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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틸록킹

누노 베텐코트(Nuno Bettencourt with Population1)내한 공연-6.5,돔아트

유로2000 당시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잉글랜드를 상대로 포르투갈의 역전골이 손꼽히곤 한다. 잉글랜드의 조밀한 수비진 사이로 후이코스타는 송곳까지 찔러주었고 상대 4백 라인 뒷공간 사이로 파고든 누노 고메즈는 깔끔하게 마무리지었다. 이 득점 장면은 강인하면서 우아한 또 하나의 골게터를 잊지 못하게 만든다. 기타리스트 중 누노 고메즈와 이름 뿐만 아니라 외모까지 닮은 이가 있으니 바로 누노 베텐코트다.

 

80년대는 속주와 헤비한 리프가 미덕이던 시절이었다. 숱한 기타 천재들이 누구의 연주가 더 빠르고 헤비한지 무모하리만큼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트렌드는 바뀌기 마련. 90년대 그런지를 예고하는 스타일의 밴드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밴드가 Guns and Roses와 Extreme이 아닐까? Extreme의 기타리스트 누노 베텐코트가 내한 공연을 했다. 누노 밴드도 아닌 Extreme의 No.1히트곡 More than words를 지나치게 내세우는게 상당히 거슬리기는 했지만 결국은 그다지 좋지 못한 몸상태에도 공연장을 갔다.

 

공연을 통해 잉베이 맘스틴과 같은 속주 기타리스트와 다른 점을 뚜렷히 확인할 수 있었다. 고음부 위주의 빠르면서 엘러건트한 진행을 보이는 다른 속주 연주자와 달리 누노 베텐코트는 저음부 위주의 리프를 통해 힘차면서 와일드한 연주를 선보였다. 실제로 클래시컬한 테마를 연주할 때도 그의 연주는 확실히 어메리컨 하드록에 기반하고 있었다. '와일드'라는 단어에 일단 어울릴만한 기타리스트로는 이름도 와일드인 잭와일드가 있겠지만 누노 베텐코트는 잭와일드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보였다. 잭와일드가 힘으로 밀어붙이는 거친 스타일의 와일드한 기타플레이는 최강이었지만 솔로잉이 상당히 단순했다. 반면 누노 베텐코트는 아메리컨 하드록의 와일드함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단순한 리프를 연주할 때에도 평범한 진행없이 변화무쌍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어메리컨 하드록 스타일의 기타리스트라는 점은 그가 밴드 해체 후에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요인이었던 것 같다. 사실, 공연 중간에 니클백의 공연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스트레이트한 하드록의 느낌이 강한 순간도 있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Extreme은 메틀과 얼터너티브의 중간지점에 있는 밴드였고 그 교집합에는 어메리컨 하드록이 있다. 그가 처음 카피한 곡은 하드록의 교과서라 할만한 지미 페이지-비록 영국밴드이긴 하지만-와 조페리이다. 그에게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기타리스트는 에디 반헤일런이다. 반헤일런은 기존의 어메리컨 하드록에 태핑을 통한 새로운 속주를 접목했지만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기에 장수할 수 있었던 밴드이다. 실제로 누노는 이날 공연에서 Eruption을 멋들어지게 카피했다. 누군가 에디 반헤일런의 연주를 가리켜 나무 토막이 계단위를 아슬아슬하게 내려오다 끝에서 멋들어지게 멈춰서는 그런 모양이라고 했다. 게리 쉐론도 거의 비슷한 비유가 적용될 듯 하지만 훨씬 더 비틀거린다. 그는 싱코페이션을 거의 밥먹듯이 하면서 아무도 흉내내기 힘든 리듬감을 짜낸다. 이러한 리듬감은 그가 이전에 베이스와 드럼을 먼저 배운 것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상당히 기본기가 튼튼한 연주자였는데 어쿠스틱한 연주를 할 때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파코 데 루치아를 연상시킬 정도로 파워풀하면서 와일드한 연주를 어쿠스틱 기타에서도 들려주었다.

 

이번 공연은 누노에게도 기억에 남을 공연일 듯 하다. 팻메스니가 말했듯이 Really, Really, Really, Really, Really different with Japan Audience인 한국 매니아들의 열기가 그에게도 필받게 했기 때문이다. 원래 시간을 한참 넘겨서 좀 오바다 싶을 정도로 앵콜을 했고 예정에도 없었던 사인회까지 했다. 사실, 기타키즈를 불러서 기타를 치게 하거나 More than words 를 부를 땐 조금 지루했다. 또, 누노 베텐코트는 기타리스트로는 최상급이지만 보컬로는 평범했다. Extreme이 역사에 남을 밴드가 된 것은 누노의 기타톤에 어울리는 꼬들꼬들한 노래를 제대로 소화해내는 게리 쉐론의 존재감도 무시못할 것이다. 누노의 기타가 미친듯이 날뛰는 야생마의 와일드함이라면 그 위에서 우아하게 리드해가는 카우보이와 같은 보컬의 필요성도 무시못할 부분인 것이다. 좋은 밴드를 규정할 때 사운드에 맞는 보컬은 화룡점정과 같다.

 

Rock and Roll의 열기는 감기 몸살 정도는 간단하게 달아나게 하는 것 같다. 공연 전에 최악인 몸상태가 조금은 회복한 듯 싶다. 다수의 히트곡 없이도 기타리스트의 연주 자체가 재밌기 때문에 재밌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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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대공원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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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형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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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기타도 파코 데 루치아를 연상시킬 정도로 와일드하게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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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노가 맨슨 옹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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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구매가능'-처절하구만...사실 처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