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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이탈리아 - 부패의 카테나치오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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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바지오와 델피에로. 우리는 그들을 판타지스타라고 부른다. 볼터치가 워낙 수려하기에 강렬한 터치의 화가 핀투리키오를 비교하기도 한다. 영어권 애들은 쉰 목소리를 내는 지금의 베컴을 매력적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로는 델피에로에게는 비교대상 조차도 되지 못한다. 그건 줄리아 로버츠가 나탈리 포트만보다 이쁘다고 할만큼 그들의 독특한 취향이 반영된 듯 하다. 아무튼 이탈리아의 판타지스타, 그들이 있어서 우리는 행복하다.

이글의 상당히 많은 정보는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에서 얻어왔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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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논조가 보편성보다 차이에 주목을 한다. 사실, 차이보다 보편적 정서가 더 클 수가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라고 세리아와 다르게 스캔들이나 승부조작 없이 깨끗할까? 도박판도 더 크고 타블로이드판 잡지에서 까대는 스타들의 스캔들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이글은 국가별 차이점에서 우선적으로 국가별 차이점에 주목한다. 하지만, 글의 전체를 보면 보편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글은 축구관련 글 중 가장 정치적인 글이 될 것이다. 네덜란드와 달리 이탈리아의 축구 문화에 보다 신랄한 비판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탈리아가 그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와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축구는 강하다. 2002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인에게는 Dirty Soccer로 알려졌으나 당시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은 세계 최강이었다. 말이 필요없는 수비라인과 최고의 골게터 인자기 마저도 벤치로 밀어넣을 정도의 화려한 공격진. 명장 트라파토니까지. 대한민국의 크레이지 모드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다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그들의 1부 리그 세리아 역시 최강이다. 최근 들어 남미의 기술적인 면이 부각된 프리메라와 자본력과 스피드의 프리미어 리그가 성장하고 있으나 그래도 세리아의 유럽 대회에서 강세는 계속되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 남자는 가장 아름다운 남자들이다-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한국 여자들이다;;-신혼 여행지로 이탈리아를 가지말라는 것을 상당히 일리있는 충고다. 사실, 세리아도 그만큼 충분히 아름다운 경기력을 보여준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주로 쓰는 용어 및 개념인 '판타지스타'라는 롤을 맡은 선수는 그 아름다운 경기력-에 더해서 화려한 외모-까지 그들의 미학적 가치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화려한 선수 구성과 그들의 외모에 대한 기대치를 생각한다면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지금 우리는 세리아가 훨씬 더 다이내믹해지기를 기대한다.

 

우선, 지나치게 수비적이다. 공격자원이 부족하고 경기를 장악하지 못해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한일월드컵처럼 그런 수비적이고 승부에 집착하는 플레이는 결과적으로 독이 된다. 한국전에서 경기 종료를 무려 30분이나 남겨 놓은 상태에서 델피에로를 빼면서 몬텔라가 인자기가 아닌 가투소를 넣으면서 잠구기를 시작한 것은 트라파토니와 이탈리아 축구 경력의 크나큰 오점이 될 것이다. 문제점은 이런 수비지향적인데 있지 않다. 경기의 목적은 이기는데에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축구는 일단 질퍽거린다. 끈끈한 수비력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손을 이용하는 최근? 축구의 경향은 세리아가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식의 끈적거리는 수비력은 공격수도 다른 방식의 경기력을 요구한다. 시뮬레이션-수비수나 골리가 붙으면 일단 오른쪽(오른발 잡이의 경우) 처놓고 엎어지는 플레이-은 세리아 공격수가 살아남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기본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기 운영 방식은 심판에게 독특한 능력을 요구한다. 사실, 이런 환경은 심판은 정확하게 판단하기 보다는 관중들의 분위기에 따라 적절한 운영을 해야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외계인 콜리나 이다. 축구전쟁이라 불렸던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 경기에서 오웬의 시뮬레이션을 잘못 볼만큼 콜리나는 멍청하지 않다. 그리고 심판과 연계된 승부조작은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세리아의 우승컵을 양분한-올해마저도 공동선두를 지키고 있는-유벤투스와 AC밀란의 구단주가 이탈리아의 정치경제에 막강한 지위를 지니고 있는 보수세력의 대표적 인사라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이다. 유벤투스의 구단주는 전통적으로 중남미에서 은밀하지만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아넬리 가문이다. 그들은 조용하고 드러나지 않지만 마피아, 부패한 기독교계 보수정치인, 기업가들과 코넥션이 되어 강력한 권력을 행사했다. 유벤투스의 시합에는 늘 어리버리한 심판들이 배정되곤 한다. 아넬리 가문의 적대감을 희석시키는데에 역할을 한정했던 유벤투스와 달리 80년대 중반 AC밀란을 사들인 베를루스코니는 보다 적극적으로 구단을 이용했다. 미디어 재벌에서 스포츠 재벌로 그리고 이탈리아 총리의 위치에까지 오른 그의 이력에서 AC밀란은 가장 각력한 무기였다. 전설의 더치 삼총사를 영입한 후 그의 AC밀란은 유럽무대를 휘저으면서 우승컵을 싹슬이 해갔다. 유벤투스에 비해 언론 플레이도 훨씬 적극적이며 세련된 태도를 보였다. 그의 당은 AC밀란 서포터즈의 조직에서 시작되었으며 붉은 악마도 인용하곤 하는 포르자 이탈리아는 그의 당의 이름이 되었다. '포르자 이탈리아'가 의미하는 강력한 이탈리아 민족는 무기력한 민중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언어가 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AC밀란을 보며 강한 국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며 민중은 강력한 무엇인가에 현혹되게 된다. 진보적이라는 놈들도 언론에 나는 것 보면 부패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고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지만 적어도 베를루스코니는 우월한 우리 이탈리아 민족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강력한 국가에 대한 환상은 국민들에게 적당한 부패는 필요악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 사실, 우리나라나 이탈리아나 부패 불감증이 심각하며 너무나 짧은 시간안에 부패의 역겨움을 잊어가지 않는게 사실 아닌가? 아무튼, 온 국민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통한 그의 이데올로기는 그가 장안한 미디어를 통해-유럽 내의 방송 네트워크 비지니스의 핵심은 축구 중계권에 있다-광범위한 파급력을 가진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강력한 이데올로기 장치다. 이와 유사한 예는 권력이 있는 어느 곳이든 쉽게 찾을 수 있다. 레이건, 대처, 박정희도 거의 같은 방법을 썼으며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도 찾을 수 있다. 지난 대한민국의 대선에서 월드컵이라는 이벤트가 어떤 식으로든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탈리아나 대한민국이나 이런 부패의 카테나치오는 어떻게 걷어낼 수 있을까?

 

이렇게 부패우익세력들이 스포츠를 이용할 때, 그람시의 조국인 이탈리아 좌파는 축구 안 좋아할까? 우파 이상으로 좋아한다. 그들의 상당 수-대도시 밀란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면-인테르 밀란을 응원한다.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의 인테르 관련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참석한 인테르 팬들의 파티는 체게바라의 초상화가 걸려있었으며 참가자 대부분은 좌파였다. 그들은 아르헨티나와 인테르의 팀리더 자네티를 불러 놓고 막시즘을 얘기하다가 그들의 과거 클래시컬한 스타 플레이어를 예찬하며 자네티를 뻘쭘하게 만들었다. 인테르를 사랑하는 이탈리아 좌파들은 낭만주의자일 것이다. 사실, 인테르 구단주마저도 석유 재벌이며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몸값의 선수를 콜렉션하는데 그들이 과연 그것을 모를까? 사실, 이러한 상황은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그런데, 이런 낭만성을 무조건 비아냥 거릴 수 있을까? 사실, 낭만적 접근이 없다면 사회변혁은 있기 힘들다. 또, 적어도 인테르가 좌파들을 결집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축구는 자본주의 스포츠라 못하도록 금지를 내린다면 그리고 인테르 서포터즈를 해체시킨다면 그건 좋은 방향일까? 그것의 영향력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우선 정확히 이해해야하고 바꿀 수 없다면 적어도 이용하라.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어떻게 이용하냐구? 그건 그때그때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