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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Soccer, Lies and Cassettet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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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이탈리아의 가장 큰 사건은 골통 보수의 대표주자, 베를루스코니가 사임한 것도 아니고 리피가 이끄는 20년만에 최강의 공격진으로 출력하는 독일월드컵도 아니다. '모지 녹취록'이라는 사건은 실체를 들어낼 수록 태풍과 같은 위력의 사건으로 돌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월드컵을 포기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증시는 초우량주였던 유벤투스가 급락하면서 조절을 위해 수차례 주식거래를 중단하는 등의 크게 들썩거리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2004년 8월과 9월에 녹음된 녹취록을 통해 이탈리아 최고 명문 중 하나인 유벤투스의 단장 루치아노 모지가 세리에 A와 챔피언스 리그 주심 배정에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축구협회(FIGC)의 행정, 이적시장에 검은 손을 써왔다는 사실이 들어났다. 모지는 친선경기인 베를루스코니 컵-이 역시 깨는 얘기, 현 수상의 이름을 건 컵이 있다는 건-경기부터 챔피언스 리그에 이르기까지 주심 배정에 뇌물과 협박 회유를 통해 영향력을 끼쳐왔다. 아들 모지가 회장을 맡고 있는 이탈리아 최대 에이전시 GEA를 통해 타팀 선수 이적에 부당한 압박을 가해왔다. 유명인사들의 자녀로 구성된 GEA는 또한, 이적료를 중간에서 막대한 차익을 챙기면서 돈세탁을 해왔다. 그런 한편, LA7과 같은 TV토크쇼 거대 방송 네트워크 SkyB에 공공연히 뇌물과 협박이라는 그들의 전형적인 수법을 해왔다. 또, 이 역시 빙산의 일각이며 양대 명문이 AC밀란에게도 불똥이 튀는 것도 기정사실이다. 문제는 복잡하다. 사실, 이탈리아 프로축구의 그늘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며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walrus의 부패의 카테나치오를 넘어서 참조), 하지만 이렇게 선명한 물증이 드러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기에 파장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검찰에 출두한 AS로마의 수비수 키부는 '이미 알고 있는 일 아니냐'는 반을 보였다. 사실, 그렇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이다.

 

일단, 이탈리아 축구협회장 파랑코 카라로는 사임했으며 GEA의 해체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는데 사실 축구팬들에게 가장 궁금한 사실은 유벤투스와 추가적으로 조사될 구단의 처리문제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80년대 이미 AC밀란이 Serie B로 강등당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파장이 훨씬 더 큰 지금의 사태로 인해 유벤투스가 Serie B아니 Serie C까지도 강등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80년대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해진 유벤투스와 밀란의 영향력과 월드컵이라는 미묘한 시기가 어떤 변수를 가져올지 모른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과거의 비리 사실에 억매여 월드컵이라는 대사를 그르친다' 이쯤되면 한국에서 있었던 사태와 상당히 비슷한 측면이 있다. 실체를 알수 없는 그리고 쉽게 규명하기도 힘든 '국익'을 이유로 부패와 비리에 대해 적당히 눈을 감아줘야 한다는. 그런데, 한국인과 가장 닮은 이탈리아 마저도 이렇게 완전히 드러난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국익'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통해서라도 쉽게 용서가 안되는 모양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스탭으로 활동하고 있는 루메니게의 발언은 인상적이다. '그는 마피아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그는 언제나 규정 밖에 있어 왔으며 또한 그 방법들이 지나쳤다. 시장이라는 것은 원하는 사람들끼리 적절한 방법을 사용해야 하지만, 모지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 왔다". 사실, 시장 속에는 부패와 편법에 대한 유혹이 늘 존재한다. 시장을 지키는 방법인 '보이지 않는 손'은 어쩌면 마라도나가 반칙을 통해 승부를 결정지었던 그 '신의 손'처럼 때때로 룰을 깨뜨려야 승자가 될 수 있는 그런 공간일 수도 있다.

 

그런 부패와 편법, 비리를 통해 유지되왔던 이탈리아 프로축구의 현실은 어떠한가? 가장 열성적인 축구팬들을 보유하고 있고 엄청난 자금이 축구시장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지만 상하위권관계없이 거의 전구단이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부패와 비리를 눈감아주는 한국 사회 속에 빈곤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어가는 서민들의 삶을 연상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부패에 대한 관점은 어쩌면 철학의 문제일 수 있다. 그놈의 경제를 위해서는 필요악이라는 생각 또는 부패없는 사회가 다같이 행복한 사회라는 생각. 적어도 난 후자가 진실이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지난 23일 이탈리아 검찰이 유벤투스와 밀란, 라치오, 피오렌티나 라는 명문 클럽과 관련 선수, 심판, 구단관계자를 기소함으로서 비교적 강수를 던졌다.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명쾌한 해답을 얻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