건 좀 안되보이긴 했다.

Claude Bolling - Piano
Pierre Maingourd - Bass
Vincent Cordelette - Drum
Michel Delakian - Trumphet
Pierre Schirrer - Sexophone
Marc Thomas - Voc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