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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헤딩은 발로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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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크리스티앙 호나우두의 피치는 가히 괴물이다. 골과 어시스트의 숫자에 있어서도 최고지만 그를 더욱 괴물스럽게 만드는 것은 전방위적인 공격 능력에 있다. CM에서 거의 모든 공격능력을 만땅으로 받을만하다.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요구되는 드리블과 크로스 능력 그리고 무회전슛을 장착한 셋피스 처리능력이야 겸비한 선수들이 적지않게 있다하더라도 '테크니션'에 분류될만한 항목이라하더라도 전형적인 9번 또는 중앙수비수에게서 볼 수 있는 종종 터지는 헤딩골은 쉽게 설명되기 쉽지 않다. 팬들의 야유 그리고 혼자우도라는 비판 속에서도 퍼거슨이 왜 이렇게 애지중지해왔는지 이제서야 완전히 검증된 셈이다. 더욱이 그는 여전히 어리며 매년 발전하고 있다.

 

완전한 공격수로 생각되던 호나우두와 앙리에게도 큰 약점이 있으니 바로 제공권이다. 수비가담이나 피지컬을 이용한 인사이드 플레이를 제외하더라도 문을 단단히 걸어잠근 상대를 대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좋은 득점루트인 헤딩골이 많지 않다는 점은 사실 골게터로 약점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크리스티앙 호나우두가 보다 쉽게 헤딩골을 뽑아낼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일단 만만치 않은 피지컬에 있다. 184cm, 75kg의 피지컬을 가지고 있다는 점. 하지만 이보다 조금 작은 호나우두나 더 큰 앙리에 없는 무엇인가가 더 있다는 얘기다. 일단, 몸싸움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 있겠다. 그와 더불어 이들과 달리 볼을 가지기 전의 움직임이 좋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흔히들 볼을 가지기 전의 움직임이라면 침투패스를 마음 놓고 찔러주기 위해 미리 가속을 걸어주는 움직임을 들 수 있다.

 

데미언 더프와 같이 수시로 시동을 땡겨주는 윙어는 프리미어리그를 보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하지만, 헤딩을 따내기 위한 풋트웍은 또 다르다. 직선적인 움직임보다 변화무쌍한 푸트웍과 힘으로 마크맨을 따돌리며 적절한 시점에 좋은 위치와 타점에서 임팩트를 가질 수 있는 위치까지 갈 수 있는 위한 움직임이어야 한다. C.호나우두 특유의 춤꾼용 스텝을 헤딩 경합 직전에도 적절히 살려주고 있으며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적극성도 있다. 그런 움직임은 경험과 훈련된 감각을 필요로 한다. 설기현이 히딩크로부터 전수받은 노하우를 언급하면서 수비 뒤에서 움직여라는 얘기를 언급한 적이 있다. 수비수의 원칙이 마크맨과 공을 일직선 상에 두는 것이라면 공격수의 원칙은 반대로 그걸 못하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크로스가 날라올 때 보다 먼 위치에 있다가 크로스가 접근하는 순간 가속을 살려 수비수의 앞을 잘라 들어가야 한다.

 

또한, 헤딩은 완전한 하나의 테크닉이다. 한 때의 헤딩머신으로 각광받았던 수비수 조병국이 찍어넣어라는 것과 밀어 넣어라는 어드바이스를 동시에 들으면서 헤딩에 대한 감각이 떨어졌음을 토로한 적이 있는데 좋은 임팩트로 골키퍼를 무력화하는 것 역시 하나의 테크닉이다. 자신의 위치에 따라 어느 정도 돌려 놓을지 그리고 얼마나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는 감각과 기술의 영역에 속한다. 때로는 크로스바를 넘기지 않기 위해 골대의 위치를 본 후 힘을 죽여 구석으로 밀어넣을 때도 필요하다. 전자가 전성기 클라위베르트의 주특기라면 후자가 반니스텔루이의 헤딩골에서 잘볼 수 있는 장면이다. 장신군단 스웨덴을 상대로 골을 넣었던 단신 호마리우의 골은 헤딩 역시 기술과 감각의 영역에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피지컬적인 조건은 헤딩에서 중요하다. 특히, 중원에서의 장악력 그리고 경기를 쉽게 풀어가기 위한 루트 중 하나가 장신의 머리를 겨냥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 있어서 헤딩을 통한 골은 이와 달리 복합적인 테크닉과 감각 그리고 마인드의 조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헤딩은 발로 한다. 머리(Head)는 살짝 도와줄 뿐. 또한, 헤딩은 머리(Brain) 없으면 안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