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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타등등

Pat Metheny Group내한공연(2002.9.13, LG아트센터)

최강의 사운드. 동시대에 이런 음악을 못듣는것은 불행이라는 유희열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

팻매스니 공연...
제가 놀란 것은 꽉차고 풍성한 사운드의 매력이었습니다. 엘지 아트센터는 제일 싼좌석과 비싼좌석이 5~8만원이라는데에서 별로 크지 않은 공연장이라는 걸 예상했지만 역시 별로 안 크더군요. 그리고 음향학 교수가 슈박스형의 직사각형 공연장이 소리가 좋다고 하던데...상대적으로 직사각형에 가깝고 잘 만들어진 공연장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도 SoN을 들어봤지만 역시 좋은 평가는 내리기 힘들었습니다. 소리를 잘만들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최근 몇장의 앨범과 비교했을 때 발전도 없고 확 끌어당기는 매력도 없는 그런 앨범.
그런데 공연장에서 들려주는 사운드는 그런 느낌을 확 바꾸어 놓았습니다.
중간에 일렉트릭 베이스 연주자가 들어오기도 했고 편성을 몇번씩 바꾸었지만 6인조 편성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전체적인 사운드가 너무나 풍성하고 꽉 찬 느낌을 주더군요. 6명이 혼연일체라는 말을 써도 좋을 정도로 빈틈없고 꽉차여진 무대를 보여줬습니다. 전체적인 무대도 보기 좋았고.
200분의 공연이라 편성도 여러차례 바뀌었고 사운드도 여러차례 바뀌었는데 전형적인 팻매스니식의 사운드에서 가끔씩 튀는 곡들이 있었는데 프로그램과 괴상한 트럼펫 연주로 실험적이고 아방하게 느껴졌던 곡이 있었고 강렬한 록사운드를 들려주는 곡이 있었는데 그게 각각 The Bat, The Roots of Coincidence이 맞나요?
팻매스니의 사운드에는 록이나 전형적인 퓨전의 에너지가 없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First Circle에다 이상하게 개조한 기타-42현 피카소 기타라는데 맞나요-연주, 그리고 사상 최고의 작업용 음악이라는 생각이었던 함께갈까요?에서 들려준 팻매스니의 솔로는 무아지경이라는 말을 써도 될 정도로 강력하면서도 훅이 강했습니다. 비디오 상에서 덤앤더머처럼 이보이면서 인상쓰면서 할 때는 프립처럼 무표정하게 처도 강한 소리가 나오는데 젠 왜 이리 오바해, 뭐 이런 생각도 했었지만. 그리고 역시 인상 너무 쓴다는 생각은 있지만 확실한 건 팻메스니가 작곡능력과 훌륭한 사운드메이킹을 할 수 있는 뮤지션임과 동시에 탁월한 연주인임에도 틀림없어 보이는군요.
다들 충실한 연주력을 보여줬지만 역시 드러머가 탁월했습니다. 다채로우면서도 타이트한 드러밍을 장시간동안 하면서도 전혀 지치는 기색이나 틈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괴물...
드러머의 역할이라는게 기본적으로 적절한 시분할로 다른 뮤지션이 연주할 영역을 만드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인데 그날 드러머의 역할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PMG의 사운드가 들어갈 공간을 만듬과 동시에 심볼을 통해 그 공간은 채워 사운드를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이라 해야하나..
브랜포드 마살리스, 포플레이,PMG에서 발견했던 공통점은 드럼의 배치가 록공연처럼 무대의 뒷부분이 아닌 청중 쪽에서 봤을 때 우측 앞부분에 있었습니다. 다른 재즈 공연에도 적용되는건지는 잘모르겠는데 아무튼 이는 드럼의 역할이 밴드에서 단지 뒷받침해주는 역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독주 악기로 인정받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대충 세번 정도의 멤버 소개와 그 이상의 솔로타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각 멤버가 팻메스니의 음악적 완성도를 위해 꼭 필요한 멤버였다는 생각입니다. 같이한 뮤지션에 대한 예우를 있지 않았고 팻은 인간성 좋아보이는 뮤지션이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독선적이지 않고 인정할줄 아는 성격이 밴드로서 좋은 사운드를 낼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공연 막판 모든 이들이 번쩍 일어나면서 박수를 쳤고 밴드는 퇴장했고 그 시점에 하나둘 앞으로 나가던데...그 때 저도 살포시 묻어서 앞으로 갔습니다. 역시 인철님 말따나 공연의 재미는 거리의 삼승에 반비례하는 것 같았습니다. 느낌이 다르더군요.

청중들의 수준도 상당했습니다. 포플레이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공연에 충실하면서도 확실하게 피드백을 주는 그런 쪽이었던 것 같군요. 그래서 팻매스니 측도 상당히 기분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 비해 포플레이와 PMG의 공연은 지킬 매너는 확실히 보여주면서 좋은 반응을 보여줬던 것 같네요. 그게 전체적인 청중들의 수준이 올라간건지 상대적으로 매니아층이 많아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또한 보기좋았던 것 같군요.

실제로 그다지 였던 뮤지션도 공연을 보면 확 바뀌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PMG나 포플레이의 경우 그랬습니다. 약간씩 볼륨을 키워서 쭉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윈튼 마살리스 재즈 오케스트라가 10월 23일?인가 예술의 전당에서 한다는군요. 역시 많이 안들어봤지만 보고 싶군요. 올핸 정말 특급 재즈 뮤지션의 내한공연이 빈번하군요. 그만큼 반응도 좋고... 록쪽으로도 좀 많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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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번 달 Pat Metheny Group의 공연이 펼쳐진다. 그것도 단 하루가 아니라 5일간이다. 경제적인 여유만 된다면 PMG의 연주를 보고 또 볼 수 있다. 많은 애호가들은 몇 달 전부터 이 공연을 기다려왔을 것이다. 필자 또한 공연 소식이 알려진 이후 계속 여름이 가고 빨리 9월이 오기만을 기다려왔다. 워낙 유명하고 인기가 있는 팻 메스니와 PMG이기에 이미 여러 많은 매체에서 팻 메스니의 이력과 앨범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부족하지만 PMG의 음악적 이미지이자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여행의 이미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펼쳐볼까 한다.

PMG는 분명 팻 메스니가 이끄는 그룹이다. 그러나 메스니의 음악이 PMG 활동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그렇다고 PMG 하나만으로 정의될 수 없듯이 PMG 또한 팻 메스니 개인의 그룹으로만 볼 수 없는 면을 지닌다. Lyle Mays를 중심으로 앨범마다 약간의 변화와 함께 등장하는 멤버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은 팻 메스니 혼자의 힘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그 이상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그래서 팻 메스니의 음악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의 주된 이유에 PMG가 있다고 말할 수 있고 또한 팻 메스니가 있기에 PMG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즉, PMG와 팻 메스니는 서로 필연의 관계에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면을 동시에 지닌다는 것이다. 아무튼 1978년 ECM을 통해 Pat Metheny Group라는 타이틀의 첫 번째 앨범이 발매된 이후 PMG는 지금까지 팻 메스니의 음악 행보의 일부가 아닌 독자적인 역사를 지니며 존재하고 있다.

PMG음악이 지닌 매력은 음악적으로 훌륭하면서도 단지 음악적인 면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의 차원, 그러니까 감상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PMG의 음악에서 동기를 얻어 상상의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감상자는 PMG의 음악을 들으며 한 밤의 고속도로 위를 외로이 달리고 있거나(Are You Going With Me), 추석을 맞아 집을 향해 황금 벌판을 달리는 기차를 타고 있거나(Last Train Home), 자신의 현실에서는 전혀 가보지 못한 국정 불명의 풍경을 지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물론 음악 자체가 지닌 고유 특성 중 하나로 수학적인 음들의 나열을 넘어서는 정서적 효과의 발생을 말할 수 있을 때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상상에의 초대를 PMG 음악의 중요한 매력으로 꼽게 되는 것은 여러 변화 속에서도 하나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행, 이동, 방랑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인데 어떠한 앨범에서건 이러한 이미지는 쉽사리 발견된다. 게다가 이러한 이미지는 대부분이 규칙적이고 빠듯한 시간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겐 동경의 대상이 아닌가. 그러나 이러한 이유만으로는 아직 PMG의 음악이 지닌 매력을 설명하기 힘들다. 필자도 PMG의 음악을 들으며 이러저러한 이유를 찾아보려 애를 썼지만 언제나 그러한 이유 다음에는 '플러스 알파'라는 단서가 붙곤 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여행의 느낌들이 PMG의 음악을 매개로 감상자 개인이 지니고 있던 여행의 기억이 자극됨에서 발생하는 2차적인 은유, 환기라기 보다는 이미 PMG의 음악 자체에서 드러나는 직접적인 제시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언어가 추상화되기 이전에 발생초기에는 연상없이 대상을 지칭했었던 것처럼 PMG의 음악에는 여행이라는 대상이 그대로 붙어 있다. 게다가 PMG가 제시하는 여행이 어떤 목적지를 구체적으로 나타내기보다는 그냥 그 '여정' 그 자체에 집중되어 있다. 때문에 감상자는 거듭되는 앨범들 속에서 지속적으로 여행의 이미지가 드러나더라도 싫증이 아닌 도착에의 갈증으로 이 여행에의 초대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대부분의 PMG앨범들이 고속도로와 주변 풍경등의 길을 담은 사진들을 표지로 사용한다. 여기서 우리는 최소한 여행의 느낌은 감상자만의 착각이 아니라 팻 메스니와 다른 멤버들이 작곡과 연주단계에서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PMG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각 연주자가 얼마나 멋진 연주를 펼치고 또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나가 되어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가를 넘어서는 것이다. 즉, PMG가 제시하는 여행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자신만의 상상적 기행문을 작성해 나가는 것이 PMG의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인 것이다. 따라서 감히 필자는 상상할 수 없으면 PMG의 음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PMG음악의 무엇이 이러한 여행, 여정의 이미지를 현실화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면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리듬과 수평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영롱한 팻 메스니의 기타(신디사이저), 환상적이고 아련한 느낌을 유발하는 보이스 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단지 그러한 이유하나 때문에 PMG음악의 이미지가 형성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서 그 합을 넘어서는 음악적 공간을 연출해 내는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지속적으로 여행의 이미지를 제시한다고 해서 늘상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반복하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국내의 많은 음악인들이 차용할 정도의 PMG의 음악 스타일, 구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큰 틀 안에서의 문제고-많은 국내외의 PMG적인 곡들이 실상은 PMG만큼의 만족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이를 입증할 것이다.-내부적으로 본다면 PMG의 음악은 여행의 이미지만큼이나 지속적으로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20년전의 'Offramp'와 올해 발표한 'Speaking Of Now'를 함께 들어보면 많은 변화가 감지될 것이다. 단지 PMG가 변화를 숨기며 변화를 시도하는 미니멀리즘 음악처럼 이전 앨범과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계속적인 변화를 시도했기에 단번에 알아채기 어려운 것일 뿐이다. 실제로 PMG의 음악은 측면에서도 초기보다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면을 보이고 있고, 팻 메스니의 기타 연주도 늘 변화를 거듭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갈수록 보이스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식의 편성에서의 변화도 매번 발견된다. 게다가 신보에서 다시 초기 성향으로 회구한 인상을 주지만 컨트리 음악적인 특성에서 출발해 월드뮤직적인 성향을 섞는 등의 변화도 다채롭게 시도하고 있다. 아마도 PMG만큼이나 자신들이 설정한 전형에 구속되지 않고 그것을 유지하면서 계속 신선함이 느껴지는 음악을 들려주는 개인이나 그룹은 없을 것이다.

이제 PMG의 공연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번 공연에서 주로 연주될 신보 'Speaking Of Now'를 미리 듣고 공연을 상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PMG가 제시하는 상상의 여행을 떠나기 위해 모두 마음을 가벼이 하고 공연장에 가보자. Are You Going With P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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