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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잡담

강남의 귤이 회수를 건너면 강북의 탱자가 된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Funk, Funky?

  우리나라에서 Funk나 Funky는 베이스의 그루브함을 살린 그런 장르를 의미하는 듯 하다. 아마도 레드핫칠리페퍼스 같은 느낌을 내는 음악을 보통 Funk나 Funky라고 분류하는 듯 하다. 어떤 면에서 맞는 말이다. 그런데, 올무식에서 Funk를 검색해보면 대표적인 뮤지션으로 James Brown, Sly and Family Stone, Funkadelic, George Clinton등의 뮤지션을 꼽는다. 그런데, 과연 이런 뮤지션의 특징이 통통 튀는 베이스 그루브에 국한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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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펑크는 제임스 브라운이 시작한 장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소울과 리듬앤 블루스에 싸이키델릭록적인 요소를 결합하여 상당히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는 그런 장르라고 봐야할 것 같다. 브라스를 포함한 큰 밴드 편성을 선호하지만 카리스마를 가진 1인 지배적 그룹의 특성을 가진다. 또한 음악적 특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반복'이라는 요소다. 프린스의 퍼플레인을 생각해보라. Purple Rain을 질릴 때까지 반복하지만 음악이 끝날 때쯤엔 자신도 마르게 음악 속에 빠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흡입력이 좋은 곡이다.

 

  싸이키델릭에서 훔쳐온 반복과 환각, 그리고 에너지란 요소를 흑인 특유의 그루브에 묻어내는 장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라이브는 또 무한 확장 가능할 정도로 즉흥적인 요소도 강하지만 강력한 재능과 카리스마를 지닌 그룹의 리더는 이를 철저히 통제한다. 실제, 제임스 브라운의 다큐멘타리를 보면 빅밴드의 한 관악기 주자의 아무도 느끼지못한 아주 미세한 실수를 발견한 제임스 브라운이 '나는 봤다'를 반복하며 새로운 음악을 내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렇게 천재적인 지배력을 지니기에 빅밴드에서도 섬세하면서도 완벽한 그루브를 뽑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뮤지션도 제임스 브라운이 만든 그런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난, 가장 흑인적인 백인 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와 가장 백인적인 흑인 뮤지션 '레니 크레비츠'를 같이 들었을 때 예상보다 큰 음악적 차이에 상당히 놀라왔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흑인적이고 Funky하기보다는 Punk의 직선적인 사운드에 훨씬 가까웠다. 또,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스테이지는 탁월하기는 했지만 백인의 이성적이며 철저히 계산된 스테이지였다. 사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무대는 DVD나 동영상에서 보는 그대로였다.   반대로, 레니 크레비츠는 삘 받으면 '황영조'처럼 스테이디엄 한바뀌 돌 정도로 '삘'과 감성에 기반한 음악을 했다. 그리고 지미 페이지를 연상시키는 기타리프보다도 빅밴드의 감각적이지만 통제적인 사운드와 반복에 많은 빚을 지고 있었다. 사실, 레니 크레비츠야 말로 90년대 이후 최고 천재 뮤지션이 아니던가? 백인이나 흑인 뮤지션 사이의 가장 큰 간격과 흑인음악과 백인음악의 간격은 마치 샛강과 한강의 차이라고나 할까?

 

   많은 사연이 있는 음악적 전통이 Funk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Funk는 단지 그 결과물에서 얻어진 산물의 한 부분인 베이스나 기타의 통통튀는 그루브를 가진 리프 정도?

 

R&B

  가요 프로를 들으면 우리 나라는 R&B의 천국인 듯 싶다. 전신에 R&B가수가 나와서 흐느적 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R&B는 마치 감정이입이 많은 발라드를 의미하는 것 같다. 사실, 어느 정도는 일치하는 얘기다. 90년대의 최고 음악 상품은 베이비 페이스의 R&B였다. 그런데, 리듬앤 블루스에서 리듬은 어디 있고 블루스는 어디 있는가? 사실, 리듬앤 블루스는 루이스 조단의 점프 블루스에서 유래한다. 상대적으로 댄서블한 블루스에서 보컬의 프런트맨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한 전통이 리듬앤 블루스이다. 이것을 백인 컨추리 뮤지션이 해석한 장르가 사실 록앤롤인 셈이다.

 

  단지 백인의 음악과 흑인의 음악이라는 것은 생각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닌다. 백인의 발성과 흑인의 발성은 아주 다르고 그루브를 뽑아내는 방식도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척베리의 Rock and Roll Music과 비틀즈의 Rock and Roll Music을 비교해보면 답이 나온다. 척베리의 원곡은 발음도 우리가 듣기에는 불분명하고 선명한 비트보다 구르고 미끄러지는 느낌이 많이 난다. 반면, 비틀즈의 록앤롤 뮤직은 훨씬 선명하며 비트도 강하기에 상큼하면서도 익사이팅한 느낌이 난다. 척베리의 것이 리듬앤 블루스에 가깝다면 비틀즈의 해석이 바로 록앤롤이다. 사실, 레논이 우리가 할 일은 척베리가 한 것을 베끼끼만 할 뿐이란 얘기는 절대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비틀즈는 많은 부분을 훔쳐왔다. 그래도 빌린게 아니라 훔쳐왔기에 '비틀즈'가 되었다. 이는 클래식의 모짜르트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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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사실은 록앤롤의 화석,롤링스톤즈가 바로 리듬 앤 블루스 밴드로 불렸다는 점이다. 자기 스스로가 리듬 앤 블루스라고 우기고 다녔고 롤링스톤즈의 클래식 Satifsfaction은 아레사 프렝클린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 당시 롤링스톤의 발성은 정말 미끈거리며 불분명한 흑인식 발성을 흉내내고 있다. 그 뿐만 아니다. 사실, 브리티시 인베이전 중 60년대 후반부는 미국식 리듬앤 블루스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흑인 음악 쪽 전통을 보자면 '감성적 가창'을 중시하는 전통이 R&B 그리고 소울로 전해졌고 좋은 발라드 곡이 많다. 하지만, 지금 가요의 느낌과 달리 독특한 느낌을 준다. 사실, 발성과 사운드는 예상보다 큰 차이가 있다.

 

가요 사운드

  가요 사운드는 흔히들 하는 얘기로 '구리다'라는 생각이 들때가 결코 적지 않다. 대충 들어도 '가요'라는 느낌은 다른 모든 차이에 우선한다는 느낌. 그게 지역적 전통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왠지 사운드가 허전한 것 같은 느낌을 얘기할 때가 많다. 심지어 록 밴드의 사운드 마저도 샤프하긴 한데 뭔가 빈 느낌이 있을 때가 많다. 사실, 영미권의 록 사운드에는 한국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낼 수 없는 본토 사운드의 맛이라는게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이런 사운드의 차이를 위 얘기에서 풀어나가고 싶다. Funk, Funky한 사운드, R&B의 사운드, R&B의 보컬 등... 그쪽 음악을  추구한다고 해도 사실, 대부분의 우리나라 뮤지션들은 그만한 맛을 못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쉬움은 전통의 부재에서 찾고 싶다. 얘를 들어 레드 제플린 같은 사운드를 내고 싶다고 할 때, 레드 제플린의 음악만 들어서는 결코 레드 제플린의 사운드를 낼 수 없다. 레드 제플린 멤버들이 어린 시절에 수도 없이 들었을 윌리 딕슨, 소니 보이 윌리엄슨 같은 뮤지션의 영향과 야드 버즈를 하면서 같이 연주했던 경험들과 같은 여러가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기에 레드 제플린의 사운드가 나온다. 레드 제플린의 음악을 듣는 것은 단지 결과물을 감상할 뿐이지 이 사운드가 전통 속에서 어떻게 나왔는지를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레드 제플린의 음악만 들어서는 맛있는 음식을 볼 뿐이지 어떤 재료로 어떻게 버무리고 어떻게 얻은 손맛으로 맛을 내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예전에 한 후배가 노이즈 가든을 얘기하며 레드 제플린, 블루스 뭐 이런 얘길 하길래 이 놈이 대충 하드록 가지고 생색을 내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오히려 노이즈 가든을 안들었는다. 하지만, 한참 뒤에야 안 일이지만 실제 윤병주라는 기타리스트는 티 본 워커와 같은 정통 블루스에 대해 엄청난 매니아다. 그러기에 블루스에 기반한 좋은 하드록 사운드를 낼 수 있다.

 

  우리는 서구의 전통을 짧은 시간 내에 받아들여 대중음악 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모든 문화가 속성으로 입력, 과정 다 빼먹고 달린 경향이 결코 적지 않다. 조금 더 과격하게 얘기하자면 '졸부식 문화'인 셈이다. 잠시 결과의 일부분만 빌려서 어설프게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그만 두는 문화. 조금 더 음미를 하면서 자기의 것으로 얻어낸게 아니란 얘기다.

 

상대방의 전통을 깊게 이해하는 것은 상대 문화에 종속적으로 만들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상대방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 못하기에 문화를 음미할 시간을 아까워하기에 어설프게 베끼는 어이없는 행태가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사실, 록뮤직 역사 상의 하일라이트인 브티리시 인베이전과 60년대 영국 음악은 미국적 전통에 관해 줄 빡빡 그어가며 공부를 하고 배우려 했기에 나온 위대한 결과물이다. 또, 그들은 미국적 전통의 영향력을 인정하는데에도 절대 인색하지 않았다. 베낀게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우리의 음악인들의 모습을 보면 많이 아쉽다. 왜, 훔치지 않고 빌릴 생각을 할까?

 

문희준의 록 자격증을 부여하라

  잠시 다른 얘기로 돌려보자. 문희준은 '록자격증'이라는게 있다면 따고 싶다고 했다. 난 이해가 안된다. 문희준의 음악은 록음악 맞다. 드럼-베이스의 비트 사이로 기타 리프가 올라가고 지르면 그게 록음악 아닌가? 물론, 구리고 맘에 안드는 부분 많다.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고 가끔씩 말하는 특히 솔로 데뷔 시절 철딱서니 없고 겸손하지 못한 말은 짜증이다. 하지만, 그게 문희준이 하는 음악은 록음악이 아니라는 이유가 되는가?

 

  라이브 안하거나 못하는 음악이라서 록이 아니라고? 테어도어 그래칙이 그러지 않는가? 록은 오히려 레코딩의 음악이라고. 상업적인 음악이라서 록이 아니라고? 록만큼 상업적인 음악이 또 어디 있는가? 물론, 록 뮤지션으로의 진정성 이런 것을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한 강력한 저항의식이나 돈 없이도 음악하겠다는 그런 자기 주장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사이먼 프리스'의 록음악의 사회학을 보면 '에릭클랩튼이 음악적 시도를 위해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야드버즈를 탈퇴한 것'을 록 음악에서 뮤지션 쉽의 대표적이면서 이전에 없었던 예로 설명하고 있다. 사실 별꺼 아닌 셈이다. 자기 중심적인 음악을 하는 것. 문희준은 나름대로 자기 중심적인 음악을 하려하고 있다. 결과물이 만족스럽지는 않고 HOT라는 아이돌 그룹에서 생긴 명성 때문에 쉽게 성공한 면이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걸 그렇게 싸잡아 매도해야 할까? 문희준이 록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록음악의 진정성'을 지닌 뮤지션을 찾는데 정력을 소모하는게 낳지 않을까?

 

  사실, 오히려 아쉬운 점은 록음악에는 자격증이 있다 생각하는 이들이다. 록음악을 듣는다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 보다는 뭐 대단한 자격증으로 생각하는 이들. 그건 록음악의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안된다. 록음악이라는 것도 서구의 전통이다. 그러기에 록음악이 생성할 당시의 문화를 우리는 많은 부분 이해를 못한다. 록음악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위리는 록음악이라는 것에 너무나 부담스러운 짐을 지우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알고 있는 록은 서구의 록 음악의 전통과 일치하는 것일까?

 

결론

  우리 사회에서 서구 문화의 전통이 가지는 의미, 그리고 어떤 식으로 수용하고 재창조해야되는가의 문제는 쉽게 풀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록음악의 문제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고민에 대한 충분한 투자는 보다 좋은 음악, 보다 좋은 문화 환경의 밑걸음이 되리라 믿는다.

 

P.S.1 물론, 최근 들어서 Funk나 R&B의 전통에 제대로 접근하려는 밴드들이 있습니다. 이 얘기를 꼭 하고 싶네요. 걍 대책 없이 까대기는 싫어서요.

기사작성200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