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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펠레의 저주 뒤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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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쟁이라고 해서 다 맞는 건 아니다. 특히 자기의 이해관계와 관계될 때는. 하지만, 펠레가 이제까지 예측한 것들은 정말 저주에 가까울 정도로, 크루즈 미사일도 넘보지 못한 정교함을 갖추고 있다. 펠레의 저주가 자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 두려운 호나우도는 미리 엄청나게 도발해서 절대 펠레가 호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쎈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펠레의 예측은 항상 비참할 정도로 빗나갈까? 첫째, 월드컵이라는 대회의 시기 및 성격과 관련있다. 우리에게 월드컵은 절대적이지만 사실 월드컵은 프로팀 위주의 리그가 쉬는 기간동안 열린다. 프로리그가 현대화된 이후 한 선수가 1년에 빡세게 뛰어야할 경기는 상당히 많다. 특히 특급 선수일 수록 자국리그, FA컵, 챔피언스 리그, 국가 대표 A매치를 모두 뛰어야 한다. 리그가 끝나고 긴장이 풀리면서 몸상태는 사실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최고의 테크니션이었던 펠레가 선호하는 선수는 당연히 자기중심적이며 테크닉이 뛰어난 선수다. 가장 중요한 리그막판 상대방의 집중견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자국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 하나의 예의이라면 펠레가 찍는 팀과 선수는 테크닉이 뛰어난 선수 중 브라질 출신이 아닌 선수라고 봐야 한다.

 

또, 펠레 정도라면 남들이 다 꼽는 선수들보다 다크 호스가 될만한 쪽을 꼽아 새로운 재미를 주고 싶어하는데, 사실 펠레가 축구를 하고 보는 것이 전문가일지 몰라도 최근 현황에 대해 높은 수준의 DB를 머리 속에 넣고 다니는 이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짜피 월드컵 이전에 다 노출될만큼 노출된 선수나 팀들. 그리고 공격수 펠레는 당연히 공격적인 선수들이 많은 팀에 높은 점수를 준다. 그런데,합숙훈련이 일반화되지 않은 유럽과 남미의 강팀들은 가끔하는 A매치와 월드컵 직전의 몇주간에 호흡을 맞추어야한다. 그렇다면 전술에 의한 공격적 창의력을 극대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질 정도 평균적인 볼핸들링이 압도적인 팀이 아니라면 공격적 창의력을 살려주기보다는 일단 1:0과 승부차기를 잘만드는 견고한 수비를 가지고 체력적으로 강인한 팀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그 전 리그에서 체력적으로 고갈되어있고 전력이 노출되어 있고 하지만 브라질을 능가할만큼의 테크닉 정도는 아니며 공격적인 성향의 팀이라면. 딱 이변의 밥이 되기 좋은 팀이다. 대표적인 예가 94년 미국에서의 콜롬비아라고 할 수 있다. 2002년의 터키와 한국, 98년의 크로아티아, 94년의 스웨덴과 불가리아, 90년의 카메룬 등 체력적으로 강인하며 수비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 전력이 감추어져있는 팀들이 항상 이변의 주인공이 되어 왔는데 이제는 이변이라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평준화된 것 역시 사실이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월드컵은 최고로 좋은 선수들이 우승하는 대회라기 보다는 최고로 준비를 잘한 팀이 우승하는 대회라 할만하다. 대회 직전 최고의 우승후보가 우승한 적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펠레의 저주가 뿜어내는 포스는 가공할만하다. 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는데 펠레가 한마디하면 간단하게 예선탈락해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니. 일말의 양심이 있거나 아니면 정말 악랄한 펠레는 이번에 되는대로 최대한 많이 뽑는 도박을 감행했다. 밤비노의 저주처럼 펠레의 저주마저도 역사로 사라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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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우리는 우승을 하기 위해 왔으며, 쥴리메는 브라질의 영광을 지켜줄 것이다."

-> 브라질이 전대회우승국 예선탈락이라는 역대최악의 수모를 당함


1974년 독일 월드컵

"전력이 수직상승한 아르헨티나가 결승에 진출할 것이다. "

-> 네덜란드에 4대0으로 대패하는 졸전끝에 아르헨티나 8강에서 탈락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독일이 가장 강력하며, 페루의 도전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

-> 두 팀 모두 8강탈락, 특히 페루는 브라질에 3대0, 아르헨티나에게 6대0으로 대패 당함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브라질은 사상 최강이다. 적수가 될 팀은 전대회 우승국 아르헨티나이다. 개최국 스페인의 기세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 세 팀 모두 탈락


1986년 멕시코 월드컵

"프랑스와 잉글랜드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의 대회 2연패도 가능성이 높다."

-> 프랑스는 4강까지 갔으나, 나머지 팀 모두 탈락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루벤소사, 프란체스콜리가 앞장서는 우루과이, 개최국 이탈리아가 결승에서 격돌할 후보이다."

-> 우루과이가 한국에게 경기끝나기직전 간신히 골을 넣어(정확하게는 오프사이드로 노골) 조 3위로 16강에 턱걸이하는 졸전끝에 16강에 양팀이 만나는 우스운 상황 연출. 승리한 이탈리아 역시 4강 탈락


1994년 미국 월드컵

"콜롬비아가 우승후보 1순위이며, 독일의 2연패 가능성도 매우 높다. 브라질은 자격이 없다."

-> 콜롬비아 조예선 탈락, 독일도 8강에서 탈락, 브라질 우승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브라질의 대회 2연패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고, 스페인도 유력하다."

-> 스페인 조예선 탈락, 브라질도 우승 좌절


2002년 한일 월드컵

"프랑스는 아마도 월드컵의 승자가 될 것이다. 그들은 4년전과 거의 같은 멤버이며, 그 때보다 공격진은 더욱 좋아졌다. 지단은 개인적으로 세계의 넘버원이다."

-> 지단 부상. 프랑스 조예선 탈락의 수모를 당함

"카메룬은 90년대회에서 준준결승에 진출한 이래 잠재능력을 십분 발휘할 기회를 기다려왔다. 아마도 이번 대회가 그 시점이 아닌가 한다.

최약체인 사우디에게만 겨우 1대0으로 승리했을 뿐 조예선에서 탈락함.

 

"포르투갈 역시 강력한 우승후보이며 이번 대회에서 놀랄만한 팀이다."

예선탈락.

 

"터키 또는 중국이 C조 2위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독일이 예선통과 후보이지만, 지난 4년간 그들은 크게 퇴보했다."

"이탈리아는 확정적이다. 월드컵 3회 우승이라는 사실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탈리아와 함께 16강에 오를팀은 크로아티아가 될 것 같다."


한국은 결승에 진출할 것이다."

 

유로 2004

"잉글랜드가 루니와 함께라면 8강, 4강, 결승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부상으로 아웃된 이후 8강에서 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