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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하이럼 블럭 EBS스페이스 공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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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스페이스의 구조를 아는 관계로...맨 앞자리는 아무리 폐활량이 약한 뮤지션이 침을 뱉어도 다을만한 거리다. 그래서 퇴근 시간 30분 전에 날라서 입장 번호 1번을 받았다.
그런데 왠걸...'오늘 공연은 스탠딩입니다...' 사실 펑키한 사운드고 재즈로 분류될 수도 있는-사실 그렇진 않지만-그런 공연이라 설마 스탠딩으로 갈까 싶었다. 더욱이 EBS 스페이스는 경사가 있는 고정 좌석 공연이라. 오,브라더스라면 모르겠지만.
실제로 들어가보니 정말 스탠딩이었다. 공연전에 앉지 마세요라는 멘트까지 날리는 것이었다. 보통 부대와 약간의 간격은 있기 마련인데 정말 클럽 공연처럼 무대를 잡고 헤드뱅잉할 그럴 공연이었다.
더더욱이 놀라운 것은 카메라가 맨앞줄 관객과 나란히 있으면서 핸드헬드로 찍는 것이었다. 공연 전에는 관객과 동화되기 위해 '이거 맨날 볼려면 EBS 취직하세요'라고 말하며 농담 따먹기도 했다. 뮤지션과 열광하는 관중을 이런식으로 근접 촬영한 예는 기존에 없었던 것 같다.
EBS 만세다. PD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을 알기에 가능한 발상이라고 본다. 난 윤도현의 러브레터나 열린음악회 별로 안좋아한다. 신이 안나기 때문이다. 반면 EBS 스페이스는 음악을 알고 관중과의 호흡을 최우선으로 하는 무대를 꾸민다. TV에 내보내는 것보다 관중들 삘받게 하는게 먼저라는 얘기. 그런 걸 생생하게 보여줘야 TV로 보는 사람도 삘받는다.

기타리스트 자리에는 보스 이펙터로 가득 채워져있었고 무엇보다도 재밌었던 것은 베이스 드럼에 야마 로고를 반창고 세 개로 어설프게-눈에 다 띌 정도로 막아놓은 것이었다. TV에서 간접광고로 경고하는 것 땜에 나온 웃긴 플레이. 반면 옆에 앰프에는 커다랗게 마샬로고가.
하지만 요즘 EBS야 다 맘에 드니 OK.

하이럼블럭의 공연 홍보 포스터에서 상체를 숙인 포즈는 이유가 다 있었다. 하이럼 블럭은 정말 아랫배가 임신8개월을 능가했다. 거기에 대한 여러가지 잡 생각. 그 아랫배에서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의 비율은 어떻게 될가? 또, 잉씨 성을 가진 초절기교 기타리스트 공연도 생각난다. 그 때도 '잉'모 기타리스트 아랫배를 두들겨가면서 공연을 했는데...왜 내가 스킨쉽을 가진 뮤지션은 임산부형 남자 기타리스트일까? 국내건 외국이건 이쁘고 멋있는 여성 프런트맨 많고도 많은데;;;
하이럼 블럭의 외모는 코스비와 우피 골드버그를 섞어 놓은...그러면서 쫄 바지를 소화하는 과감함까지. 사실은 맞는 바지가 없어 신축성에 의존해야 하는 서글픔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이럼 블럭의 음악은 걍 퓨전이라는 비겁한 표현을 쓰는게 낳을 듯 하다. 기본적으로 저음 대의 힘을 앞세우는 리프 위주의 기타리스트라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도 키보드적인 느낌을 주는 고음부의 솔로잉을 보여줄 때도 있었다. 반면 보컬은 충분한 파워를 지니고 있었지만 고음부로 가면서 지르기보다는 퓨전 재즈에서 흔히 보여지는대로 건조하게 소화할 때가 많았다.
세션 경력을 봐도 칼라 블레이, 빌 에반스, 에릭클랩튼 등 별로 관계가 없어보이는 다양한 뮤지션과 작업을 했다. 그만큼 다양어중간한 스펙트럼을 가진 기타리스트.
하이럼 블럭의 쇼맨십은 최상이었다. 안면 근육이 개그맨 급으로 발달했고 어리숙한 한국음식이름을 곡 중간에 장난으로 집어넣기도 했다.(나중에 하이럼블럭이 바닥에 해둔 메모를 봤는데...Komsahamida->곰사함미다?, Atsimbob->아침봅, Annyoung->안녕...이런 영문 스펠로 발음이 어려운 한국단어를 메모했었다)
특히 무대매너는 체형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빙빙돌기 스텝, 베이스와 교대로 깡총 스펙, 뒤로 돌아 엉덩이 흔들기 등. 일단, 무대매너가 되고 강한 리프 위주로 공연을 풀어가고 관중과의 거리가 가깝다면 분위기는 피차 고조되게 되어 있다.

베이스 주자는 머리밀고 마른 약간 나이든 백인이었고 드러머는 슬리퍼 끌고 나왔는데 농구 잘할 것 같이 생겼다. 베이스는 무난하게 가다가 막판에 퓨전 특유의 통통튀는 연주를 보여주었다. 솔로 타임 때는 아주 두터운 밴딩을 보여주거나 분리된 두 테마를 연주하며 상당한 기교를 들려주었다. 드러머는 완전 록 드러머였다. 브러시의 사용은 거의 없었고 스틱으로 강한 비트를 내는데 주력했다. 솔로도 관중들이 좋아할만한 시원한 톤으로 스네어와 탐탐을 후련하게 갈겨대는 쪽이었다.

처음엔 담담한 퓨전 사운드 위주로 갔다. 하지만 솔로파트에서는 철저하게 록적인 강한 필을 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강한 리프 위주의 록 사운드로 갔다.
특히 베이스 솔로 이후 나온 록 역사 기타 리프를 대표하는 세곡의 메들리는 가히 이 공연의 압권이었다. Satisfaction-Smoke on the Water-Money for nothing...공연 중에 무대 뒤쪽으로 돌아갔다. 관중석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면서 솔로를 했다. 의자를 엉금엉금 넘으면서...보통 공연 때도 보기 힘든 관중과 완전히 하나가 된 모습.
앵콜곡도 Litting wings였다. Hey Joe와 Little wings...지미 헨드릭스는 하이럼 블럭에게도 결정적인 존재였다.

사실,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하이럼 블럭의 경우, 좀 낮은 키로 힘있게 리프를 진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그루브와 파워는 돋보이지만 샤프함이 약간 떨어지지 않나 생각도 든다. 또, 록적인 스타일이 강하면서도 퓨전의 끈을 놓치않으려는 것 같은데...담담한 퓨전 보컬이 그렇듯...멜로디가 그렇게 잘 잡히는 편이 아니다. 공연의 그루브함은 좋지만 확 잡히는 멜로디가 없는 편이라는 점.

그러함에도 하이럼 블럭은 확실한 스타일이 있는 기타리스트였다. 기타는 어짜피 자신만의 장점과 스타일을 극대화시키는게 우선이다. 그리고 관중과의 호흡을 극대화시키면서 분위기를 잡아가는데 재능이 있는 뮤지션이었던 것 같다.

Set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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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
Try
Hurricane
Ghetto Heaven
Bean Burrito
Hang All Night
Down Time
Hey Joe
Sooner or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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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isfaction
Smoke on Water
Money for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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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W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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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쯤에도 왔네. 솔직히 음반은 죽여준다. 뭐 이 정도 까지는 아닌데. 흑인은 라이브에 강한 것 같다. 낼 가봐야 알 듯.
하이럼 블럭 - 라이브 음악의 진수 현경미 2003-09-08 오후 12:30:00

대학로의 폴리 미디어 극장에서 하이럼 블럭의 공연을 봤다.
솔직히 정확하게는 잘 모르고 갔기 때문에 멋진 라이브 공연을 본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갔다.

그런데 하이럼 블럭이 모습을 드러냈을때 좀 황당한 느낌이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임신 10개월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꽃미남을 기대했던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아티스트를 기대했던 내게 약간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하이럼 블럭 옆에있던 베이시트 프랭크 그래비스는 비록 얼굴은 나이가 들어 보였어도 몸매는 날씬하고 검은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어 나름대로의 카리스마가 있엇고 사선으로 잡은 베이스는 정말 멋있어 보였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고 연주가 무르익어 갈 수록 임신 10개월의
배는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음악에 맞춰 타는 리듬을 온 몸으로
느끼며 연주하는그의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그 몸집으로 살짝살짝 흐느는 춤으로 너무나 귀엽고 매력적이었다. 관객이
점점더 그의 음악에 빠져들고 같이 즐거워 하자 그의 몸짓이 더 커졌고 연주의 호흡도 기가 막히게 맞아 들어갔다.

중간 중간 관객과의 호흡도 라이브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멋진 순간이었다. 정말 노래를, 연주를 잘 하는구나 하는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하이럼 블럭 역시 기분이 났는지 공연장을 1층부터 2층까지 한바퀴 뛰면서 돌 정도로 관객과 가수가 혼연 일체가 되었다.

더군다나 그가 랩처럼 들려운 김치, 갈비, 불고기 이야기는 더욱더 그가 친근하게 다가오는 요소가 되었다. 음식을 워낙좋아하다 보니까 몸매가 망가졌을까. ㅋㅋㅋㅋ 김치를 좋아하는 남자는 뜨겁다나.....

공연 2시간째가 다가오자 말 그대로 열광의 도가니라는 표현밖에는 쓸수가 없었다. 공연장 실내가 너무 더워져 있었다. 두시간가량 음악이 하나도 끊기지 않고 이어온것이다. 예상 공연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연시간을 넘겨서 까지 한것같았다.

공연이 막을 내렸지만 사람들은 계속 앵콜을 불렀다. 나는 워낙 공연자체가 오랫시간이었고, 연주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했기 때문에 앵콜을 받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들은 다시 나와 주었다. 앵콜 역시 아쉬운 한곡이 아니라 메들리로 거의 15분간 지속되었다.

사실 이런 맛에 라이브를 오는 것이다. 가수의 숨소리, 기타의 떨림까지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 비용, 시간을 무릅쓰고 공연장까지 온다. 앵콜이 끝나고 몇몇 사람들이 또 다시 앵콜을 외쳤지만 난 그들에게 미안해서 다시 앵콜을 부르진 못했다. 그동안 보여준 열정만으로도 너무나 충분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룹에서 가장 나이가 젊은 드러머의 파워있는 연주도 하이럼 블럭 못지 않게 멋있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게스트로 나온 김목경은 연주는 기가 막힐 정도로 멋있었지만 딱딱한 몸짓에서 음악의 즐거움이 반감되는 것같았다. 테크닉은 화려할정도로 수준이 높았지만 하이럼 블럭의 음악만큼 흥이 나지는 않았다.
음악 공연에서는 관객의 흥을 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요소일것이다.
공연이 끝난후 대학로 뒷골목에서 3,500백원 하는 정말
맛있는 김치찌개로 늦은 저녁을 먹고 후식으로는 캔디바를 사서
마로니에 공원을 천천히 걸으면서 먹었다. 여름이 가는 마지막
9월 3일을 이렇게 멋지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