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밌다. 정말 재밌다. (이 인간은 맨날 이상한 영화만 재밌다고 한데요라고 말할 분도 있겠지만, 극장을 나올 때 하나같이 '짱이다'라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반드시 잡아야할 범인이 바로 관객의 손끝에 있는 것 같은 긴박감이 러닝타임 흐르며 중간중간에 흐르는 뇌와 심장을 내려치는 충격은 '잔혹함' 이상의 설득력을 가진다. 관객들을 얄팍하게 속이지 않지만 기대 이상의 효과적인 반전이 있다. 나홍진이라는 감독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최적의 작품을 고르며 연기파 배우의 길을 가고 있는 하정우는 평범한 인물의 광기라는 로버트 드니로의 주 메뉴를 자신감있게 해석하고 있으며 김윤석의 에너지는 마치 최민식을 연상시키며 이 둘의 팽팽한 기싸움은 강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결국엔 잡힐 수 밖에 없음을 미리 얘기하고 가지만 영화의 끝까지 추격자의 발목을 잡는 것은 전형적인 한국의 관료주의다. 관료주의에 대한 비아냥거림 역시 오락영화의 미덕을 손상시키지 않을 선에서 적절히 제어되고 있다는 것 역시 신인 감독의 내공을 뛰어넘는 부분이다. '노인을 위한 바다는 없다'가 감정없는 살인마를 추적하며 미국을 훑는 영화라면 '추격자'는 감정없는 살인마를 추적하며 마포구를 훑는다. 흥행의 걸림목은 흥행배우의 부재보다 오히려 마포구 땅값이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분'들의 걱정이 아닐지?
p.s.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큰 아쉬움은 '디지털'이었다. 아주 깔끔하게 나왔던 스위니 토드와 달리 추격자의 디지털 상영은 입자가 너무 거칠었다. 필름으로 보세요~
추격자(Korea, 2008, 123min)
감독: 나홍진
출연: 김윤석,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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