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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전

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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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를 선택한 정성일 옵와는

 

씨네필이라면 다들 좋아할 영화들이 있고 그것들을 좋아하면 친구겠지만,

이 영화를 좋아하느냐는 취향의 문제다.

이 영화를 보다가 나가도 뭐라할 것 아니고 이 영화를 보고 내년에 내가 픽한 영화 안봐도 좋다.

취향이 같은 사람은 친구보다 좀 더, 난 동지라고 부르고 싶다.

일본의 한 비평가에게 이 영화 좋다니까 멀뚱 처다보더라(walrus의 경험상, 예의 바른 일본사람들이 보여주는 강력한 거부의 표시)

나중에 어떻더라도 지금 찾은 분께는 '동지'라고 부르고 싶다.

 

이런 식으로 강력한 겁을 주고 협박을 해왔다

 

하지만, 영화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대박. 흙속의 진주, 시장통에서 이나영을 발견한 것 같은. 컬트적인 B형이 만든? B급? 라쇼몽이라고나 할까? 영화를 진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을 말고는 뮤트를 시킨 것 같은 검은 화면 속에서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는 표정과 필요한 배경의 배치와 운동의 선은 강렬하게 다가왔고, 미니멀한 구성으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는 것은 라스 폰 트리에 그리고 갑작스러운 고어적인 폭력성은 타란티노를 연상시키기도 했으며 마치 DVD의 구간반복 기능을 앵글을 바꿔가며 보는 것 같은 몇몇 장면은 충격을 배가시켰다. 성일 옵와가 준 힌트에서 느낀 바지만, 조직에 의한 혁명의 좌절이라는 71년 일본의 시대적 분위기가 느껴지며 참혹한 인연의 굴레는 불교적 사상의 변주를 연상시켰다. 영화음악과 같은 별다른 장치가 없이 진행된 134분이지만 두고두고 곱씹을 충격을 남기는 영화였다. 눈뜨고 보기 힘든 막판의 고어적인 충격과 썩소의 피범벅을 불러 일으킨 문신의 글귀 등은 기억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은 것 같다.

 

p.s.1 성일 옵와의 전략은 '이런 영화는 많은 사람이 보면 배아푸기 때문에 겁을 줘서 내보내자'임에 틀림엄써요.

p.s.2 성일 옵와의 말투는 왠지 성대모사를 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내 비밀병기 Zoom-H4를 사용해야겠다.

p.s.3 이명세가 컬러 버전으로 리메이크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수라(Pandemonium(Shura), Japan, 1971, 134min)

감독: 마츠모토 토시오

출연: 나카무라 가츠오, 카라 주로, 산조 야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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