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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중국 음악의 날-얼후, 양금, 비파

아시아 음악축제<3.붉은 대륙의 뿌리>
2004년 9월 1일
해설: 현경채(동양음악 해설가)
김지은(얼후), 선샹양(양금), 런홍(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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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SPACE는 가히 환상의 문화공간이었다. 특히 관객들에겐. 난 첫자리에 앉았고 비파 연주자로부터 불과 3미터 정도 떨어져있었다. 무대 주위 반원형의 관객석은 아무리 멀어도 15미터를 넘지않은 거리에서 공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컨텐츠는 또한 어떤가? 아시아 전통음악에서 마이크스턴, 하이럼 블록의 탁월한 록/재즈뮤지션, 신관웅, 이생강과 같은 다양한 장르 뮤지션의 어울림, 언니네 이발관, 오브라더스같은 인디 밴드까지. 정말 다양한 정상급 뮤지션을 코앞에서 본다는 것은 정말 감동의 도가니탕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오늘, 공연 내용도 거의 끝장이었다. 그냥 생소한 경험이라 생각하고 봤지만 개량악기에 의한 중국 전통음악은 상당히 기교적이며 아기자기해서 눈을 때기 힘들었다.

해설을 맡은 현경채씨는 한국음악을 전공햇으나 84년에서 89년 사이에 중국음악을 공부했다고 한다. 중간중간에 상세한 설명도 상당히 도움되었다.

중국의 음악은 아무래도 오랫동안 수도였던 북경과 서안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편종의 경우 11미터에 달한다고 하는데 국악에서 16개와 달리 중국은 65개까지 있으면 결국 130개의 음을 낼 수 있다고 한다.

국악은 아악과 당악이 있다. 당악은 아무래도 중국음악과 상당히 유사하다. 수당 시절 중국은 주변 국가의 음악을 흡수하며 7구기, 9구기등 다양한 장르가 있었는데 그 중엔 고구려 음악도 있었다고 한다.

이번 공연은 얼후, 양금, 비파 세 악기의 독주나 합주로 진행되었다. 세 악기 모두 전통 악기에서 최근 100년간 많은 개량이 있었다고 한다.

가장 쇼킹한 악기는 양금이었다. 생긴 건 딱 스틸 기타 꼴이었다. 그런데, 스틱을 사용했는데 마치 피아노 내부 줄을 두드리는 헤드였다. 어떤 면에서 기타, 어떤 면에서는 실로폰과 닮았지만 가장 닮은 악기는 피아노였다. 왼손으로 멜로디를 연주하고 오른손으로 반주를 하는 기본적인 연주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실제 연주 방식은 서구의 어느 악기와 비교해도 다채로웠고 나오는 소리 자체도 Variety 그 자체였다. 왼손은 강하게 칠 때도 있었고 떨면서 잦은 터치로 인한 두터운 톤을 낼 때도 있었다. 스틱을 뒤집어서 가야금 뜯듯이 뜯을 때도 있었고 손으로 칠 때도 있었다. 현경채 씨가 중국에서 양금을 배울 때도 왼손의 중요성 땜에 양치질도 왼손으로 했다고 한다.

양금 연주자 선샹양 씨는 중국 내 뮤지션 등급 1등급인 최상의 뮤지션이었다. 가히 나비의 날개짓이라할만한 우아한 스틱웍은 동양적인 단아한 우아함을 품고 있었고 과도한 액션없이도-전혀 과장없이-스티브 바이 급의 기타 비루투오조의 현란함을 표현해내었다. 어떤 면에서는 게리버튼의 비브라폰 연주를 연상시켰지만 내는 소리의 스펙트럼은 그 이상이었다. 옆이 길게 찢어진 전통 중국식 복장...음;;;
실제 전통양금 사진을 보니 이것보다는 훨씬 단순한 악기였다. 국악에서 양금은 서양의 양자인데 반해 중국의 양금은 걸 양자라고 한다.

비파는 기타와 같은 악기였다. 4현 악기였는데 마지막 줄로 대부분의 선율을 연주했다. 소재도 왠지 다른 듯 했다. 기타와 달리 한 음 한음을 정확히 튕겨서 내는-특히 고음역을 내는 마지막 줄-그런 방식이었고 저음부의 줄은 반주의 역할이나 타악기와 같은 느낌의 비트를 강조할 때 내는 듯 했다. 피크로 주~욱 긁어서 내지않고 손가락으로 튕겨서 내다보니 손가락의 부담이 큰 듯했고 5손가락 모두 두껍게 테이핑이 되어있었다.
비파는 '비'주법과 '파'주법이 결합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기타처럼 눕혀서 연주를 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세워서 연주할 수 있으면 보다 촘촘해지면서 반음간격으로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비파 연주자 런홍 씨 역시 중국음악대학의 강사라고 한다. 상의는 중국식이었고 하의는 긴 드레스였는데 긴드레스 폭에 걸려 몇번 당혹스런 장면을 연출했다. 아름다운 음악을 하는 여성이 귀엽기 까지 한데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리요;;;

얼후는 해금과 같이 두줄로 내는 악기였다. 얼후는 우리나라의 해금과 비슷한 악기이다. 해금과의 차이점은 철사줄을 사용하며 울림통은 오동나무 대신 뱀가죽이 사용되며 또한 손마디 대신 손끝으로 연주하는 것이다. 상당히 크고 자극적인 소리를 냈다. 사실 한 음 한 음을 따지자면 철사를 긁는 듣기 싫은 소리일 수도 있지만 그게 이어지면서 강렬하면서도 우아하게 이어지는 그런 톤을 냈다. 세 악기가 있을 때는 강한 소리로 리드 했으며 마치 서양음악의 바이얼린 같은 역할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서구 음악에서 바이얼린-피아노-기타의 편성과 비교된다고 할까?
김지은 씨는 2000년 이후 중국에 주로 거주하면서 얼후를 배우고 있는 분이었다.

Set List
1. 싼 리우:
비파와 양금으로 연주한 오프닝 곡. 상해에서 실내악으로 사용되고 있는 줄풍류. 어떤 면에서 지금의 국악이 옛날 중국음악과 비슷하며 지금의 중국음악은 예전 중국음악과 많이 다르다는게 아이러니일 수도.

2. 콩 산 니아오 워:
산에 새가 노래 부른다. 얼후의 연주는 정말 다양한 새소리의 느낌을 내기 부족함이 없었다.

3. 춘 따오 칭 장:
4. 수 우 무 양:
춘 따오 칭 장은 '봄은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는 뜻 다채로운 테크닉을 보여주면서 서정적인 그런 곡이었다. 아랫곡은 같은 양금 독주인데도 깊고 비장한 느낌을 준다.

5. 한 야 시 슈에이:
6. 티엔 산 즐 춘:
두 곡은 비파곡이다. 신장성의 곡이라고 하는데 해설자는 파키스탄이나 서역의 정서를 얘기했는데 나는 오히려 플라멩고의 열정이 느껴졌다.

7. 티엔 미 미:
8. 위에 량 따이 비아오 워 더 씬:
세 파트의 합주였다. 티엔 미미는 그 유명한 첨밀밀의 테마. 아랫곡은
상당히 서구적인 멜로디를 들려주었다.

9. 얼 취엔 잉위에:
10. 싸이 마:
'얼 취엔 잉위에'는 아삥이라는 장님 뮤지션의 곡으로 아주 유명한 곡이라고 한다. 싸이마는 몽고말의 달리는 모습을 표현했다.

11. 롱 촨: 비파 곡. 꽹과리 소리를 연상시키는 저음부의 타악기적 진행으로 가다가 순간적으로 멜로딕하게 넘어가는 등 상당히 드라마틱한 진행이 돋보이는 곡이었다.

12. 황 흐어: 황하...

13. 시양양: 합창 교양곡과 같이 환희를 표현하는 곡.

앵콜곡으로 첨밀밀 한번 더 했다.

오늘 공연을 통해 본 중국음악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어떤 서구 음악보다 선율의 아기자기한 전개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보사노바나 플라멩고와의 유사점도 찾을 수 있었다. 이는 개량악기를 통해 다양한 음정을 표현하게 되면서 날개를 달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