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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최신작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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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 빠지고 밀고 땅기는 장인의 솜씨는 주말 두시간을 꽉차게 만들어주었다.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회주의적으로 성공하는 이의 흥망성쇄를 시니컬한 시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배리린든'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영화의 거의 마지막 부분 디떼의 대사에서 이리 멘젤의 시선은 스탠리 큐브릭보다는 훨씬 은은함을 느끼게 한다. 배리린든이 탐욕이 부를 파멸이라는 전형적인 비극의 구조를 따른다면, '영국왕'은 시대의 흐름과 운명이라는 큰 수레바퀴 속에서 본질적으로 이기적인 개인의 선택이 당장은 인생의 진로를 바꾸는 것처럼 보여도, 정작 크게봐서는 엉뚱하게 돌아가는 희극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디떼가 친독행각이 아닌, 공산화 때문에 파멸한다는 것은 그의 인생이 그의 선택이 아닌 그저 운명이었음을 얘기하고자하는게 아닐까? 한편으로는 발칸의 과도한 에너지, 독일 영화의 다소 딱딱한 느낌, 러시아 영화의 지리하면서 관조적인 느낌 사이에서 역시 체코인인 보흐밀 흐라발의 원작을 또 다시 해석한 이리멘젤의 따뜻한 냉소는 또 다른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의도적이지 않을 때 더 인간적이다.'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Obsluhoval Jsem Anglickeho Krale, 체코, 2006, 120min)
감독: 이리 멘젤
출연: 마틴 휴바, 마리안 라부다, 밀란 라시카, 지리 라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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