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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 Drum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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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 드러낸 스티브 라이히의 모습은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음악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진에서 늘 보는 모자를 꾹 눌러쓴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인터미션 때에도 퍼커션의 피치를 스패너로 조이는 모습은 평범하지만 최상의 소리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장인의 모습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첫 곡 Music for Pieces of Wood를 연주하기 위한 뮤지션은 모두 검은 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왔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른 옷이었다. 마치 유사한 패턴의 차이를 통해 이미지를 전달하는 미니멀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첫곡의 연주를 마치고 미소를 숨길 수 없었던 젊은 음악인들-물론 나이가 지긋한 교수님도 있었지만-표정에서 지금 이 순간이 그들에게 무엇보다 행복한 순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연주한 곡은 단순했다. 하지만 절대 연주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세밀한 톤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고 약간의 실수는 치명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곡 Musif for Pieces of Wood. 클라베라는 막대기 둘을 두들겨서내는 독특한 타악기. 포플러스의 4명의 연주자는 단순한 비트의 반복을 보여줄 뿐이지만 결과물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위상이동이라는 방법론을 맛배기로 보여준 곡이었다. Triple Quartet은 미리 녹음된 크로노스 콰텟에 첼로, 바이올린2, 비올라의 연주가 덪붙여졌다. 이 곡의 동기는 바르톡. 미니멀리즘하면 연상되는 정적인 느낌과 달리 다이내믹한 긴장감이 끊이지 않는 그런 곡이었다. Drumming은 퍼커션, 목관인 비브라폰과 금관인 실로폰, 보컬, 클라리넷 등이 조합되며 60여분간의 연주를 끌어갔다. 비브라폰에 8명이 붙어서 연주할 때도 있었다. 재밌는 사실은 두들기는 모습을 보면 연주하는 비트가 들린다는 점이다. 현대 미술이 어린이의 낙서 비슷해도 결코 그리기 쉽지 않듯이 미니멀이라는 음악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의 음악에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접근을 요구했으며 이는 보상, 위상이동, 유도, 명료화와 같은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그렇다고 한다.

 

이중 드러밍의 핵심인 위상이동은 아래와 같다.

어떤 음형이나 패턴이 또 다른 패턴과의 관계에 의하여 생겨나는 변화의 과정을 일컫는 것으로 초기 미니멀 음악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중요하게 다루어야할 개념이다.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과부나 특별한 장치 없이 계속적으로 새로운 부분으로 진행하는, 즉 그 프로세스 자체가 하나의 음악적 목적이 되는 것이다....

 

라이히는 위대한 뮤지션이었다. 그가 위대한 음악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남들과 다른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비트겐슈타인을 공부하는 철학도-비트겐슈타인이 음악가를 꿈꾸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였으며 원초적인 리듬의 근원을 찾기 위해 수년간 가나에 머물렀고 인도네시아 음악을 연구하기도 했고 히브리어로 성서를 노래하는 형태를 연구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거주하기도 했다. 또한, 그의 음악적 접근은 파격적이었기에 주류에 진입하기 쉽지 않았기에 택시 운전과 이삿짐 센터를 하면서 음악을 해야했고 그 와중에 뉴욕의 아방가르드 미술가들과도 교류했다. 누구보다도 튼트한 고전음악의 토대 위에 존 콜트레인에서 자양분을 얻었다.

 

Virtuoso의 덕목은 크게 두가지인 것 같다. 자신감과 겸손함. 정말 중요한 사실은 이 두가지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Steve Reich는 진정한 Avante Fucking Garde Musician이었다.

 

리듬 거장’ 스티브 라이히 “대중과의 소통경로 잃어”

[조선일보 김성현 기자]

“서구의 현대음악은 인간 본능을 잃었다!”

미국 미니멀리즘(minimalism) 음악의 거장 스티브 라이히(68)가 현대 음악이 대중들과의 소통 경로를 잃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이히는 리듬과 화음을 엮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연주가겸 작곡가. 초기 대표작인 ‘드러밍(Drumming)’은 두 대의 봉고 드럼으로 연주하는 단순한 리듬 패턴으로 시작해 마림바·클로켄슈필 등의 타악기와 휘파람까지 더해지며 무한한 리듬의 세계로 안내한다.

14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연주회를 갖는 라이히는 미리 가진 인터뷰에서 쇤베르크, 존 케이지, 피에르 불레즈 등 구미의 이름난 현대 작곡가들을 거명하며 “사람들이 발을 맞출 수 있는 리듬도, 따라서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도, 화성(和聲)적 중심도 없다”고 비판했다. “스트라빈스키는 ‘작곡가란 먹이를 사냥하려는 맹수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20세기의 현대 음악은 지성은 있지만, 본능은 빠져있습니다.” 그가 찾아낸 현대 음악의 활로는 비(非)서구권 음악, 그리고 재즈다. 1970년대 초 아프리카 가나로 건너가 현지 부족들과 함께 지내며 타악과 리듬을 연구한 그는 미국으로 돌아온 뒤 재즈에 눈길을 돌렸다. “재즈 색소폰의 거장인 존 콜트레인의 명반 ‘내가 좋아하는 것들(My Favorite Things)’과 ‘아프리카/브라스(Africa/ Brass)’에서 복합적인 리듬과 변화무쌍한 화음의 변화를 배웠습니다.”

최근 그는 녹음기기를 이용한 ‘새로운 음의 창조’에 빠져있다. 최근작 ‘삼중 현악4중주’는 3개의 현악4중주단이 서로 다른 음악을 세겹으로 엇갈리게 연주하며 마치 거센 물결이 일렁이는 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내 타악 그룹 ‘포플러스(4plus)’와 통영국제음악제의 상주 실내악 단체인 ‘TIMF앙상블’이 이 곡들을 연주한다. (02)2005-0114

(김성현기자 [danp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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