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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식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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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의 새 영화 제목이 '식코'라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 첫번째 궁금증은 바로 '식코'가 무슨 뜻일까였다. 상상력을 발휘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정작 뜻은 가장 직설적인 '환자'라는 뜻이었다. 답을 알고나면 'Sick'에서 유례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마이클 무어는 어쩌면 늘 당연하고 답이 가까이 있는 주장을 해왔다. 세계화 속에 공장 이전으로 황폐해진 고향의 얘기를 하는 것, 전쟁의 공포로 인해 보다 폭력적이고 전쟁을 정당화하는 아이러니, 억지스러운 동기에 의해 시작된 이라크 전쟁. 너무나 선명하고 답이 가까이 있는 이슈지만 현란한 미디어의 어휘 사용-세금 구제와 같은-에 의해 왜곡된 뭔가 잘못되있는 부분을 그만의 방식으로 돌파해나갔다.


'식코'는 그 이전 어떤 영화보다도 당연한 주장을 한다. 의료정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철저하게 민영화된 미국의 의료보험제도가 얼마나 위험하고 서민들의 생활을 파탄으로 몰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책과 영화를 통해 애기했던 그만의 방법론도 여전하다. 인정하고 양보할 건 최대한 양보하지만-또는 양보하는 척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자신의 주장이 절대적인 당위성을 가짐을 얘기하여 관객을 설득하는 방식. 그리고 그 이전 작품처럼 '식코' 는 무거운 주제를 러닝타임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재밌고 유쾌하게 풀어간다. 이건 무엇보다도 재치가 넘치는 탁월한 편집의 힘이다. 자신의 주장을 위해 그리고 관객이 즐길 수 있도록 위해 객관적으로 보여준다는 다큐멘타리의 미덕은 버려두고 간다. 작가가 원하는 바를 위해 인터뷰와 방송의 한 장면, 그리고 그가 연출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유도한 상황을 통해 풀어가는 방식의 정당함은 충분히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이건 사실, 보수적 미디어가 대중들을 조정하기 위한 대표적인 전술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또 한번 뒤집어 보자면 작가가 표현하고자하는 것을 위해 영상과 음향을 배치함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이젠슈타인 이래 그 자체가 영화이기도 하다. 적어도 마이클 무어는 21세기 가장 주목받아야 마땅할 영화인이고 미국인이다.


식코(Sicko, US, 2007, 120min)

감독: 마이클 무어

출연: 마이클 무어, 조지 W. 부시, 레지 서반티스, 존 그레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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