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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잡담

[펌]"음악가에게 디지털 권리 주자"-피터가브리엘

가브리엘 옹의 선견지명은 탁월합니다. 놀랄 수 밖에 없네요.

 

"음악가에게 디지털 권리 주자"

[Economist 2004-02-02]

 

팝 음악계의 전설적 인물인 피터 가브리엘이 세계 음반산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인 제네시스의 보컬리스트 출신인 이 가수가 1월19일 독특한 이름의 단체를 하나 출범하기 때문이다.

무다(MUDDA:Magnificient Union of Digitally Downloading Artists)라는 약어로 불리는 이 단체는 이름 그대로 지적 창조물이 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해 전달되는 디지털 시대에 음악가들이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자임한다. 역할이 그런지라 이 단체의 상대는 당연히 거대 음반업계가 될 수밖에 없다.

피터 가브리엘은 “디지털 환경은 음악의 생산방식을 바꿔놓고 있다”며 “이런 변혁의 시대에는 음악가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다운로드의 시대에 음악가들은 매출을 올리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원하는 것을 주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고객을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자고 했지만 실상은 음악가들의 권리를 제대로 확보하자는 취지가 강해 보인다. 그래서 음반업계를 긴장시키는 것이다.

그렇지만 피터 가브리엘은 음악가들의 권리를 신장시키되 음악가들과 음반업계가 서로의 영역을 확고히 함으로써 서로 충돌하지 않고 윈윈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음악가들은 음악을 만드는 것은 잘 해도 마케팅에는 서툴기 때문에 음반회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악가가 음반회사의 노예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모든 음악가가 원할 경우 음반 제작의 전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가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음원을 다운로드해 버는 수입의 분배 문제다. 그는 음악계의 몇몇 수퍼스타들이 자신의 작품을 무료로 다운로드하는 것을 용인하는 데에 적극 반대한다.

다양한 수입원을 바탕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수퍼스타들의 호의가 일반 음악가의 목줄을 죈다는 이유에서다. 대부분의 음악가들은 수입의 60% 정도를 음반 판매에서 얻는다. 가브리엘의 주장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음악가들이 온라인 다운로드를 통한 음악 배급에 관심을 갖고 이 분야의 권리에 눈을 떠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이런 단체를 조직한 것이 단순하게 음악가의 권리만을 위한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가브리엘 자신이 다분히 비즈니스 측면에서 ‘디지털 권리 지키기 운동’에 접근하고 있어서다.

그 자신이 OD2(On Demand Distribution)라는 온라인 음악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게 단적인 증거다. 이 회사는 30여만 곡을 mp3·WMA 파일로 보유, 이를 와나두·버진·프리서브·티스칼리 등 유럽의 각 온라인 음악회사에 공급한다.

가브리엘은 오프라인에서도 ‘리얼 월드’라는 레코드 라벨을 소유하고 있고 레코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등 비즈니스에 열심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예술인도 마케팅과 디지털 권리에 정통해야 할 것이다.

- Economist 723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