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모던록 ★★★☆
인큐버스 내한 공연. 최근 들어서 정말 미국에서 메인스트림?이라할만한 내한 공연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사실, 불안한 마음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국이야 최전성기라할만한 밴드지만 국내 지명도는 많이 떨어지는 밴드라. 상대적으로 작은 공연장인 올림픽홀이었지만 스탠딩외에 의자가 놓인쪽은 꽤 많이 비어 있더군요.
하지만, 올림픽홀은 사운드에 있어서는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사실, 전체적인 볼륨이 약간 작다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그래도 뭉게짐없이 좋은 사운드를 줬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인큐버스의 밴드 특성상 최상의 초이스였던 것 같네요.
발매 한달을 갖넘긴 따끈따끈한 앨범 A Crow Left of the Murder는 incubus 최고작이라해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공연 중에서도 새 앨범 곡이 가장 빨리더군요. 아마 최근 1년에 미국식 얼터너티브...식의 하드락에서 최고가 아닐까 생각이드네요. 초기작의 래핑과 펑키함, Make yourself이후의 멜로딕함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참신한 사운드를 보여줍니다.
록밴드들이 방문했을 때 보통 위치와 달리 드럼이 맨 왼쪽에 있었습니다. DJ잉이 오른쪽.
첫곡은 약간은 예상했지만 설마했던 신보의 첫 싱글이자 1번트랙이며 최근 모던록 차트 1위에 가볍게 오른 -Megalomaniac...으로 하드하게 달리다가 2번 트랙 A Crow Left of the Murder로 바로 이어가더군요. 첫곡의 딱 느낌이 앨범을 공연장식 사운드로 그대로 옮겨놓았다 싶을 정도로 정확하게 연주했습니다. 브랜든 보이드는 록밴드로는 비틀즈 시대에나 볼 수 있는 점잖은 복장을 입고 액션도 상당히 절제되있었습니다. 어짜피 비주얼로 승부하는 밴드는 아니었다는 생각이네요. 조명도 상당히 절제되어 걍 뮤지션의 모습이 잘보이는 그런 정도.
사실, 인큐버스의 음악적 정체성은 규명하기 쉽지 않네요. 메탈이나 얼터너티브, 모던록,,,뭐 어디에도 속한다 싶지 않고 앨범마다 변동도 심했고 어쿠스틱한 부분도 상당하고...린킨 파크와 비교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전혀 안 닮았습니다. 린킨 파크의 경우, 버라이어티한 사운드 메이킹이 따라 부르기 쉬운 보컬 멜로디의 흡입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는 반면 인큐버스의 경우 사운드 자체에 보다 관심을 많이 가진다는 느낌이네요. 사실, RHCP로부터 받은 영향을 언급하는데...공연 시에서 RHCP와 닮은 점을 찾기란.
라이브를 통해서 느낀 바지만 상당히 많은 느린 템포의 발라드? 곡이 있었지만 그저 그런 발라드의 달콤함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드러머가 기존의 90년대 미국 밴드들의 드러머가 추구하는 간결하며 강한 비트와는 달리 비트를 쪼개는 걸 좋아하는 듯 하더군요. 느리거나 미드 템포에서도 비교적 짧게 쪼개면서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냈습니다.
기본적인 편성이야 흔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베이스 주자가 스내어를 치며 드럼 비트를 복잡하게 만든다든가...브랜든이 솔로잉을 들어간다든가...Mike Einziger의 기타웍도 독특하다 싶은게...라이브에서 꼽히는 기타플레이를 그다지 볼 수 없었습니다. 삘이 강하거나 블루지한 솔로잉이나 한 음을 죽여주게 보인다든지 막달린다든지..것보다 리프 자체의 변화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듯 했습니다. 사운드 톤에 변화를 준다든가 비트를 가감한다든가...
인큐버스의 프런트맨 브랜든 보이드(서울 공연과는 관계없는 사진;;;)
브랜든 보이드는 좀 지나더니 마이를 벋고 좀 지나니 웃통을 다 벗더군요. 이 인간보고 얼짱이라 부르는 건 이해가 안되지만...몸짱이라하기도 너무 말랐습니다. 사실, 성량이 크거나 음역이 넓은 건 아니고 액션이 강한 건 아니고 철저하게 자기 능력 한에서 정확하게 해석하는 쪽이었습니다. 자기 음역과 성량 내에서 변화를 주는 쪽. 중간에 퍼커션을 허리에 매고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아무튼 절제된 프런트맨은 림프비즈킷과는 또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공연의 백미는 드럼 솔로에 베이스 주자가 스네어를 덪붙여주고 ...멋들어진 드럼 솔로...그러다가 브랜든의 퍼커션으로 멋들어진 리듬의 향연을 보여주다 기타, 베이스가 붙어서 강렬한 에너지를 전달한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최근 내한한 모던록 밴드가 대체로 프런트맨에 의지하는 바가 컸는데 전체적인 연주력과 밸런스 측면은 인큐버스가 제일 낳았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발라드곡을 가장 많이 연주했고 가장 덜 하드했음에도 사운드에서 실험성이나 비트의 변화를 통해 소리자체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밴드가 아니었나 싶네요. 고만고만한 90년대 후반 미국 밴드 중에서 실험적이고 지적인 쪽은 Incubus와 Tool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비트 자체가 슬램하기 좋지 않다보니...슬램의 강도는 제일 야겠던 것 같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최근 온 메인스트림 밴드들이 격렬한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차라리 크래시 때가 낮지. 라식하고 회춘하려고 하는데...뭐 몸 좀 풀려니 끝나버리더군요..
앵콜로 Pardon me를 하더니 허탈하게 조명이 켜지더군요...최대 히트곡인 Drive는 끝까지 안했습니다. Limp Bizkit이 Rollin'을 안했던 것처럼. 최근 정점에 있는 밴드의 양질의 공연이었지만 록콘서트에서 기대하는 오버스러움이 없는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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