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기타등등

고란 브레고비치 - 성남아트센터, 2006/8/31

영국, 미국인이 아니면서 비틀즈가 되는 법.

40인조 편성이라고 했지만, 사실 실제 내한공연한 멤버는 12명이었고 나머지는 서울대 기악과의 현학기 연주자들과 한양대 성악과 출신들의 남성보컬이 채우고 있었다. 작년 공연과 그리고 올해 LG아트센터의 공연과 차별화를 시키기 위한 주최측의 고육책이긴 한데...지구 건너편의 정서를 간직한 아티스트들과 엄격한 클래식 교육 영재들과의 화학적 결합이 단시간내에는 결코 불가능한 것을 알았기에 고란 브레고비치는 안전한 방법을 택했다. 거의 50분 가까이를 기악과 성악파트에게 자신의 영화음악의 스코어를 연주하게 시켰다. 그 와중에 그들 특유의 관객 출입문에서 브라스를 불며 등장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지만, 대체로 지루한 시간. 중간에 좀 미스가 난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 여전히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음악에서는 절제가 중요하지만 라이브에서는 감정에 다소 동요되어야 곡의 맛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소 정적인 시간의 흐름은 공연 중반 이후 브라스의 에너지를 폭발시킬 때 맛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또한, 귀를 깨끗이 청소한다는 느낌도 들었고.


브라스가 리드하기 시작하자 상황은 예상대로 예상 이상이었다. 사실, 작년 공연 당시 몸이 그다지 좋지 못해 강한 브라스 사운드는 다소 어지러웠다. 그런데, 이번엔 귀속을 심장을 사정없이 유린하기 시작했다. Ringe Ringe Raja은 약간 아쉬웠다. 다이내믹함과 상큼함이 공존하는 곡인데, 곡이 매끄럽게 가지 못했다. 그래도, 그래도 사운드의 박진감 그리고 곡의 흥겨움은 절대 극강이었다. 지난 몇백년간 현악기가 리드한 심포니가 풍성한 소리의 입체감을 완벽하게 창출했다면 고란 브레고비치의 브라스 밴드는 흥겨움에 있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우렁차지만 밝지않은 금관 악기의 사운드는 약하면서도 강한 체 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내면을 잘 표현하는 것'이라는 고란 브레고비치의 표현은 의미심장하다. 트럼펫의 다이내믹함과 테너의 웅장함, 튜바의 허풍스러움, 섹스폰의 섬세함이 빚어내는 사운드는 즐겁지만 그 속에는 애수와 깊은 슬픔이 숨어있다. 그들의 생활은 폭탄에 가족과 친구가 죽고 자기도 언제 죽을지 또 어떤 고통을 받을지 모르기에 오늘을 즐겁게 지내야할 의무가 있었다. 실제로 종교와 인종은 다 다르지만, 그러기에 서로 싸운지만 서로 비슷한 운명을 지닌 이들의 공동체는 그들만의 멜로디, 그들만의 사운드, 그들만의 비트를 만들어냈다. 모짜르트가 음악여행을 통해 얻어낸 재료들을 그의 천부적 감각으로 세련되게 빚어냈듯이 로버트 존슨과 무디 워터스가 바다 건너부터 간직해온 그리고 바다 건너와 변화한 흑인들의 사운드를 블루스로 빚어냈듯디 엘비스와 비틀즈, 롤링스톤즈가 세련된 흑인들의 음악에서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냈듯이 고란 브레고비치도 자기만의 역량으로 그들만의 재료를 맛있게 버무려낸 것이다.


공연이 절정을 달려갈 때 옆에 시끄러울 정도로 떠들던 분당아줌마들은 거의 미쳐갔다. 고란 브레고비치의 음악은 프란츠 8종체조를 소화 못하는 아저씨, 아줌마들도 몸을 흔들지 않고는 버겨낼 수 없는 뿌리 깊은 그루브를 가지고 있다. 사실, 예상된 앵콜곡인 칼라시니코프(또는 돌격)에서의 사운드는 한마디로 지루박이었다. 어제 로스반반처럼 123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연주해도 충분할. 그렇다. 그들의 음악은 천박하다. 천박한 대중음악이다. 그런데, 천박한 민중이 즐길 수 있는 제대로 만든 음악은 그것으로 클래식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음악의 파동이고 움직임이라면 몸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진짜음악이며 그리고 시대를 뛰어넘는 음악은 클래식이 된다. 그런면에서 고란 브레고비치의 음악은 지난 세기 최고의 대중음악이며 클래식 중 하나이다. 비틀즈 혹은 스톤즈 처럼.

 

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3839404142434445

 
- 이들의 음악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춤추기 좋다.
 
아줌마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이 아제. 강호동이 그 바닥의 카사노바라는 설이 충분한 개연성이 있음을 다시한번 느꼈다. 나도 이 컨셉으로 가볼까?
 
불가리아 보컬 - 글리터해보일 수도 있는 이런 복장 자체가 소녀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아줌마들의 심정 아닐까?
왼쪽 둘만 손을 잡았다.
- 가장 섬세한 디테일을 지니며 지휘까지 맡았던 연주자였던 섹스폰 주자.
- 이 아제는 꽃미남의 피가 흐르는 듯 했다. 10대/20대 타겟. 드럼과 만도네온에다가 맛깔나는 보컬까지 하니 이 정도면 팔방미인
- 고란 브레고비치 밴드는 두말할 필요없이 브라스의 밴드다.
- 회교권에서 유래되었을 것 같은 뾰족한 신발을 신었는데 고란 브레고비치는 그렇진 않았지만 여전히 요란스러운 신발을 신었다.

- 이들의 음악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대중음악의 심포니이다.

Setlist

War
Dreams
TDV(Scherzo)
So nevo si
St. Bartholomew Night
Sanctus Deus / Pater Noster
Natura
Maki Maki
Aven Ivenda
Te Kuravle
Sex
Polizia molto arrabbiatta
Underground Tango - Ausencia
Hop hop hop
Ringe Ringe Raja
Prawy do Levego
Death
In the Death Car
Ederlezi
Mjesecina


Lineup

고란 브레고비치 & 웨딩 & 퓨너럴 밴드
Goran Bregovic 기타, 신서사이저/보컬
Alen Ademovic 타악, 어코디언, 보컬
Vaska Jankovska


집시 브라스 밴드
Bokan Stankovic 1st 트럼펫, 백파이프, 플롯
Draganco Ristevski 2nd 트럼펫
Ekrem Demirovic 3rd 트럼펫, 보컬
Stojan Dimov 섹소폰, 클라리넷
Ivan Jovanovic 1st 테너
Milos Mihajlovic 2nd 테너
Aleksandar Rajkovic 3rd 테너
Dejan Manigodic 튜바


불가리아 보컬
Daniela Radkova-Aleksandrova
Ludmila Radkova-Trajkova

서울대 기악과
바이올린1,2
비올라
첼로
베이스

한양대 성악과
테너1: 3
테너2: 4
바리톤: 4
베이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