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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카메라를 든 사나이"-마이클 나이만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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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ichaelnyman.com
영상과 음악의 결합, 그리고 미니멀이라는 장르는 나에게 상당히 흥미있는 소재다. 사실 지루할 가능성이 높지만. 작년 필립글래스의 이틀짜리 공연인 Powa, Koya는 여러모로 말이 많았다.
첫째 작가의 오리엔탈리즘에 젖어있는 주제의식, 둘째는 영상과 음악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있지않고 음악도 다소 지루한 느낌을 줬다는 점.
사실 상당히 참신한 시도임에도 이런 비판을 받아야했다. 주제의식은 일단 둘째 치고...영상에 음악을 끼워맞추는 기존의 방식에서 더 낳아가 음악과 영상의 작업이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필립글라스는 시도했는데,,,이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았다. 어짜피 초단위로 동기를 맞출 수 없고...8분에서 11분...뭐 이런 분단위로 주제의식을 맞추게 되는데...세부적인 장면과 이질적인 음악이 흐를 때가 적지 않았다. 미니멀이기 때문에 그나마 표시가 덜 났겠지만.
이는 음악가로서의 욕심이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 얘가 아닐까 싶다.
이번에 온 마이클 나이만도 마찬가지이다. 미니멀리즘의 대가이면서 음악과 영상의 결합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의 작업은 주로 영화음악이었다. 사실 피아노라는 히트작에 너무 초점을 맞춘게 짜증낳고 감미로움에 치중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기우였다.
맨앞줄에 앉았다. 가끔 사이드는 맨앞줄이라도 싸게 줄 때 있다. 특히 스크린을 활용하는 이런 공연은. 밴드 편성을 보니 12인조였다. 마이클 나이만이 피아노를 하고 현악4중주, 3개의 섹스폰, 베이스트럼본, 베이스기타...물론, 악기 편성이 바뀔 때도 있지만. 나중에 영화 보기는 불편했지만 한두 파트 말고는 연주하는 모습은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마이클 나이만의 피아노 독주가 3개 있었다. 감미로운 멜로디가 잡힐 때도 있지만 기교적이면서 빠르고 강한 비트를 사용할 때가 많았다.
 
그 다음 12인조 밴드가 등장했는데...
마이클 나이만은 스티브 라이히에 자극을 받아 중지했던 창작을 시작했는데...여기서 베니스풍 거리악단으로 큰 볼륨의 소리를 내는 그런 편성을 택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다소 투박하더라도 크고 자극적인 소리에 관심이 많은 듯 하다. 첫 느낌이 박력에 넘치면서도 집약적이고 꽉찬 사운드를 들려준다는데에 있었다. 코끼리 소리같은 베이스 트럼본으로 코끼리 소리같이 지속적인 비트를 발생시켰다. 피아노도 미니멀 특유의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그리고 활기찬 비트를 만들어냈다. 손가락 관절을 꺽어서 강한 소리르 냈다. 아마 피아노 파트가 가장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연주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다소 서정적인 부분에서는 현악기가 리드하고 힘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현악기가 힘있고 반복적으로 깔아주는 상태에서 섹스폰이 리드했다. 현악기의 연주시 유연함 음의 흐름보다 다소 신경질적으로 들릴 수도 있을 정도로 다이내믹함을 더 강조했던 것 같다.
미니멀이라고 듣기 그렇게 힘든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투박하고 자극적인 소리가 활기찼고 실제로 비트를 넣은 파트는 미니멀하게 접근했으나 리드하는 파트는 집요한 반복보다는 테마의 섬세한 변화를 이용했다. 미니멀리즘을 하나의 방법론으로 택한 것이지 그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듯 했다.
사실, 1부는 영화 세개의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한 것이다. 피아노, 영국식 정원 살인 사건, 프로스페로의 책들...서정적인 피아노를 제외하자면 두 작품은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 작품이며 마이클 나이먼은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과 총 11작품에서 같이 일했다.
 실제로 작업 방식을 보면 피아노의 경우 스코틀랜드 민속음악에서 접근하데 주인공이 아마추어라는 것을 감안해서 소박하면서 열정적인 점으로 접근했고 영국식 정원 살인 사건은 17세기 영국의 배경을 감안하여 헨리퍼셀의 음악을 사용했다. 이를 단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우선 기초저음을 뽑아내서-아나 베이스 트롬본의 파트를 얘기하는게 아닐까?-근간으로 삼고 그 위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구조를 택했다. 또, 셰익스피어의 고전인 프로스페로의 책들은 새로운 곡을 만들었다.
사실, 장면장면의 나타내는 면과 마이클 나이먼이 추구하는 미니멀적 어프로치를 밀접하게 접근시킨다. 또한, 고전적인 감독의 특성과 미니멀이라는 현대음악은 실제로 안 맞을 것 같지만, 마이클 나이먼은 오히려 미니멀의 특성은 바로크 때부터 있었다고 역설한다. 실제로 컨텍스트에 진지하게 연구한 후 접근하는데 결과물이 나온 후 마이클 나이먼은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이를 표현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해당장면의 영상을 보여줬다면 영상과 어떻게 결합했는지 관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음악만 하더라도 상당히 흥미로왔다. 음악만 따지자면 1부가 더 재미있었다.
2부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찌가 베르토프의 걸작 무성 영화 '카메라를 든 사나이'에 마이클 나이먼이 곡을 입힌 것을 영화상영과 공연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카메라를 든 사나이가 29년 당시 구소련에서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카메라를 든 기사도 지속적으로 보여진다. 사실 영화 작가 자체가 대상이 된 다큐멘타리인 셈이다. 이 영화는 아침에서부터 저녁까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여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는 노동자의 일상 생활, 사회주의의 생산구조 등을 카메라라는 인식의 창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어떤 관점과 방법으로 보여주는지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정말 형식주의적인 영화다. 어짜피 카메라 기사에 초점을 맞춘 영화기 때문에 작가의 자전적 영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봐도 상당히 참신한 부분이 있다. 아이를 출산하는 부분이라든지 철로를 근접촬영하여 엄청난 속도감을 보여준다든지, 막판에 빠르게 재생되며 다이나믹하게 마무리되는 엔딩씬이라든지....
베르토프는 카메라는 눈보다 우월하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이전의 영화가 단순히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나타낸다면 베르토프는 카메라웍과 편집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의미를 가지는 씬 하나하나뿐만 아니라 그 간격을 소중히 생각한다.
이는 바로 현대음악과 미니멀리즘 더 낳아가서 현대 과학에서 소중히 생각하는 바와 다름 아니다. 음 하나하나의 의미 이상으로 음과 음 사이의 간격 그리고 그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다. 영상은 마이클 나이먼의 음악과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낸다. 또한, 나이먼의 음악을 통하여 이 영화는 70년전의 유산이 아닌 현대적 의미를 지닌다. 기계적인 생산 양식과 세상을 보는 쇼트들은 정보화를 통해 세상을 보는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름없는 것이다.
마이클 나이먼의 음악은 1부에서 보여준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이먼의 반복적인 피아노 반주 사이로 현악이 주는 평온함과 관악이 주는 긴장감이 교대로 대신 2부는 영상과 얼마나 집약적으로 결합되어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사실, 필립글라스에 비해 훨씬 영상의 이미지들과 잘 맞아떨어진다. 이는 작업방식과 직결되며 어떤 면에서 영상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음악인이 나이먼이기 때문일 것이다.

1부 영화음악 콘서트(30분)
피아노
영국식 정원 살인 사건
프로스페로의 책들
2부 영화 상영과 라이브 연주(68분)
카메라를 든 사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