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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축구

네덜란드 - 지구상 가장 자유로운 나라의 가장 조직적인 축구

네덜란드 - 지구상 가장 자유로운 나라의 가장 조직적인 축구
 
1. 가장 재미있는 네덜란드 축구
2. 더치 산 축구 혁명, Total Soccer
3. 4백과 3백
4. 조직과 갈등?
5. 탁월한 경영 능력의 네덜란드 명문 구단
6. 신은 축구를 만들었다. 하지만 더치 풋볼은 더치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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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 각 포지션에서 하나의 프로토타입을 제시했던 네덜란드 축구 대표 선수들의 모습, 이 사진에 나오는 선수들을 보면 숨이 멎을 것 같다.

 

가장 재미있는 네덜란드 축구

우리나라 축구 매니아들 '대한민국'을 제외하자면 가장 많이 좋아하는 축구가 바로 네덜란드 축구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나도 그렇다. 그들의 축구에 열광하는 것은 거스 히딩크의 영향도 있겠지만 '재미'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축구는 발끝 10cm에서 볼 컨트롤을 하며 두 세명 밥먹듯이 접고 가는 남미 식 축구와 전혀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들의 축구는 잘 다듬어진 조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더치 산 축구 혁명, Total 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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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확실히 조직이며 독창이고 아름다운 축구를 한다. 또한, 그들은 현대 축구의 가장 혁명적인 토탈싸커라는 개념을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축구에서 포지션과 포지션에 해당하는 역할의 개념을 다시 세웠다. 70년대의 네덜란드 축구는 세계 축구사의 가장 큰 패러다임적 전환이었다. 공격수와 수비수를 그냥 평면적으로 구분하고 각자는 자기 위치에 서서 패스를 기다리던 이전의 축구와 달리 '토탈싸커'라 불러지는 네덜란드의 새로운 축구 방식은  일단 많이 뛰어야하며 공격수도 공격수의 위치에서 수비를 생각하고 수비수도 공격을 생각해야 하며 각 선수는 전체적인 로케이션의 밸런스를 바탕으로 최적의 위치를 선점해야 한다. 숫자적으로는 60년대 후반부터 유행하던 442와 433을 섞어놓은 형태에 비슷했으나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해야하는 역할은 잉글랜드나 브라질과 전혀 달랐다. 이런 새로운 전술적 접근으로 압도하는 개인의 볼핸들링을 바탕으로하며 천년왕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던 브라질을 무너뜨렸다. 재미있는 사실은 70년대 네덜란드 축구는 조직력의 축구였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를 강조하는 축구였다는 점이다. 70년대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요한 크루이프는 어쩌면 자기 중심적이며 창조적으로 플레이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선수들의 영역적 자유로움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며 전체적인 밸런스의 고민은 항상 해야만 했다. 요한 크루이프의 네덜란드는 자신의 영역을 수시로 벗어나 '리베로'라는 공격하는 중앙 수비수의 전형을 세운 베켄바우어와 더불어 공격수와 수비수의 스위치를 통해 상대 조직을 허무는 전혀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개발했다.

 

70년대 이후로도 네덜란드 축구의 혁명은 계속된다. 기존의 평면적인 공수의 역할 구분을 벗어나 네덜란드 식 축구는 포지션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 투톱은 타겟과 미드필더적 성격이 강한 처진 스트라이커로 구분된다. 투톱 중 하나가 미드필더적인 성향이 강해진 반면 윙어의 2선 침투가 가진 위력을 인식하게 되면서 좌우를 종횡무진 휘저으면 1선까지 침투해들어가는 윙포워드의 역할을 선호한다. 중앙 미드필더는 대체로 터프한 수비력을 가진 선수와 시합을 조율하고 패싱능력을 갖춘 선수를 선호한다. 좌우 풀백은 상대 윙어를 마크함과 동시에 과감한 오버래핑을 주문한다. 심지어 센터백 마저도 역할을 나눈다. 상대 공격을 끊는데 주력하는 선수와 더불어 볼을 키핑하며 한방에 정확한 긴 패스를 날릴 수 있는 선수를 같이 배치한다. 골키퍼는 안정적인 수비력을 지녀야하는 동시에 공격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어야 한다. 지금 언급한 Role에 대해 네덜란드의 국가대표에는 너무나 절묘하게 맞는 선수들이 있다 - 위 사진을 보며 연상해보라.

 

이들이 보이는 조직의 축구는 같은 유럽 축구 내에서도 상당히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한다. 수비 때 뒷걸음치기 여념없다가 경기 장악력이 떨어지면 긴 패스의 의존도가 큰 잉글랜드 축구(물론, 몇몇의 명장으로 바뀌고 있지만), 강인한 조직력의 축구를 구사하지만 공격루트가 단순한 독일 축구, 판타지스타와 특급 스트라이커를 양산하면서도 화끈한 득점포를 좀처럼 가동하지 못하는 이탈리아 축구와 비교했을 때 정확하며 다이내믹한 패스와 빠른 공수 전환으로 상대의 수비벽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네덜란드의 축구는 일단 재미있다.

 

4백과 3백
외국 감독이 올 때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하는 말들이 있다. 실패한 4백을 왜 또 쓰려는가 하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4백을 쓰는 팀이 다수인 상황에서 그들이 하는 말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인정해야할 부분이 우리나라에서는 확실히 3백이 편한 포메이션임에는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4백에서 풀백과 3백에서 윙백의 운동량 차이일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장악력이 앞서는 강팀들을 상대하기 위해 중앙수비를 두텁게 가져가고자하는 전통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아이콘인 홍명보의 역할을 고려한다면 보다 확실한 답이 나온다. 그의 역할은 독일식 3백과 리베로의 개념과 가장 유사하다. 독일의 축구를 단적으로 정의하자면 스위퍼의 리더로서 역할을 강조하는 5번 축구라고 할 수 있다. 수비진의 한가운데에 있는 리베로가 경기의 리더가 되는 축구인 것이다. 베켄바우어가 그랬고 콜러가 그랬고 마테우스, 잠머가 그랬다. 리베로는 가끔씩의 상대에게 치명적인 오버래핑과 롱패스를 날리고, 전체적인 경기의 템포를 조율하는 역할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포지션의 중앙에서 의사소통의 중심역할을 맡는다. 한마디로 우리가 받아들인 독일식 5번 축구는 한명의 리더가 경기를 리드하는 그런 방식인 셈이다. 독일이 최근 들어 4백을 자주 시도하는 것도 노보트니에게 이전의 베켄바우어나 잠머와 같은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듯 하다. 또, 최근 한국 국가대표의 수비진이 무엇인가 나사가 빠진 듯 한 허전함이 드는 것은 확실한 수비진의 리더가 없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지난 50년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자유로 인해 우리는 누군가가 리드하는 방식에 더 익숙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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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식 자유와 4백의 정신은 그런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리더가 없고 개인적인 역할의 이해에 따르는 경기운영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한명의 강인한 리더쉽은 무엇보다도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축구는 보는 이에게는 아름다울 정도로 재미있는 축구지만 그런 반면 결정적 순간의 미끄러짐으로 팬들을 자학하게 하는 축구인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유로2000 당시 압도적인 경기에도 승부차기 끝에 무너질 때 최고참이며 팀의 리더가 되야할 프랑크 드부어는 두 차례 걸쳐서 페널티킥을 실축 후 '톨도가 너무 커보였다'라는 말을 했다. 솔직한 말이긴 하지만 한 팀의 리더가 할 말은 아니지 않는가?

 

조직과 갈등?

앞서 네덜란드의 축구는 치밀한 조직의 축구라고 했다. 그런데, 네덜란드가 과연 사회적 갈등이 없는 나라일까? 아니다. 오히려, 아주 첨예한 갈등이 존재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국가의 성립과정 자체에 구교와 신교의 갈등이 있었고 다당제 정치구도 속에서 진보와 보수가 정확하게 반반씩 존재한다. 또, 흑백간의 갈등도 결코 적지 않으며 홀랜드라 불리기를 좋아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간의 갈등도 존재한다. 최근 들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들이 갈등을 느끼는 대상에 대한 태도는 '무관심'에 가깝다. 그들의 그러한 갈등 구조는 예상치도 못하게 축구 국가대표 구성 시에도 심각하게 나타나곤 한다. 유로 96 당시 히딩크의 더치 대표팀은 8강에서 탈락하였는데 이는 프랑크 드부어의 부상공백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흑백갈등으로 인한 선수단의 문제가 가장 큰 탈락의 원인이었다. 홀랜드를 대표하는 아약스와 홀랜드라 불리기 싫어하는 지역을 대표한는 PSV 사이의 신경전도 생각 이상으로 크다. 조직력의 팀이면서도 갈등으로 인한 팀의 내분이라? 이점은 쉽게 이해되기 힘든 부분이다. 적어도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을 보면 깔끔한 패스워크 때문에 그들의 팀 내분 같은 것은 찾기 쉽지 않다.

 

나는 문제의 해답을 그들의 오랜 자유주의적 정서에서 찾고 싶다. 네덜란드 국민들은 국가에 대한 소속감이 사실 강하지 않으며-네덜란드 TV는 대부분이 미국 프로그램이다-, 조직을 위해 희생하는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항상 개인이 우선한다. 데카르트가 말했던 것처럼 네덜란드는 그 어느 곳보다 완전한 자유가 주어지는 곳이며 개인의 역량, 창조력과 권리를 우선하며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혐오한다-물론, 그러면서도 나치의 대학살에 철저히 순응하기는 했지만. 하지만, 그들은 부지런하며 책임감이 강하며. 자기 위치에서 역할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수행하려 노력한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 자유의지와 자신이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역할의 개념을 조화시킨다. 개인주의와 자유주의가 발달한 나라지만 자기의 위치에서 기본적으로 해야할 의무에 따른 근면함을 강조하는 나라이기도 한 것이다.

 

 그들의 조직력은 우리처럼 국가와 상위 조직의 목표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기 보다는 자기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반되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들의 조직력은 리더쉽이나 뚜렷한 동일한 목표의식에 따른 것이 아니기에 결정적 순간에 의지의 부족처럼 비칠 수도 있다. 최강의 선수 구성을 하고도 한일월드컵 예선을 탈락했을 때 네덜란드 선수들은 네덜란드를 응원했던 한국 선수들보다 덜 아쉬워했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네덜란드 출신 선수들은 타국리그에 가장 잘 적응하면서 높은 몸값을 받고 몸값만큼의 역할을 한다. 국가대표 A 매치에서만-특히 한일전-초인적인 역량을 발휘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와는 상당히 다른 부분일 수 있다.

 

탁월한 경영 능력의 네덜란드 구단 PSV 아인트호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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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화려한 팀은 레알 마드리드겠지만 가장 부자 구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시민들이 주축이 된 주식회사이며 주주가 일임한 구단주와 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경영방식을 따르고 있다. 또, 가장 큰 시장인 프리미어의 대표구단으로 자본의 규모로서 승부수를 걸곤 한다. 어쩌면 영국이라는 큰 시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영원칙으로 성공을 거둔 셈이다. 반면, PSV는 좀 다르다. 사실, 네덜란드라는 작은 리그에서 또, 20만 밖에 안되는 작은 인구의 도시를 홈으로 가진 팀이 유럽 최강의 팀으로 발돋음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서 PSV는 유럽 챔피언에 두번이나 차지했고 재정 상태도 상당히 안정적이다.

 

PSV의 상업적 성공의 원동력을 찾기 이전에 화제를 잠시만 돌려보자. 90년대 이후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호마리우-호나우두-루드 반니스텔루이로 봐도 아주 큰 무리는 없을 듯 하다. 이렇게 단정지으면 아쉬운 스트라이커들이 한 둘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팀을 강력하게 만드는 단 한명의 스트라이커로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니는 선수들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PSV Eindhoven에서 에레제디비에의 득점왕을 먹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충분히 좋은 재능을 지닌 선수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PSV를 거치면서 최정상으로 오른 선수들이다. PSV는 아약스처럼 유스에서 많은 스타들을 배출하지는 못했지만 적절한 시기의 유망주?를 사온 후 선수 가치를 극대화한 후 가장 비싼 값에 팔아먹곤 한다. 그들은 괜찮은 선수들을 처음부터 키워내지는 않았지만 선수의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최대화시키는데는 최적의 재능이 있는 셈이다.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적절하게 상품을 개발하여 남는 장사를 한다는 것, 이건 아약스보다 더 네덜란드적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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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상당히 괜찮은 장사꾼이다. 더욱이, 그들은 당장의 수익에만 투자를 하는 3류 장사꾼은 아니다. 잘 알려져있듯이 아약스의 유스 시스템은 단연 최고이며 1600만 중 100만이 선수인 축구 문화의 인프라는 단순히 월드컵 잘해보자는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르다. 거기에는 아인트호벤과 같은 소도시에도 10개씩 이어지는 천연 잔디 구장이 있다. 늘 비가 내리는 네덜란드의 자연 환경은 천연잔디가 자라는데에도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다. 그들의 부러운 잔디구장 인프라는 꾸준한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어린이들은 방과 후 날씨만 좋다면 축구를 즐긴다. 즐겁게 훈련하지만 마구 뛰어다니기만 하기보다는 체계적인 Rule과 Role을 인식하면서 한다. 반 니스텔루이, 로이 마카이 등 더치 스트라이커의 득점 장면 모음을 보면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그들의 기본기가 워낙 탄탄하고 골을 넣는 공식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들은 골을 넣는 무브먼트의 개념이 정확하며 각 위치에서 어떻게 피니쉬를 해야할지를 정확히 알며 순간의 상황에서 정확한 임팩트로 골을 노린다. 이것은 잘 다듬어진 천연잔디 구장에서 오랜 트레이닝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좋은 특급 축구 선수들을 육성해내는 시스템보다 더 큰 부분은 축구를 온 국민의 건전한 여가활동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은 축구를 만들었다.하지만 더치 풋볼은 더치가 만들었다. 정말 그렇다. 남미 선수들의 볼핸들링이나 이탈리아의 환타지스타를 보면 축구 선수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 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더치 풋볼은 다르다. 집요할 정도로 꾸준한 노력과 그들만의 정서가 독창적이며 강력하고 아름다운 그들의 축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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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트호벤의 한 잔디 구장

내가 있었던 숙소 앞에는 이런 잔디 구장이 10개 정도 있었다.

그렇다면 여성은? 역시 5개 이상되는 인조잔디로 된 하키 구장에서 하키를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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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스타디움
기둥이 마징가 제트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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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스타디엄
- 약간은 투박하고 공학적?으로 보이는 경기장, 네덜란드의 상징 중 하나인 비오는 날에도
자전거로 귀가하는 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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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스타디엄의 내부
모나코와 챔피언스 리그 토나먼트 1차전을 앞두고 긴장한 아인트호벤 시민들처럼,
PSV 스타디엄 역시도 결전의 날을 준비하고 있다. 인공 조명을 통해 잔디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늘 비가 오락가락하면서도 훌륭한 잔디 상태는 이런 노력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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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 스타디엄
미술의 도시 암스테르담처럼 아레나 스타디엄은 아름답다. 아약스 로고는 늘 밝혀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